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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초와 이내의 守白堂 이야기()

조용국 아오스딩

  

 1.

 한때 우리는 딱히 설명할 수 없는 어떤 목마름에 이끌려

옛 조상들의 숨결이 스며 있는 유적들을 찾아서

여러 곳을 헤맨 적이 있었다.

 그리고 전원으로 돌아가기로 결심했다.

 

 우리는 강화도, 북한산 주변, 광주 퇴촌 일대,

양평 등지를 두루 돌아다녀 보았지만 마음에 드는 곳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주님께 간구하였다.

그리고 그 다음 날 소화데레사가 우연히 신문에 난

앞에는 북한강 뒤에는 울창한 송림이라고 되어 있는

한 줄짜리 급매물 광고를 보고서 찾아간 곳이 바로 이 곳이다.

 우리는 매물로 나온 토지 중 일부를 전원주택 부지로 매입하였다.

그리고 친지인 통인 김 사장을 통하여 이로재의 승효상 교수를 소개받았고

승 교수께서는 흔쾌히 승락을 해 주었다.

 

 수백당 공사가 시작되고 난 뒤 어느 날

소화데레사가 오석에 맑은 물이 가득 찬 꿈을 꾸었는데,

그날 땅 주인이 전화를 걸어와

수백당 뒤 쪽에 있는 나머지 땅도 구입하시지 않겠느냐고 사정하여

나머지 땅도 구입하면서

설계가 약간 변경되었고 현재의 수백당의 모습이 갖추어졌다.

 나는 수백당은 그 땅의 구입과 승 교수와의 만남까지

모두 주님께서 함께하셨음을 믿는다.

 

    

     수백당-002.jpg


 

 수백당.

 건축한 지 어느새 이십 년이 흘렀다.

그동안 주변이 개발되면서 처음 건축하였을 때의 한적한 맛은 덜 하지만

그래도 수백당은 여전히 아름다운 곳이다.

    

 아침 일찍 산새들의 지저귐에 잠이 깨고,

햇볕 눈부신 한낮, 시간이 머문 뜰에

허공을 가로지르는 산새 한 마리의 날개짓에도 파문이 이는 것 같고,

해가 서산으로 기울면 멀리 바라다보이는 매곡산, 중미산 등이

원근에 따라 한 폭의 묵화처럼 농담을 달리하다

어느 한순간 칠흑 같은 어둠 속으로 함께 빨려들어감을

음미할 수 있는 곳.

 

 보름달이 산 위 나무 사이로 떠오르면 달빛이 희다고 노래한

옛 시인의 말을 떠올리고, 북두칠성의 운행을 헤아리며

, 산비둘기, 꾀꼬리, 소쩍새 등 뭇 산새들의 노랫소리가 있어

무료함을 느끼지 못하는 곳이다.

 

 때론 조용히 명상에 잠겨 있다가

문방 추녀 끝에 매달아 놓은 풍경 소리에

어느 산사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을 받기도 한다.

 

 

 2.

 우리가 수백당으로 온전히 이사 온 지도 벌써 삼 년이 흘러간다.

지난 삼 년은 지나온 삶을 돌아보고

또 주님의 현존하심을 체험한 매우 소중한 시간이었다.


  

 수백당-0002-01.jpg


 

 그동안 사랑하는 어머님을 주님 곁으로 떠나보내 드리는

아픔도 겪었다.

 

 어머님은 언제나 우리가 당신을 모시고 있는 것에 대하여

고마워 하셨고, 우리 특히 소화데레사를 많이 의지하셨다.

 

 나는 거실 식탁 의자에 앉아 계신 어머님 뒤로 가서

두 팔로 어머님을 감싸 안고

차마 떨어지지 않는 말문을 어렵게 열었다.

 우리 형편상 어쩔 수 없어

어머님을 요양 병원에 보내드릴 수밖에 없다는 말씀을.

 

 어머님이 한 손으로 내 팔을 붙드시더니

그러지 않아도 얼마 전부터 그런 곳에 가고 싶었는데

너희들한테 부담줄 것 같아 말을 못 했다.

잘 되었다. 그동안 수고가 많았다.” 하신다.

 나는 그 말씀이 우리가 너무 가슴 아파할까 봐 하시는

거짓말임을 잘 알고 있다.

 

 어머님은 소리 없이 눈물을 흘리신다.

나도 어머님을 뒤에서 감싸 안은 채 한참 동안 소리 죽여 울었다.

  

 

엄마의 가슴 속 - 최이숙 Mixed media on canvas 98cm x 130cm-01.jpg

 <엄마의 가슴 속 - 최이숙 Mixed media on canvas 98cm x 130cm>




 어머님은 처음에는 요양 병원 생활에 어려움을 겪으셨지만

곧 적응하셨고, 삶에 대하여 초탈해지셨다.

그리고 간호사들, 물리치료사에 대하여 언제나 고맙다고 하셨다.

 어느 날 어머님을 찾아 뵈었더니 또 고맙다고 하신다.

계속 고맙다는 말씀을 하셔서

누구한테 고맙다고 하시는거냐고 여쭈어 보았더니

너도 고맙고 또 나를 아는 모든 사람한테 고맙다하신다.      

