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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언이 영정 앞에서,

아아… 태언아! 
좀 더 기다리지 못하고 벌써 가다니 가슴이 너무 아프구나! 우리 같이 Zoom으로 만나서 우리 서로를 걱정하며 위로하고 어릴 적 이야기로 꽃을 피우던 것이 바로 엊그제 같은데….

지난달 한국 방문 중에 가까운 친구들과 5월 1일에 안성에 있는 태형이를 만나러 갔었지. 고등학교 졸업한 후 한자리에 모인 것이 처음이었어! 강산이 6번 변한 거지. 점심 먹으며 옛날이야기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지내다가 근처에 있는 정우의 묘소를 방문했어. 정우가 간 후 17년 만에 한자리에 모인 것이 신기했고 고마웠었지. 그때 너랑 다 같이 Zoom을 하자고 약속하고 헤어졌는데…

태언아!

나는 너를 속으로 참 부러워했단다. 총명하지, 날씬하지, 잘 생겼지, 순발력 좋지, 명랑했지. 나는 아무래도 몸이 좀 무거워서 둔한 쪽에 속했었기 때문이었을 거야. 고등학교 1학년 때인가? 너는 어느 빵집에서 대낮에 앉아 있는 “짜가 경기생”을 잡아 혼내 준 일이 있었지. 그 이야기를 듣고 나는 감탄하였었지. 나 같으면 의심했을지는 몰라도 직접 잡을 용기는 없거든. 또 우리 2학년 때 사회생활을 가르치던 N 선생은 출석 부르며 “네 이름이 뭐냐? 본이 뭐냐? 어디에 사느냐?” 등등으로 시간 끌었었지. 우리가 대화하다가 걸려서 불려 나갔어도 전혀 잘하지 못했다는 기색을 안 나타내니 잠깐 무릎 꿇고 손드는 벌을 받았지. 수업 후에 나 보고 교무실로 내려오라고 해서 가니 달래며 불만이 있으면 말하라고 해서 다 말했지. 그 후로 우리 반에서는 시비를 걸지 못했어.

너는 문리대로 나는 공대로 입학한 후 서로 연락이 끊겼지. 어느 해 문리대에서 만나게 되었는데 너는 참 멋쟁이였어! 몸에 딱 맞는 녹색 양복에다가 하얀 양말, 까만 구두에다 양말이 보이도록 한 짧은 바지, 핸섬한 얼굴, 날씬한 몸매. 남자인 나도 반할 정도였지. 뚱뚱한 나에게는 부러울 수밖에 없는 스타일이었어.

그 후 우리는 군에 입대했고, 나는 제대 직후 캐나다 유학하러 와서 수십 년이 흘렀지. 90년도 중반에 한국 방문 중 서울 Ramada Inn에서 만났고, 2013년 졸업 50주년 기념 여행 때 경주에서 섭장이와 같이 사진 찍은 후 우리는 멀리 떨어져 살며 세월을 보냈지. 네가 회복되어서 우리 같이 Zoom으로 옛이야기를 나누고자 계획을 했었는데…

태언아!

내 삶이 얼마나 남았는지 모르지만, 그래 우리 천국에서 다시 만나서 지난 세월 지내온 이야기로 꽃을 피우자! 고통과 슬픔이 없는 천국에서 평안히 쉬며 우리를 기다려라! 
슬픔에 잠긴 유가족과 친구들에게 성령 하나님의 위로가 함께하기를 기도하며,

2022년 6월 11일.
밴쿠버에서 의원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