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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들, 운전대 잡으려면 VR 테스트 받아야 해요!

2021년 9월 도로교통공단으로부터 운전면허 갱신에 대한 안내서를 받았다. 자세히 읽어 보니 나는 고령운전자 갱신 대상이었다. 정기적성검사(갱신)를 받기 위한 준비물이 적혀 있었다. 치매검사 결과지 운전면허증 사진(3.5 x 4.5cm) 2장 수수료(현금/카드 가능) 건강검진 결과지(원본) 이었다. 눈에 띄는 것은 치매검사 결과지와 건강검진 결과지였다. 궁금하여 용인면허시험장으로 전화를 했다.

분당구 치매안심센터에 연락하여 치매검사를 받고 그 결과치를 가져 올 것과 최근 2년 이내의 건강검진 결과치 원본을 가지고 오면 된다는 것이었다. 나는 우선 최근 2년 이내에 건강검진을 받지 않았다. 2020년 6월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고 직장암 진단을 받아 2021년 1월 18일 수술할 때까지 경황이 없어 2020년 건강검진을 받을 시기를 놓쳤다. 용인면허시험장의 안내에 따르면 면허시험장 내에 있는 건강센터에서 시력, 청력검사를 받으면 된다고 했다. 그러나 최근 나의 시력이 많이 떨어져 자신이 없었다. 안과에서 백내장 수술을 권유 받고 있던 터였다.

고민이 시작됐다. 백내장 수술을 받고 시력검사를 해서 0.8 이상의 시력을 회복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다. 마침 아내가 7년 전에 백내장 수술을 했기 때문에 의논을 했다. 아내도 자기 일이 아니라 확실하게 대답하기를 꺼려했다. 의사와 상의하라는 것이다. 우선 고령운전자 면허갱신 준비물 중에 치매검사와 고령운전자 안전교육부터 완료하기로 했다. 그 이후에 백내장 수술을 구체적으로 의사와 상의하기로 했다.

고령운전자 교통안전교육(의무)

고령운전자 교통안전교육은 온라인교육과 교육장교육 중 하나를 선택하여 받을 수 있다. 교육장교육은 예약이 필수이며 코로나19 확산 추이에 따라 유동적으로 운영된다. 전화(1577-1120) 예약이나 http://www.safedriving.or.kr으로 들어가 예약할 수 있다. 교육장으로 출두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온라인교육을 택해서 http://trafficedu.koroad.or.kr로 들어가 회원가입하고 절차에 따라 PC를 통해서 교육을 받았다. 교육 수료 후 바로 도로교통공단 이사장으로부터 ‘교통안전교육 확인증(75세 이상)을 온라인으로 받았다.

치매검사 실시

약간 기분이 상했지만 운전면허 갱신을 위한 필수 코스이니 피할 수도 없고 핑계를 대고 받지 않을 수도 없다. 치매안심센터(1899-9988)로 전화해서 예약을 했다. 분당구 치매안심센터에서 받는 것이 원칙인데 내가 예약한 2021년 10월 1일은 마침 분당구 보건소에서 실시한다고 그리로 오라는 안내다. 약속한 날에 집에서부터 분당구 보건소까지 일부러 걸어서 갔다. 10월 초인데도 날씨 가 더워 땀을 많이 흘렸다. 왕복 6.54km, 9,650걸음, 629kcal를 소모했다.

검사가 시작됐다. 검사원은 여자였는데 굉장히 무뚝뚝했다. 문항내용은 지남력 5개 문항, 주의력 3개 문항, 시공간기능 2개 문항, 집행기능 6개 문항, 기억력 10개 문항, 언어기능 4개 문항 등이었다. 기억에 남는 것은 검사 초기에 검사원이 한 문장을 알려 주며 끝나는 시점에 다시 물을 것이니 잘 기억해 두라는 것이었다. 내용은” 철수는 자전거를 타고 공원에 가서 야구를 했다.”이었다. 물론 지금까지 기억하는 것으로 보아 정답을 했다. 또 한가지는 여러 가지 물체를 그림으로 보여 주고 이름을 대라는 것이었는데 ‘주사위’를 끝내 맞추지 못했다. 왜 주사위가 생각나지 않았는지는 지금도 모르겠다. 과일 이름을 아는 대로 대라… 채소 이름을 아는 대로 대라는 문항에서는 평소 스스로 shopping(우리 집 과일은 내가 쇼핑한다)하는 것에서 많은 도움이 되었다. 대형마트의 과일코너를 자주 방문했던 것이 도움이 되었다. 검사 결과 ‘정상’이었으며 총점은 30점 만점에 27점이었다.

