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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영문학과 신정현 교수] T.S. 엘리엇 황무지의 시평과 전문

by 방지기 posted Feb 17,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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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여풍] 

출처 https://m.blog.daum.net/yeopoong2/3348?category=1607503

 

T.S. 엘리엇 황무지의 시평과 전문

-신정현 교수

 

T.S. 엘리엇(1888~1965)의 황무지

 

1922년에 발표된 엘리엇의 시 ‘황무지’는 20세기 현대 문명에 갇혀 생명의 기운을 잃은 서구인의 자화상이다.

20세기의 기술혁명을 바탕으로 치러진 1차 세계대전은 양측 군인 사상자만 3500만 명에 이르는 형언하기 어려운 아픔이었다.

죽음만이 문제가 아니었다. 죽음에 이르는 길은 얼마나 더 참혹하고 처절했던가?  

 

작가는 시를 통해 스스로 만든 재앙의 굴레를 자신의 머리 위에 쓴 사람들의 죽은 영혼을 해부하고 있다.

누구일까? 그리고 무엇일까?

북러시아의 들쥐처럼 집단자살의 충동에 시달리며 거역할 수 없는 힘에 이끌려 문명으로의 길을 걷고 있는 그들은?

인간에게 내린 신의 축복, 문명을 생명이 깃들 수 없는 황무지로 만든 이의 정체는 무엇인가?

20세기 최대의 시인 엘리엇은 섬뜩한 이미지와 푸가풍의 반복적이고 음성적인 리듬으로 끊임없이 이 물음을 곱씹고 있다.

 

황무지란 원래 생명이 서식할 수 없는 불모의 땅이지만, 이 시에서 황무지는 생명이 깃들 수 없는 문명을 뜻한다.

그렇다면 20세기 문명은 왜 생명을 잉태할 수도, 생명을 길러 낼 수도 없게 되었나?

‘세티리콘’에서 따온 이 시의 서시는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얻는 열쇠다.

늙어 쪼그라들어 작은 병 속에 갇혀 추녀 끝에 매달려 살게 된 무녀 시빌에게 한 아이가 묻는다.

“시빌, 너 무얼 원하니?” 시빌이 대답한다. “나는 죽고 싶어!”

 

아폴로 신은 무녀 시빌을 총애해 어느 날 소원을 하나 들어 주겠다고 약속했다.

시빌은 먼지 한 줌을 움켜잡으며 말했다.  “먼지알만큼 많은 삶을 내게 주십시오.”

그녀는 젊음은 단 한 번밖에 없는 인간으로서의 ‘먼지알만큼 많은 삶’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지 못했다.

그저 무한히 오래 살고 싶었을 뿐, 젊음을 재창조하며 오래 살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지 못한 시빌의 모습과,

그저 많은 문명의 이기는 원하지만 그곳에서 행복과 희열을 얻는 방법을 찾지 못하는 현대 서구인들의 모습은 너무나 똑같지 않은가?

 

20세기를 넘어서면서 맞닥뜨린 문명의 막다른 골목에서

엘리엇은 서구인의 삶에 서린 ‘무한한 늙음’과 ‘죽음만이 유일한 소망’이 되어 버린 깊은 절망을 보았다.

그러나 그를 더욱 절망하게 한 것은 그 절망조차도 의식하지 못하는 현대인의 정신적 황폐함이었다.

 

시빌의 절망에는 아직 희망은 있다.

그녀는 죽고 싶어 한다. 왜냐하면 그 뒤에는 재생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대인들의 절망에는 희망이 없다. 

그 황폐한 정신을 가지고 죽음을 피해 다닐 뿐, 재생의 길을 걷지 않기 때문이다.

