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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왜 8000m급 14개 봉우리를 최단시간 내에 오르려 했는가?

“도대체 왜 8000m산에 오르려는 겁니까?” 기자들의 질문에 니르말 님스 푸르자(Nirmal Nims Purja)는 “우리도 할 수 있으니까요!”라고 대답한다. 니르말 님스 푸르자는 네팔의 젊은 셰르파들로 만 구성한 팀을 이끌고 2019년 4월부터 10월까지 6개월 6일만에 8000m급 14개 봉우리 등정(登頂)에 성공하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웠다. 전문 고산 등반가라도 14좌 등정을 하는데 7년이상 걸리는 것에 비하면 전무후무한 기록인 셈이다. 님스는 “출신은 중요하지 않다.”라고 말하며 그동안 네팔 셰르파들이 외국 원정대의 조력자로써 정상 정복에 혁혁한 공을 세웠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평가받지도 못할 뿐 아니라 세상으로부터 각광을 받지 못한 것에 대한 서운함을 드러냈다.

“그다지 알려지지 않은 등반가입니다.”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산악 다큐 ‘프리 솔로(Free Solo)’의 제작자이자 등반가인 지미 친(Jimmy Chin, 48)은 님스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니르말 님스 푸르자는 1983년 네팔에서 태어났다. 구르카로 복무했다. 네팔 역사상 최초로 영국 해군 특전대에 뽑힌다. 구르카는 영국군에서 운영하는 네팔인들로 구성된 외인부대다. 마약, 관광수입과 함께 네팔의 주요 3대 수입원이다. 2011년 형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구르카에서 전역한 님스는 고산등반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다. 님스는 2012년 등반 경험도 없는 상태에서 처음으로 로부체 동벽(6119m)을 등정했다. 2014년 5월에는 14좌 중의 하나인 다울라기리를 등정했다. 2016년 5월에 에베레스트를 등정했다. 2017년에는 구르카의 영국 복무 200주년 기념으로 13명의 구르카와 함께 조직된 팀 “G200E”의 리더로 에베레스트에 등정한다. 이 공로로 엘리자베스 여왕으로부터 대영제국 훈장 5등급(MBE)을 수여 받는다. 이렇듯 그는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은 평범한 산악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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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구르카에 입대한 님스는 영국 해군 특전대에 선발되는 최초의 네팔인이 된다. 2011년 형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구르카를 제대하고 꿈에 그리던 고산등반가로써 발돋움을 시작한다. 체력단련을 위해 런던에 있는 고산훈련센터에서 테스트를 받고 본격적인 고산훈련에 돌입한다.[NETFLIX CAPTURE]

이런 그가 2019년 4월부터 6개월동안 ‘Project Possible’이라는 팀 구호를 가지고 네팔 셰르파들로 만 구성된 등반대를 꾸려 히말라야 8000m급 14좌를 최단기간 내에 완등함으로써 전무후무한 대기록을 만들어낸다. Netflix 다큐멘터리 ’14 Peaks’는 그 여정을 그린 작품이다.

이제부터 우리도 그와 함께 14좌 등정길에 올라본다.

 

그들의 발자취를 따라가 본다!

그들은 14개 봉우리를 3개의 그룹으로 나누어 등정하기로 계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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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에는 8000m급 봉우리가 14개 있다. Project Possible Team은 네팔에 있는 6개 봉우리를 제1차 목표로, 파키스탄에 있는 5개 봉우리를 제2차 목표로, 그리고 네팔과 중국(티벹)에 걸쳐 있는 3개의 봉우리를 마지막 제3차 목표로 삼는다. 제1차는 봄철, 제2차는 여름철, 제3차는 가을철에 오르기로 한다.[NETFLIX CAPTURE]

 

PHASE 1: 봄철에 네팔에 있는 6개 봉우리를 31일만에 등정하다.

네팔에 있는 6개 봉우리가 1차 타겟이다. 안나푸르나(Annapurna 8091), 다울라기리(Dhaulagiri 8167), 칸첸중가(Kanchenjunga 8586), 에베레스트(Mount Everest 8848), 로체(Lhotse 8516), 마칼루(Makalu 8485)다.