백내장 수술과 교정 시력검사

2021년 10월 18일(월) 평소 우리 집 단골 안과에 갔다. 검사를 하고 백내장 수술에 대한 협의를 했다. 수술일자가 잡혔다. 바로 이틀 뒤인 10월 20일(수) 오후 4시. 수술 전에 주의사항과 안약 등을 받아 집에 오니 아내가 수술일자를 빨리 잡은 것에 놀라며 자기는 사흘 간격을 두고 두 눈을 수술했는데 어떻게 하루에 두 눈을 한꺼번에 수술하기로 했냐며 놀라워했다. 수술 후 의사의 처방에 따라 안약을 투입하고 주의사항을 지켜가며 관리를 했다. 아내가 수술했던 7년 전보다 투약하는 방법도 간단해지고 기간도 단축됐다. 수술 후 2주간 세면, 머리감기 금지, 한달 간 안정유지, 2달 간 안약투입 등이 주요 관리 항목이었다. 백내장 수술을 해서 시야가 맑고 밝아져서 기분이 좋았다. 그러나 나는 근본적으로 난시여서 안경을 쓰면 더욱 시력이 좋아질 것이라는 의사의 권유에 따라 별도로 안경을 맞췄다. 안과 검사가 있을 때마다 나는 시력검사를 했다. 수술 직후 0.5이던 시력이 크게 향상되진 않았다. 가끔 0.7이 나올 때도 있었으나 안경을 쓰고 측정한 교정 시력은 1.0이었다. 기분이 좋았다.

모든 준비물이 완비되었다. 사진도 준비됐고, 2021년 11월 25일(목) 용인 운전면허시험장으로 갔다. 많은 사람들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시험장은 그리 번잡하진 않았다. 신체검사장부터 방문했다. 시력측정표가 벽면에 붙어 있고 왼쪽 눈부터 가리고 시력검사에 들어갔다. 검사결과 의외의 숫자가 나를 놀라게 했다. 왼쪽 0.7, 오른쪽 0.6, 양쪽 0.8 합격이었다. 안과에서 측정한 숫자보다 훨씬 못 미치는 검사결과였다. 따져보고 싶었으나 합격이라 는데 이의를 달 필요는 없어 보였다. 면허갱신 창구에 접수하고 약 10여 분 기다린 후 새로운 운전면허증이 나왔다. 창구 직원은 요즈음 외국에서도 운전할 수 있는 영어판 운전면허증이 있는데 수수료는 3,000원 비싼 15,000원이라며 선택할 수 있다고 한다. 종전의 방식(국제운전면허증 발급)은 그대로 시행하느냐고 물었더니 그렇다고 해서 그냥 종전대로 발급해 달라고 했다.

고령운전자, 운전대 잡으려면 VR 테스트 받아야 해요…

새로운 운전면허증을 받아 들고 자세히 들여다 보았다. 유효기간 3년! 종전 운전면허증은 10년이었다. 현재 정부는 65세 이상 운전자의 경우 5년마다 적성검사를, 75세 이상은 3년마다 적성검사와 함께 교통안전교육을 받도록 하고 있다. 고령운전자에 대해 운전능력에 따라 야간, 고속도로 운전 등을 금지하는 ‘조건부 면허제’가 시행된다. 경찰청은 최근 고령운전자 교통사고가 늘고 있어, 2025년 도입을 목표로 이 같은 제도를 추진한다고 2021년 11월 29일 밝혔다.