 

황무지에 등장하는 겨울에 따스함을 쫓아 남쪽으로 가는 유한계급의 사람, 종교적 신념을 잃고 방황하는 사람,

문명의 값진 유산을 허식의 수단으로 사용하는 상류계층 속물, 

생명력의 원천으로서 성(性)의 의미를 생각하지 못하는 방탕한 여인,

상업적 이익에만 몰두하는 장사치, 구원의 기사를 유혹해 위험에 빠뜨리는 거리의 여인 등 수많은 인물은

모두 황폐한 정신을 지녔으면서도 그것으로 절망하지 않는, 정신적으로 죽은 자들이다.

그러므로 이 시의 제목은 생명이 깃들 수 없는 황폐한 문명에 붙여진 것임과 동시에

젊음의 재창조가 없는 영겁의 삶에도 두려움을 갖지 못하는 현대인들의 황폐한 정신에 붙여진 것이다.

 

신정현 서울대 교수 영어영문학과

 

- ‘사월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고 뜨겁게 노래한 시인은 신동엽이었다.

1960년 이후 우리의 사월은 4·19혁명의 이미지와 함께 다가오게 마련이다.

라일락과 백목련이 화사하게 피어 봄기운의 신명을 지피는 계절 사월.

그 소생과 희망의 계절처럼 4·19가 일어났지만,

5·16이라는 느닷없는 무서리에 의해 희망의 꽃잎을 떨구어야 했던 안타까운 역사를 지니고 있는 까닭에 

우리네 사월은 결코 예사롭지 않다.

 

그런가 하면, 미국 세인트루이스 출신 시인 T S 엘리엇 역시 사월을 괴로워했던 시인이다.

널리 알려진 대로 ‘사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라고 절규했다.

모든 생명에 새로운 물기가 흐르고 자연의 철리(哲理)와 더불어 화사한 꽃들이 피어나는 사월.

낭만파시인들에게 예찬의 대상이었던 사월에 대한 엘리엇의 시적 절규는 이유 있는 것이었다.

생명 있는 모든 것들이 마모되어 더 이상 진정한 꽃을 피울 수 없게 된 황무지 같은 현실,

더 이상 뿌리 내릴 한 뼘의 땅조차 발견할 수 없었던 절망과 몸부림이 그로 하여금 문명 비판적인 절창을 부르게 했다.

 

확실히 엘리엇의 ‘황무지’는 환멸의 시이다.

제1차 세계대전의 가공할 만한 재앙과 혼돈, 그리고 그 심각한 후유증을 철저하게 앓고 있는 고통의 음악이다.

‘황무지’의 잘 짜인 시행 속에는 정의와 질서를 잃은 혼돈의 상실감,

사랑과 자비로운 마음이 소진되어 마침내 악마의 제국으로 추락할 것만 같은 위기감 등이 도도한 물결 되어 흐른다.

 

‘사월은 가장 잔인한 달/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 내고/추억과 욕정을 뒤섞으며/봄비로 잠든 뿌리를 깨운다.

/겨울은 오히려 따뜻했다./망각의 눈[雪]으로 대지를 덮고/마른 구근으로 가냘픈 생명을 키웠으니.’

전쟁은 가혹했다. 살아 있는 생명은 물론 생명의 뿌리마저 앗아가 버린 참담한 공포였다.

무엇보다 영혼의 생명을 고갈시킨 재앙으로 시인에게 다가왔다.

 

1부 ‘죽은 자의 매장’에서 시인은 겉보기에 라일락이 피어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죽은 땅이나 다름없다는 것,

아니 철따라 꽃을 피우는 자연과는 달리 인간의 대지는 여전히 죽은 땅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경고한다.

차라리 겨울이 따뜻했다고 적은 것은 분명한 역설이다.

문명은 메말랐고 희망은 소실되었다며 조종(弔鐘)을 울린다.

 

2부 ‘체스놀이’에서 시인은 자기 탐닉 속에서 자아 상실에 빠진 사교계 귀부인의 초상을 노래한다.

외면과 내면 사이의 파열을 겪는 그녀는 ‘내일은 무얼 해야 할까요?/도대체 무얼 해야 할까요’라고 되뇐다.

여기서 엘리엇은 문화가 타락하고 속악해져 더 이상 의미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없음을 얘기한다.