2019년 4월 23일 안나푸르나 등정을 시작으로 5월 12일 다울라기리(8,167m), 5월 15일엔 칸첸중가, 5월 22일에는 에베레스트(8848m), 당일로 로체(8516)에 오르고, 5월 24일에는 마칼루(8,485)를 등정함으로써 봄철 네팔에 있는 6개의 봉우리를 1개월 1일만에 등정하는 기염을 토한다. 특히 다울라기리에서 마칼루까지 5개의 봉우리를 등정하는 데는 12일 밖에 걸리지 않았다. 그 중 에베레스트, 로체, 마칼루를 2일 30분 만에 모두 등정해서 기네스북에 등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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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4월 23일 안나푸푸르나 정상에 올랐다. 이 등정에는 외국인 원정대 Don Bowie도 함께 했다. [NETFLIX CAP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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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2일 에베베레스트 등정을 마치고 하산 중에 님스가 촬영한 사진이다. 기상이 좋지 않아 대기하고 있던 등반대들이 5월22일~23일 날씨가 좋아지자 일제히 등반길에 올라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된 현장이다. 님스가 이 사진을 SNS에 올리자 New York Times가 국제판 제1면에 톱으로 게재했다. 방송들도 일제히 보도하기 시작했다. "Traffic Jam on Mount Everest"[NETFLIX CAP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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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7월 24일 K2 정상에 선 님스. 안나푸르나 정상에 서선지 3개월 1일(91일)만이다. 2차 목표를 완성하기 위해선 브로드피크만 남았다.[NETFLIX CAPTURE]

 

PHASE 3: 가을철에 네팔과 중국에 걸쳐 있는 3개의 봉우리를 25일만에 등정하다.

네팔과 중국에 걸쳐 있는 3개의 봉우리가 마지막 타겟이다. 초오유(Cho Oyu, 8188), 마나슬루(Manaslu, 8163), 시샤팡마(Shishapangma, 8027)가 그들의 마지막 목표다.

2019년 9월 23일 초오유, 9월 27일 마나슬루를 등정하고 중국으로부터 등산허가를 받기 위해 기다리다가 10월 18일 드디어 시샤팡마를 등정하여 네팔과 중국에 걸쳐 있는 3개의 봉우리를 등정함으로써 6개월 6일만에 14좌 완등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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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0월 29일 드디어 시샤팡마 정상에 섬으로써 13좌 등정을 완료하게 된다.[NETFLIX CAP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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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정부로부터 입산허가를 받기 위해 외교적, 정치적 노력을 기울인 끝에 마침내 허가를 얻는다. 님스는 허가를 얻기위해 네팔 수상을 비롯한 정치인, 그리고 국제기구를 통한 외국 유명산악인들에게로부터 적극적인 지원을 받고, SNS를 통해 Follower들의 지지를 얻어내는데 성공했다.  [NETFLIX CAPTURE]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자 세계적인 유명 산악인들이 평가를 하기 시작했다. “진정한 알피니스트가 아니다.”라는 세평을 한 산악인 그룹은 님스가 상업주의에 치우쳐 진정한 알피니스트로서 지켜야 할 룰을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님스는 최단 시일 내에 주파 목표를 위해 산소를 사용했으며, 새로운 루트를 개발한 것도 아니고, 베이스캠프 이동에는 헬기와 자동차를 이용하고 많은 셰르파들을 동원하여 사전에 베이스캠프 준비작업을 시켰고 다른 셰르파들이 짐을 날라주는 일을 도왔다는 것이다. 오직 기록 주파에만 신경을 썼다는 주장이다.