조건부 면허란 운전 가능 시간과 장소, 제한 속도, 운전형태 등 특정조건을 지킨다는 약속 하에 제한적으로 운전을 허용하는 제도다. 개개인의 능력에 따라 야간이나 고속도로, 도심 운전 등 허용된 범위 이외의 운전은 금지된다. 경찰은 고령운전자의 운전 능력 평가를 위해 가상현실(VR)을 활용하기로 했다. VR 기기를 쓴 채 야간, 고속도로 등 가상의 운전상황에서 대처 능력을 평가하는 것이다. 경찰은 이를 위해 3년간 총 36억 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극내 고령운전자의 기준은 65세부터다. 일부에서 반발이 있자 경찰은 “구체적인 적용 연령은 아직 정하지 않았고, 관련 연구를 진행한 후 결정하겠다”고 했다. 하여튼 우리들은 피할 길이 없이 조건부 면허제에 따라야 할 것 같다. 나이 들어가며 VR 기기를 쓰고 운전능력을 평가 받는 최초의 세대가 될 것 같다.

경찰이 고령 운전자에게 ‘조건부 면허제’를 적용하겠다고 나선 것은 최근 고령 운전자의 교통사고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4월 서울 서초구에서는 A(82)씨가 운전하던 승용차가 갑자기 미용실로 돌진해 30대 여성 손님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원인은 고령 운전자의 운전 미숙이었다. 지난 9월에는 부산 중앙대로 서면교차로 인근 8차로에서 B(86)씨가 몰던 승용차가 중앙분리대를 들이받고 반대편에서 오던 마을버스와 충돌해 9명이 다쳤다. 전체 교통 사망 사고 중 65세 이상 운전자가 낸 사고 비율은 2016년 17.7%에서 지난해 23.4%로 늘었다.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는 지난해 기준 368만여 명으로 전체 운전자의 11.1%에 해당한다. 경찰청은 이 숫자가 2025년에는 498만명으로 5년 새 130만명가량 늘어날 것으로 본다.(별표 참조)

정부와 각 지자체는 65~70세 이상 고령 운전자가 자발적으로 면허를 반납하면 지역상품권·교통카드 등을 주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참여자는 많지 않다. 예를 들어 서울시는 70세 이상 시민이 면허증을 반납하면 버스·편의점 등에서 쓸 수 있는 10만원이 충전된 교통카드를 준다. 하지만 지난해 면허 반납자는 전국 7만6790명으로 전체 고령자의 2.2% 수준이었다. 일부 노인은 “교통 여건이 나쁘거나 거동이 불편한 경우엔 차가 필수라 어쩔 수 없다” “차를 자주 타는 것도 아닌데, 면허증 반납에 대한 상실감이 크다”고 말한다.

실제로 이날 경찰의 ‘조건부 면허제’ 시행 방침이 알려지자, 온라인에선 “나이에 따른 부당한 차별” “고령자 운전 제한은 생계 뿐만 아니라 기본권을 제약하는 조치” 등 반발이 잇따랐다. 논란이 이어지자 경찰은 “앞으로 진행할 연구 결과에 따라 적용 연령은 달라질 수 있다”며 “평가 결과에 따라 일괄적으로 면허를 취소하면 생계형 고령 운전자에게 가혹할 수 있는 만큼 주간·단거리 운전, 고속도로 외 일반도로 운전 등 조건부로 운전을 허용할 계획”이라고 했다. 경찰은 VR(가상현실)을 활용해 야간·고속도로 운전 등 운전자의 상황 별 대처 능력을 평가하고, 의사와 교통 전문가가 참여한 가운데 운전 조건에 대한 최종 판정을 내릴 계획이다.

해외 국가들도 고령자 운전 사고를 줄이기 위한 여러 제도를 시행 중이다. 미국 뉴햄프셔주는 75세 이상 고령자를 상대로 4년마다 실제 주행 시험을 본다. 일본은 65세 이상 운전자가 급 발진 억제 등 운전 보조 장비를 장착할 경우 보조금을 주고 있고, 이를 의무화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 뉴질랜드는 75세 이상 운전자를 상대로 2년마다 신체 검사를 해 그 결과에 따라 교정 렌즈 착용, 자동변속기 차량, 운전 지역 한정 등 운전 조건을 제시한다. 내 운전면허는 2024년 12월 말까지 유효하다. 그 동안 ‘조건부 면허제’가 어떻게 바뀔지 또 자율운전 시스템은 어떤 발전과 변화를 가져올 지 두고 볼 일이다. 급변하는 세상에서 고령운전자는 설 자리를 잃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