사람들이 주고 받는 생(生)과 성(性)은 더 이상 생식이 가능하지 않은 황무지의 그것이다.

바텐더의 반복되는 소리, ‘서두르세요, 이제 시간이 다 되었습니다’라는 말은 매우 불길하게 다가온다.

시간이 없다는 것은 분명한 경고의 메시지다.

 

계속 황무지 같은 현실과 그 부활의 가능성을 탐문하던 시인은

마지막 5부 ‘천둥이 한 말’에 이르러

비를 기다리는 황무지에 비를 몰아오는 천둥소리를 들려준다.

혼란 속에서 가냘픈 힘으로 견디기는 하지만 지금 우리가 죽어가고 있다는 엘리엇의 진단은 매우 가혹할 정도다.

죽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을 시인은 바위와 고갈의 이미지로 형상화한다.

천둥은 오랜 동양적 지혜의 틀을 통해 구원의 메시지를 보낸다.

 

‘주라, 공감하라, 자제하라.’ 은근한 희망이 담겨 있지만,

그 희망에 가 닿기 위해서는 아직 견뎌야 할 혼돈과 광란의 시절이 많이 남아 있음을 거듭 환기한다.

황무지에 정녕 생명력 있는 구원은 아직 멀었다.

그러나 서둘러 예비해야 된다는 메시지로 20세기의 시를 마무리한다.

 

그렇다면 지금, 21세기의 이 땅은 어떠한가?

생명의 단비가 촉촉하고 충분한가?

사월을 보내면서 한 가지만 말해 보자. 의사소통의 황무지.

나와 다른 남의 의견을 경청할 귀에 이명 현상이 심각하다. 진실의 자연스러운 소통이 난망하다.

소수 의견은 집단적으로 따돌림 당하기 일쑤다.

세상의 많은 이전투구의 이면에서 의사소통의 황무지 현상을 발견하는 것은 더 이상 새삼스럽지 않다.

그래서 우리는 다시 천둥소리에 귀기울여야 한다.

 

- 영국의 근대 시인 T.S 엘리엇(1888~1965)의 황무지에서

‘사월은 잔인한 달’이라 함은 오늘의 현실을 똑바로 보고 비평한 예언의 글이다.

텅빈 껍데기 인간들의 몰락해가는 문명을 예리하게 비판한 이 몇 글자가

우리들의 심금을 울린다.

 

인간은 마치 박제된 동물 모습과 같이 제 모습을 탈피 못하고 구태의연한 채로 자연을 지배하려고 한다.

정말로 인간은 구제 불능이다. 

시작에 끝이 있고 끝에 시작이 있음에 자연의 생명력은 계절을 알아보고 어김이 없이 소생하는데 비하여

인간은 말할 수 없이 초라하다.

 

사월은 부활의 계절이나 인간에게 사월은 가장 잔인한 달인지도 모른다. 

이것은 진정한 의미에서 봄은 아니다.

 

한톨의 씨앗이 싹을 틔우기 위하여 두꺼운 껍질을 깨고 나오듯 

우리도 고정관념의 틀을 깨야 한다.

이 봄은 우리 모두에게 조그마하고 단단한 나의 해묵은 껍질로부터 탈피하는 

새로운 원년의 봄이 되기를 고대한다.

이것이 삶의 중심이요 가치의 존재 아니겠는가.

 

우리 모두가 헛된 욕심이나 허영, 오직 나만 아는 마음, 내 것만 내세우는 마음, 

밝음과 어두움을 바로 보지 못 하는 온갖 아집과 편견들을 버리고,

우리 모두 몸과 마음도 거듭거듭 새로워지는 진정한 너와 나의 새 봄이 되기를 갈망해 본다.

 

봄을 맞이하는 사람들의 마음은 각각 다른 데 가 있을 것이나

인생의 봄을 멀리 흘러 보낸 나는 지금 자식이나 제자들의 한창 피어나는 인생의 꽃봉오리를 바라보며 

만족의 웃음으로 이 봄을 맞이해야 되겠다.

