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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개월 만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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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원

 

2020년 3월부터 시작된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팬데믹 현상으로 거의 모든 내외 활동이 금지된 지 벌써 20개월로 접어들고 있다. 손주들을 학교에 라이드 (Ride) 주는 것 외에는 딱히 의무적으로 할 일도 없어 주로 집안에서 머물고 있다. 팬데믹 전에는 교회 활동 외에도 매주 2, 3차 정기적으로 친구들과 만나 같이 걷기 운동하고, 식사도 같이하고, 영화 구경도 같이 가고 하여 왁자지껄하게 대화하는 시간도 많았고 지루함을 별로 모르고 지냈다. 매일 주요 행사 중의 하나는 운동하기 위해 동네 길을 걷는 것인데 협착증으로 인해 빨리 걷지를 못하니 집사람과 서로 나란히 걸으며 대화할 여건이 안 된다.

 

   70 중반을 넘어서니 몸 여러 부분에서 전에 없던 신호들이 나타난다. 인터넷을 보면 노인들의 건강에 대한 기사가 무척 많고 그 중에서도 치매에 대한 기사가 어디에든 빠지지 않고 언급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살면서 자신이 누구인지도 모르고 남이 누구인지도 모른다고 상상하면 아찔하다. 치료는 안 되지만 예방은 할 수 있다고 제안한다. 예방하기 위해 필수적인 것이 운동하는 것과 취미를 갖고 사회 활동을 활발하게 한다는 것이다. 노인에게는 걷는 운동이 중요하다. 팬데믹 발생 훨씬 전에 고등학교 동문이 동부인하여 중앙공원 (Central Park) 걷기팀을 (6년 후배로부터 13년 선배 포함) 구성했다. 중앙공원은 버나비와 밴쿠버 경계에 있지만, 광역 밴쿠버의 중앙 위치에 있기에 주어진 이름이다. 대도시 안에 원시림이 무성한 거의 4 블록(block)의 면적을 차지하고 있고, 인공호수가 2개나 있는 큰 공원이다. 피로에 지친 대도시 시민들에게 편리한 쉼터가 되어 항상 많은 사람이 모이는 곳이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쉬면 쉰다” (If you Rest, you Rust)라는 목표를 세우고 매주 월요일과 금요일 오전에 모여 같이 걷고 점심을 나눴다. 올해(2021년)가 10주년이고 그 간 폭설로 인해 몇 주 빠진 일이 있을 뿐이고, 대선배 두 분이 우리 곁을 떠나셨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내려진 모임 규제로 2020년 3월부터 직접 만날 수 없었다. 차선책으로 4월 17일부터 Zoom 영상 모임을 통해 매주 금요일 저녁에 만나 대화를 나눴다. 영상 회의를 통한 만남은 2021년 7월 16일까지 계속되었다 (15개월간). 2021년 4월부터 시작된 1차 백신 접종은 7월에 이르러 거의 모든 주민에게 2차 접종까지 완료되어 옥외 활동은 50명 이하까지는 허용되었다. 따라서 몇 팀원들은 직접 만나 중앙공원 걷기를 재개함으로써 영상모임은 중단됐다.

 

필자는 팬데믹 시작되기 한 달 전 (2020년 2월) 항생제 부작용으로 몸에 이상이 생겨 사람 모이는 곳에서 격리 생활을 시작했다. 치료하기 위해 면역억제제를 1년 이상 복용하게 되어 의사의 권고에 따라 사람 모이는 곳을 삼갔고, 그로서리도 매주 아들네가 주말에 배달해 준다. 10월 초 어느 날 오전 우리 부부는 1년 7개월 만에 중앙공원을 걷게 되었다. 공원에는 사람이 드물었고 공기는 매우 상쾌했다. 동네 길을 걷는 것과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소위 나무에서 나온다는 “피톤치드” 때문이 아닐까? 그날 밤 우리 부부는 밤에 1번 깨는 단잠을 오랜만에 잤다. 그간 중앙공원을 걷고 점심을 같이하는 활동을 재개한 팀원들의 권고가 있었지만, 재개한 팀에 합류한 지 4주째 되었다.

 

   협착증으로 지팡이를 짚고 걷는 속도가 느리기에 전에도 홀로 걸었고 집사람은 여자들과 합류해서 걸었다. 합류한 첫 주에 4년 선배님께서 본인도 협착증이어서 빨리 걷지 못한다며 동행해 주셨다. 무려 20여 개월 만에 만나 이야기하며 따라갔는데 50여 분이 지나니 허리에 통증이 생기어 걷기가 불편했다. 선배님은 느리게 걷는다고 했지만 필자보다는 빠른 속도였다. 둘째 주에는 만류함에도 불구하고 동기 친구가 굳이 동행한다고 하여 60여 분 걷고 나니 허리에 좀 무리가 가는 것 같았다. 내 보조에 맞춰 걷는다고 했지만 역시 무리였다. 공원에서 걷는 것이 운동하고자 함인데 느린 걸음에 보조를 맞추게 되는 것을 원치 않았다. 세 번째 주에는 처음 40분간은 팀의 보조에 맞춰 열심히 걷고 그 후에는 혼자 걸으니 땀이 흠뻑 났고 운동한 기분이 들어 기분이 상쾌했다. 걸은 시간을 보니 72분이었고 발걸음 수는 7,000보 정도였다. 앞으로는 팀원 보조에 맞춰 걷는 시간을 최대한으로 늘리는 것을 목표로 삼고 걸으려 한다. 아직 팀원들과 식사 같이하는 것은 삼가고 있다. 현재 3차 백신 (Booster Shot)이 의료인들과 Immunocompromised인 사람들에게 우선으로 실시되고 있다. 뉴스에 의하면 12월경부터 70세 이상 일반 노인에게도 접종이 실시된다고 한다. 우리도 Booster Shot을 맞으면 식사에도 동참하여 오랜만에 옛날과 같이 왁자지껄하게 떠들며 이야기를 나누기를 소망한다.

 

<게시자 주: 필자가 2021.12.01.자 '중앙일보 밴쿠버'지에 쓴 글을 59카톡방에 올린 것을 전재한 것입니다. 띄어쓰기 약간을 고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