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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이건희 기부금’ 7000억, 신영수 명예교수가 총괄 심의한다

조건희 기자 입력 2021-08-31 18:42수정 2021-08-31 18:47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유족이 감염병 대응을 위해 기부한 7000억 원의 관리를 신영수 서울대 의대 명예교수(78·사진)가 총괄 심의하게 됐다.

31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청, 국립중앙의료원은 ‘감염병위기극복 기부금관리위원회’ 위원장으로 신 명예교수를 내정했다. 기부금관리위원회는 올 4월 이 회장 유족이 “세계 최고 수준의 감염병병원을 만들어 달라”며 기부한 7000억 원의 운영 방안을 심의할 예정이다. 정부는 이 회장 유족의 기부금 중 5000억 원은 중앙감염병병원 건립에, 2000억 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등 감염병 연구에 쓰기로 했다.

신 명예교수는 서울대 의대 교수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장을 거쳐 2009년부터 10년간 세계보건기구(WHO) 서태평양지역회의 사무처장을 역임한 공중보건 전문가다. 지난해 초 WHO의 코로나19 특사로도 임명됐다. 복지부는 신 명예교수를 중심으로 의료·건축·법률·회계 분야 전문가와 고위 공무원 등 15명으로 기부금관리위원회 구성을 확정해 이르면 9월 중순 출범할 예정이다.

위원회 구성은 속도가 붙었지만 정부 차원의 감염병병원 건립 예산은 줄었다. 정부는 이 회장 유족이 7000억 원을 기부하기 전부터 ‘2026년까지 중앙감염병병원을 100병상 규모로 준공하겠다’며 1294억 원의 예산을 책정했다. 하지만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는 중앙감염병병원 설계와 전산 시스템 구축을 위한 10억 원이 삭감됐다. 중앙감염병병원 건립과 국립중앙의료원 이전을 위한 부지 매입 예산 역시 3710억 원에서 2100억 원으로 감축됐다. 이 회장 유족의 기부 이후 병원 건립에 속도가 붙기는커녕 정부가 예산을 조정하면서 시간을 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복지부 관계자는 “중앙감염병병원 부지가 지난해 7월 한 차례 바뀌면서 총사업비 적정성을 재검토하는 것이지, 이 회장의 기부금 때문에 예산을 깎은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복지부 측은 “중앙감염병병원 건립의 시급성을 감안해 기존 정부 예산을 그대로 반영하고 적정성 재검토 절차도 건너뛸 수 있도록 재정당국과 협의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출처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210831/1090225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