 

그리하여 여유와 웃음이 함께하는 봄,

진리의 여신이 깃든 마음의 봄이 우리 모두에게 다가올 때

진정 봄은 엄마의 따뜻한 가슴으로 포근하게 맞이하고 보낼 수 있으리라 본다.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애틋한 추억을 노래로 들려주며 달콤한 기억을 선사한다. 

기억 속의 음악들, 그 시절 함께 했던 사람들,

이 모든 기억은 반복되는 삶 속에서 잊혀져 가지만 

어느날 들려오는 흘려간 가요에 문득 그때의 기억이 떠오르곤 할 것이다.

젊은날을 추억하고 싶다면 맘껏 즐겨보자!

 

흔히 스무 살 무렵에 시인을 꿈꾸지 않는 사람은 어리석다고들 한다.

그리고 이십대가 넘어서도 시인을 꿈꾸는 자는 더 어리석다고 한다.

 

- 그대, 4월의 들녘에 나가 보았는가.

봄볕이 따스하게 내리는 한나절 뒷산에 올라가 저 넓은 들판을 내려다 보라.

봄볕에 따스하게 데워진 잔디밭에 등을 대고 반쯤 눈을 감으면 푸르른 초록의 들판 위엔 아지랑이가 가득 피어 오르고

그곳에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운 모습이 눈 앞에 나타난다.

살랑대는 바람결에 물결치는 드넓은 보리밭 들녘. 

빛나는 초록의 대지는 자연의 순수함을, 그 깨끗함만을 그대로 우리에게 비추어주고 있다.

 

그런데 우리네 인간들의 모습은 과연 어떠한가.

서울 강남에서부터 발원된 부동산투기의 불패신화는 이제 대한민국 제1의 재테크 수단으로 자리잡았고

일산, 분당, 판교… 서울 외곽 수도권이 온통 아파트 숲으로 번져 가도 선량한 서민은 그림에 떡일 뿐,

영특한 투기꾼들의 번뜩이는 눈초리와 가진 자들의 탐욕스러운 욕망은 서민의 소박한 꿈을 무차별하게 제압한다.

잔악하고 비정한 존비속의 살해와 부녀자들의 연이은 죽음, 

심지어 초등학생까지 끼어든 ‘일진회’라는 이름의 청소년 폭력과 상상 못할 탈선까지….

이처럼 우리사회에 암세포처럼 병들어 있는 인간들의 군상들은 

영국의 시인 토머스 엘리엇이 ‘황무지’에서 그려낸

도시의 메마르고 무의미한 그리고 불안한 인간들의 병리적 증후보다 

더 심각하고 암울한 모습으로 이글어진 우리들의 자화상으로 나타난다.

 

그러면 이러한 우리네 인간들의 모습과

저 드넓은 사월의 들녘에 펼쳐진 순수한 대자연의 모습과는

어떠한 대조를 이루는 것일까.

그 순수한 초록의 빛은 너무도 깨끗하여

정신적 공황으로 폐허가 되고 무질서와 혼돈으로 소용돌이치는

세속의 인간 군상들에게 정작 잔인한 모습으로 비쳐지고 

자연과 인간의 모습이 비대칭을 이루면서

자연은 우리들을 한껏 조롱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우리는 사월을 잔인한 달이라고 말하는 것이 아닐까.

사월이 우리의 고뇌에 찬 생을 힘들게 하여 잔인한 것이 아니라

계절은 이렇게 눈부시게 아름다운데 인간들의 회색빛 도시는 병들어가고 있으니 

이런 자연이 바로 잔인하지 않는가.

 

그렇다면 과연 우리들 주변에는 이처럼 험상한 눈빛만이 있는가.

그렇지 않다. 

