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조회 수 103 추천 수 0 댓글 0

한시산책좀 합시다.

                                                                                 嘉山 이택규

                    하일즉사(夏日卽事) 여름날에 쓴 즉흥시

       염막심심수영회(簾幕沈沈樹影廻) 주렴 친 깊은 곳 나무 그림자 돌아들고

      유인수숙한성뢰(幽人睡熟 聲雷) 은자는 깊이 잠들어 우뢰같이 코를 고네

      일사정원무인도(日斜庭院無人到) 해 저문 정원에는 찾아오는 사람도 없고

      유유풍비자합개(唯有風扉自闔開) 바람이 불어 스스로 사립문을 열고 닫네

 

                                        마음의 여유

고려 중기의 시인 이규보(李奎報)의 시입니다.

하일즉사(夏日卽事)’란 제목의 2수 중 하나입니다.

 

정적이 깊은 산속에서 시간 흐름을 알 수 있는 것은

햇빛의 움직임에 따라 달라지는 나무 그림자의 이동입니다.

주렴발 사이로 비쳐든 나무 그림자가 이중으로 겹치며

마룻바닥을 수 놓고 있습니다.

시간이 흐르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마룻바닥 위에서

잠든 은자(幽人)의 코 고는 소리만 우레와 같이 들려옵니다.

 

한여름인데, 이 시의 주인공이 거처하는

깊은 산속의 집에는 시원한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누구 하나 찾아오는 사람도 없는데,

바람결에 사립문이 저절로 열리고 닫힙니다.

, 한가로움은 무더운 여름날에 시원함을 안겨주는 속세의 일상입니다.

바쁜 현대인의 삶 가운데도

한번쯤은 그런 한가로움을 만끽하는 기회가 필요합니다.

마음의 여유야말로 무더운 여름을 이기는 슬기가 아닐까,

문득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이규보(李奎報, 1168~1241)

고려시대 대표적인 문장가로서

사종(詞宗)’이라 일컬어지는 이가 바로 백운거사 이규보이다.

본관은 여주이고 초명은 인저(仁氐),

자는 춘경(春卿)이며 호는 백운거사(白雲居士)라고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