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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03 17:16

[月雲詩畵] 雙墳무덤

조회 수 241 추천 수 0 댓글 4

요즘 바실님이 손풀이를 위해서 자주 연습하는 슈벨트 즉흥곡 4 번을 듣고 있자면

참으로 경이스러움에 마음이 휩싸입니다. 어쩌면 저리도 깊고 고운 소리를 만들어

남들에게 깊은 공명을 주며 들려줄 수 있을까? 바실님 스타일과는 좀 다르지만 아래

Olga Zado 의 연주도 가끔 찾아 듣습니다.

        Schubert: Impromptu Op. 90 No. 4 / Olga Zado - YouTube

햇볕 쌓인 들판을 달려가듯 오르내리는 알페지오, 그리고 가슴을 두텁게 두드려주는

코드음악이 어우러져 반복되면 나는 생각에 잠기게 됩니다. 우리 삶의 이야기 아닌가!

문득 오래전 돌아가신 부모님 생각, 자주 찾아뵙지 못해 죄송한 마음을 얼마전 써 두은

詩 한편으로 달래봅니다.

 

[月雲詩畵] 雙墳무덤

 

月雲 박진용

 

동산 양지 둔덕 위 雙墳무덤

잊은걸까, 잊힌걸까

아니면 살기에들 너무 바쁜걸까

찾는 이 발길 끊긴지 오래네

 

무성히 자란 잡초는

끊임없이 찾아주는 바람따라 벗하여 울렁이고

놀란 메뚜기 몇 마리

바람에 질새라 뛰어오르네

 

산봉우리 넘어 서녘에 기우는 해는

뜻없이 바쁜 길을 재촉하는데

물찬 나비 한쌍 짝지어 하늘로 올라

석양을 잡네, 하루의 끝자락 잡네

 

잊히려나, 어둠에 또 잊히려나

달빛 음산한 둔덕 위 雙墳무덤

바람도 자는가 이밤엔 찾지 않고

풀벌레 소리만 지척에 있네

 

 

 

하늘과 땅 사이 M.jpg

                                             [사진] 바실-하늘과 땅 사이 햇볕 가득한 들판에 선 사람

 

Atachment
첨부 '1'
  • 방지기 2022.05.04 05:47
    바실님 소식, 반갑네.
    가만 귀 기울이니
    그 건반 손길 따라 즉흥이 돋는 듯.

    이 나이에 이르러 나 역시 머지 않은 귀향길이
    자주 어른거린다네
    먼저 떠난 이들을 회상하며.

    무올
  • 구달 2022.05.04 07:55
    무올,

    쌍분무덤의 사진을 찾으며 많은 생각을 했지.
    구달의 월운시화에는 두 종류가 있네.
    글이 먼저 온 것, 아니면 사진이 먼저 온 것.
    쌍분무덤은 전자에 속하네. 시가 먼저 왔지.
    그런데 생각해 보니... 어쨋던 나는...
    하늘과 땅 사이, 이 아름다운 햇볕 가득한 들판에 서 있는 거야.

    항상 깊은 시심으로 읽어주어 고맙네.
    부디 건강하고 행복하시게.
  • 마정 2022.05.04 08:01
    육체의 성장은 멈춘지 오래지만, 구달의 내면은 점점 깊어져 가는군. 요즈음은 만나는 사람마다 '아, 7년 후에는 못 볼 사람!' 하며 가슴이 찌르르 해 지네. 작년 말에는 부모님 산소를 없앴네. 나쁜짓 한 것 같은 죄스러움... 그러나 내 정신이 몇년 이내에 아주 흐려지리라 생각하면, 할 일을 잘 했구나, 이젠 숙제도 없고 편안하게 그곳을 바라볼 수 있구나, 안도하기도 한다네...
  • 구달 2022.05.04 11:46
    마정, 그대는 선구자야.
    무겁고 벅찬 말이라 쉽게 흘리기 어려워 마음에 품고 있었지만 그대는 선구자야, 마정.
    근데 정말 7년이나 있는 것 맞어? 몇년이나 남았냐, 이거 내겐 아주 중요한 숫자라네.
    늦게 은퇴하면서 아이들을 위해 stock에 투자를 시작해서 제법 잘 되어가고 있었는데...
    뒤늦게 갑자기 inflation 이야기가 터지면서 market이 한동안 제자리걸음을 하고있잖아...
    나는 원래 앞으로 5년 정도 내다보고 있었는데 마정 얘기를 듣고보니 2년 정도 더 있네!!! 됐어.
    2년이면 다가오는 디프레션도 힘을 잃겠고, 코비드, 유크레인, 트럼프매드네스 등등..
    내 머릿속이 깔끔하게 비어지겠지. 하하하... 고맙다 마정, 친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