생명의 불꽃이 서서히 꺼져가는 무의탁 노병자를 어루만지는 사랑의 손길이 있고,

가난의 질곡에서도 남을 탓하지 않고 다람쥐 채바퀴 같은 인생을 진실의 빛으로만 사는 사람도 있고,

자린고비로 모은 재산을 세상에 되돌려주는 소금같은 인생도, 

지조와 소신을 굽히지 않는 품격있는 자존의 삶도,

자유와 민주를 위하여 촛불을 켜는 사람들까지….

그리고 수능과 입시지욕의 기계화된 교육 메카니즘의 삭막한 벌판에서도

지난 겨울 쌓였던 눈꽃을 바라보며 

‘나는 다른 사람들의 가슴에 황홀히 떨어지는 눈꽃처럼 머물고 싶다’는 어느 여고생의 눈물어린 서정이 있으니

세상은 아직도 우리에게 희망을 버리지 말라고 한다.

 

- 전남대 이준학 교수(인문대학 영어영문학과)가 

엘리엇의 작품에 나타난 종교성을 다룬 책 ‘T. S. 엘리엇의 시와 시극에 대한 종교적 접근’을 펴냈다.

<전남대출판부 간, 1만 6천원>

 

이 책에서 이 교수는 20세기 최고의 지성 중 한 사람인 『황무지(The Waste Land)』의 시인 T. S. 엘리엇의 문학이

근본적으로 그의 종교적 고뇌에서 출발했다고 보고, 

진보적 종교철학자인 폴 틸리히의 조직신학에 비추어 그 특징을 규명하려 했다.

 

이 교수는 엘리엇의 시에 나타난 회의(懷疑)에 대한 조명을 통하여

실존적 존재로서의 한 인간이 어떻게 회의를 극복하고 신앙의 길로 나아갔는지를 추적하여 

이를 ‘사랑과 고통의 변증법적 과정’으로 분석해냈다.

회의를 극복하고 신앙을 수용한다는 것은 하나의 고투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엘리엇은 결국 사랑에서 그 길을 발견했던 것이다.

이 교수는 엘리엇 문학에 대한 오랜 심취와 각고의 노력 끝에 회의와 사랑에 대한 그의 통찰을 심화시켜,

이것을 엘리엇의 시와 시극을 통해 규명하는 뜻깊은 연구를 성취하였다.

학계에서는 엘리엇의 정신세계를 사실상 지배하고 있었던 종교 세계를 통찰력 있게 접근해냄으로써

엘리엇의 정신사를 한층 명확하게 규명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교수는 “두 가지 공감 때문”이라면서 

“첫 번째 공감은 지고한 것에 도달하기 위한 과정에서 고통은 필수적이라는 사실이며,

두 번째는 인간의 연약함에 대한 엘리엇의 절실한 인식”이라고 소개했다.

 

서울대학생 과외, 술집광고 문구, 중앙교회 전단지의 말씀, 등심전문 식당, 성인화상챗팅,

우글거리는 구데기처럼 기가 뻣치는 것은 먹고 배설하는 일뿐이다.

보이지 않는 종이 위에 나만의 수채화를 그려 넣었다 대상을 가위질 해가며 눈과 귀의 붓으로 덧칠해 왔다.

전봇대에 붙은 광고 전단지처럼 내 안에 짜집기 된 생각들이 더덕더덕 붙어 있다.

아침 이슬로 눈을 씻으며 보이지 않는 소리를 들어야 겠다.

백지장처럼 될 때까지 장님이 되고 귀머거리가 되어야 겠다.

 

- ‘황무지’의 시인 토머스 스턴스 엘리엇은

“미숙한 시인은 남의 작품을 모방하고 성숙한 시인은 자기 것으로 만든다.

삼류시인은 취해온 것을 망치고 일류시인은 새것을 창조해 낼 뿐이다”고 했다.

