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깊다.
왕릉의 가을 오후는 秋色이 더욱 짙다.
청량한 하늘아래 고목들이 울울창창하다.
맑은 공기, 深遠한 풍경,
그리고 서어나무 길로 뻗어 나간 산책길이 고요하다.
그 흔한 새소리도 들리지 않고 적막한 숲길엔
역사의 숨결만 가쁘게 다가온다.
肅宗이 묻힌 明陵도 睿宗이 잠든 昌陵도
사극의 주인공으로 자주 등장하는 장희빈의 大嬪 墓도
다 같이
그저 덤덤한 흙 무더기 속에 잠긴 흔적일 뿐이다.
산책길은 약간 숨이 차다.
우리가 늘 걷는 남산 길보다
더 낮은 구릉지대를 지나는 길이지만
눈에 익지 않은 코스인지라 숨이 턱밑까지 오른다.
신선한 오후를 보낸 아름답고 기억에 남는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