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이다.
장마철이라 무덥고
땀이 쉴 새 없이 흐르는
오후다.
유난히 나이가 듬직한
산책객들이 붐빈다.
흐르는 물가에 청초한 이끼도 돋보이고
장마 통에 유난히 크게 자란 버섯도
모처럼 눈에 띄는 도라지꽃과 대비가 된다.
남산 산책에서 처음 만난
도라지를 캐 가지고 싶은 마음에
"인생이란 가는 것이 또한 오는 것"
이라고 읊은 시인의 노래가 겹쳐진다.
8월의 詩
- 오세영 -
8월은
오르는 길을 멈추고 한 번쯤
돌아오는 길을 생각하게
만드는 달이다
피는 꽃이 지는 꽃을 만나듯
인생이란 가는 것이 또한 오는 것
풀 섶에 산나리, 초롱꽃이 한창인데
세상은 온통 초록으로 법석이는데
8월은
정상에 오르기 전 한번쯤 녹음에 지쳐
단풍이 드는
가을 산을 생각하는 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