 그러시고는 하찮은 나지만 평화의 도구로 써 주소서하고

성가를 나지막하고 힘겹게 노래하신다.

 

 그리고 선종하시기 얼마 전에는 찾아뵈었을 때

긴히 할 말이 있다고 하셔서 가까이 다가가니

특히 너와 에미한테 고맙다. 너희들이 아니었으면...”하고

아주 힘겹게 겨우 말씀하신다.

 나날이 여위시어 뼈만 남으시고 힘겨워 하시는 모습을 보면서도

그래도 어머님이 보고 싶을 때 찾아뵈올 수 있어서 감사하였는데,

이제는 정말 떠나실 때가 가까워 오는구나 하고 생각하니

병원을 나서는 내 눈에서 눈물이 흐른다.

    

 2017830일 이른 아침 요양 병원에서 전화가 왔다.

 우리는 병원 가까이에 사는 딸 마리아한테 전화를 걸어

먼저 병원으로 가서 할머니를 찾아뵙게 한 뒤

황급히 서울로 가는데 올림픽대로가 너무 막힌다.

 마리아한테서 전화가 왔다.

할머니가 선종하실 것 같은데 어디쯤 오셨냐고.

 나는 마리아한테 핸드폰을 할머니 귀에 가까이 대라고 한 후

핸드폰을 통하여 우리는 큰 소리로 말씀을 드렸다.

 

 “어머님을 사랑한다고, 어머님을 존경한다고,

모든 것을 잊으시고 예수님과 성모님만 생각하시라고 ...”

 오전 10시에 요양 병원에 도착하였는데,

어머님은 아이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950분에 선종하셨다고 한다.

 우리는 다시 한번 어머님의 귀에 대고

어머님 사랑합니다. 존경합니다.” 하고

마지막 인사 말씀을 드렸다.

 

 아이들한테 들으니 어머님은 우리를 기다리신 것인지

힘겹게 버티시다가 핸드폰으로 우리들의 목소리를 들으시고는

얼굴이 편안해지시면서 눈을 감으셨는데

처음에는 주무시는 줄 알았다고 한다.

 

  평소 어머님은 우리들이 고생하지 않도록 주님께

춥지도 않고 덥지도 않을 때 데려가 달라고 기도하셨는데,

주님은 장례기간(4일 장) 동안 아주 선선한 날씨를 주시고,

또 어머님이 50여 년 전 절두산성지를 개발할 때

많은 봉사를 한 것을 잊지 않으시고

절두산성지에 있는 부활의 집으로 모실 수 있게끔

놀라운 은총도 내려 주셨다.

 그리고 많은 교우들의 연도 속에서

어머님을 보내드릴 수 있게 해 주셨다.

    

 나는 201510월 중순

어머님을 요양 병원으로 보내드리기로 결심하고

수백당에 들어와 주님의 성화 앞에 무릎 꿇고 엎드려

가슴이 찢어지는 듯한 아픔으로 대성통곡했을 때

성화 속의 주님께서 파안대소한 이유를

이제는 알 것 같다.

    

 그리고 주님은 소화데레사의 꿈도 이루게 해 주셨다.

 

 소화데레사는 미술을 전공하지는 않았지만

그림을 그리고자하는 열정을 가지고 있었다.

 결혼을 하고 아이들이 어느 정도 크고 난 뒤부터

열심히 그림을 배우고

작은 화실을 가지고 작품 활동을 하였지만

그룹전만 몇 번 참가하였을 뿐

그동안 개인전은 이러저러한 이유로 열지를 못하였다.

 

 수백당으로 온전히 이사를 온 뒤에도

해야 할 정원 일이 많다 보니

제대로 작품할 시간을 내지 못하고 있었는데,

20166월 말 집안에서 일을 하다가 물건을 떨어뜨려

발가락을 크게 다치는 사고를 당하면서 정원 일에서 놓여났고

그때부터 작품 활동에 전념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2017년 초 화가인 친지들의 권유로

개인전을 열기로 하고

평소 알고 있던 명동 성당에 있는 화랑 1898에 알아보니

전시회를 할 수 있는 기간은

20181128일부터 124일까지 뿐이란다.

 

 1128일은 우리가 수백당으로 이사 온 지

3년이 지난 다음 날이고,

124일은 소화데레사가 태어난 그 다음 날이다.

 

 우리는 그 기간이 주님께서 주신 날이라 생각하고

그 기간에 전시회를 열기로 결정하고 예약을 하였다.

 나이 칠십에 첫 개인전!, 얼마나 멋있는가,

 소화데레사의 개인전은 뜻있는 개인전이 될 것이다.

 

 아름다운 여인 - 최이숙 Mixed media on canvas  50cm x 73cm-01.jpg

 <아름다운 여인 - 최이숙 Mixed media on canvas 50cm x 73cm>


 

 나는 우리의 지난날의 삶이 그러하였듯이

앞으로의 남은 삶 또한 주님께서 이끌어 주실 것으로

굳게 믿는다.

그래서 언제나 모든 것 주님께 의탁하고자 한다.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기뻐하고 기도하면서.

(2018.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