반면 폴란드 산악인 크르지스토프 비엘리치(71)는 “우리의 경쟁자인 러시아, 카자흐스탄, 이탈리아, 스페인이 성공했다면 기분이 안 좋았을 텐데 네팔인들이 스스로 했다는 건 좋은 일”이라고 추켜세웠다. 이용대(85) 코오롱등산학교 명예교장은 “네팔인과 셰르파들이 8000m 세계의 주인임을 스스로 드러낸 사건”이라며 “이제 8000m급 정복의 시대는 저물고 봉우리 등정보다 6000m, 7000m급 미답봉으로 더 어려운 루트로 오르는 ‘등로주의(登路主義)’가 각광을 받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마지막 난제인 겨울의 K2는 우리가 올랐다!

상업주의에 지나치게 집착했다는 비평을 받아 온 님스는 곧바로 팀을 꾸려 2021년 1월 16일 8000m급 최후의 난제인 K2(8611)를 네팔 등반대 10명과 함께 어깨동무를 하며 정상에 올랐다. 그리고는 이렇게 외쳤다. “우리의 모든 산을 외국인들이 올랐지만, 마지막 난제인 겨울의 K2는 우리가 올랐다.”며 감격했다. 보통 동지(12월 21일)에서 춘분(3월 21일)까지를 동계 등반기간으로 보는데 이때 K2 정상의 바람은 시속 200km까지 올라가고 기온은 영하 60도까지 내려가는 그야말로 지옥이나 다름 없는 것이다. 동반자 3명 중 1명은 사망하는 통계가 얼마나 혹독한 환경인가를 말해 준다. 이렇게 님스는 네팔 등산가로서 존재감을 과시했다.

그 동안 외국 원정대의 조력자로써 취급 받던 네팔 산악인들이 이제는 주연으로 등장함으로써 세계 등산역사를 다시 쓰게 되었다. 님스는 이번 14좌 최단 기간 등반 시에 산소를 사용했으며 신루트를 개척한 것도 아니다. 이번 업적은 대단한 기록임에는 틀림 없으나 너무 상업주의에 치우쳤다는 평가도 무시할 수는 없다. 그래도 2021년 1월 K2 겨울등반에 성공한 것은 그를 다시 조명하게 해 준 사건이었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K2의 동벽이나 북벽과 같은 난코스를 개발해 낸다면 그는 분명코 알피니스트로 새로운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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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인 대기록을 수립학고 일행은 메스컴의 대대적인 환영을 받는다. 그러나 님스는 여전히 불만이었다. 외국등반대가 성공했다면 더 많은 매스컴이 관심을 보였을 것이라고 서운함을 드러냈다. 그러나 그는 네팔인으로써의 존재감을 과시하는데 전혀 모자람이 없었다. 하산 후 환영인파에 둘러싸여 기념촬영을 했다. 사진 왼쪽부터 Geljin Sherpa(최고의 춤꾼), 팀 리더인 Nirmal Nims Purja, 님스가 자신의 오른팔이라고 하는 Mingma David Sherpa, 그 뒤에 Gesman Tamang, 그리고 최고의 짐꾼으로 불리는 Lakpa Dendi Sherpa. 사진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에베레스트와 마나슬루 등반에 동참한 Sandro Gromen-Hayes가 있다. [NETFLIX CAP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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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스는 어머니를 끔찍히 섬겼다. 어머니도 막내 아들인 님스를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님스가 14좌 등반을 위해 동분서주하는 사이 지병을 앓고 있던 어머니가 끝내 견디질 못하고 병원에 입원하게 된다. 님스는 잠시 등반을 멈추고 어머니 곁은 지킨다. 상태가 좋아지자 다시 등반길에 올랐다. 어머니는 님스에게 "나를 위해서라도 이 일을 끝맺으라"고 당부한다.[NETFLIX CAPTURE]

 

  • 이원구 2021.12.31 11:24

    세계최고봉인 에베레스트산을 오른 그간의 내력을 어렴풋이나마
    알게한 좋은 기사, 천곡 수고하셨습니다.
    어떤 면에서는 자기나라에 있는 소중한 산을 외국인이 마치 자기집
    안마당인듯 오르면서 자랑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네팔인들에게는
    무척 불편하였으리라는 것은 충분히 짐작이 됩니다.
    하여 네팔인들로 구성된 건각들이 최단시간내에 14개정상을 정복하여
    세상에 알린것도 인정할 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