 

- T.S. 엘리엇 '황무지'

 

타락한 대지에도 꽃은 피는가

 

새 생명 낳지 못한 '4월은 잔인한 달' 메마르고 무의미한 유럽문명 진단

뚝뚝 끊기는 내용·방대한 상징 불구 '율리시스'와 함께 모더니즘 대표작

 

매년 4월이면 한 두 번쯤 우리는 방송에서 "4월은 잔인한 달…"로 시작되는 멘트를 듣는다.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영국으로 귀화한 시인 토머스 S 엘리엇의 '황무지(The Waste Land)'의 시작부분이다.

그러나 정작 '황무지'의 시작부분은 우리의 방송에서 멋스럽게 인용하듯 

개인적으로 잊고 싶은 경험을 묘사하는 부분이 아니다.

 

시간의 순환이라는 모든 생명체의 존재상황 중 적어도 보편적으로 재생과 부활을 경험할 수 있는 때인 4월,

즉 봄이 오더라도 결코 새로운 생명을 피워낼 수 없는 현대 유럽문명에 대한 시인의 진단이 담긴 부분이다.

엘리엇 시의 일부는 이렇게 대중적으로 회자되지만, 

정작 '황무지' 자체는 대중이 쉽게 다가갈 수 없을 만큼 난해하다.

1922년 출판된 '황무지1'는 소설에 있어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와 함께 모더니즘 문화의 한 획을 긋는 작품이며,

엘리엇은 그가 '황무지'를 헌정한 에즈라 L 파운드와 함께 영미문학사에서 대표적인 모더니스트 시인으로 꼽힌다.

대중의 취향과 타협하기를 거부하고 스스로 대중과 결별하면서 고답적이고,

어떤 점에서는 극히 개인적인 방법으로 세계를 조망하고 그 세계를 바라보는 자신의 의식에 천착하였던 모더니스트의 작품답게

엘리엇의 시가 진행되는 방식은 아주 특이하다.

 

우선 작품의 일부로 간주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망설이게 하는 시인 자신의 각주가 시의 난해성을 더한다.

막상 시를 읽기 시작하면, 

고정되어 있지 않고 끊임없이 변하는 화자(시를 말하는 사람을 일컫는 용어로 시인과는 구별하여 사용함)의 목소리라든가,

다양한 인유 등이 시를 읽어가는 독자를 곳곳에서 저지한다.

방대한 양의 상징과 광범위한 인유를 통하여 축적되는 시의 의미는 우선은 시인 개인에 의해 창출되지만,

이들이 서로를 지시하는 방법과 관계를 매개로 하여

시는 그리스도교가 그 정신적 지주인 서구 문명에서 병들었거나 무력한 서구인들의 모습을 찾을 수밖에 없음을 진단한다.

 

단테의 '신곡'이나 성서의 인유가 종종 눈에 띄지만

'황무지'가 주로 빚지고 있는 저술은 

제시 웨스턴의 책 '제의에서 로맨스까지(From Ritual to Romance)'와 제임스 프레이저 경의 '황금가지'다.

특히 웨스턴의 책은 어부왕의 죽음과 쇠약, 불모성으로 인한 대지의 기근, 영적인 빈곤, 불모성이 멸망의 교회를 찾아가

성배에 관한 바른 질문을 던지면 치유될 수 있다는 신화를 소개하고 있다.

성배에 관한 신화 속에서 엘리엇은 전쟁의 폐해와 질식할 듯한 현대 유럽의 상황,

더 구체적으로는 유럽문명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런던을 중심으로 한 유럽의 도시 속에서

메마르고 무의미하며 생명 없는 듯한 일상을 꾸려가는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유추해낸다.

현대판 불모의 땅은 메말라 죽어가고 있는 신화 속의 어부왕의 땅이 아니라 바로 우리들의 이 세상인 것이다.

 

'4월은 잔인한 달/언 땅에서 라일락을 피워 올리고/기억을 욕망과 뒤섞어 놓는/죽은 뿌리를 봄비로 잠깨워 놓는…'으로 시작하는

제1부는 '죽은 자의 매장'이란 부제로 시작한다.

20세기 유럽의 메마른 풍경, 이를테면 런던거리의 암울함, 유럽인들이 즐겨 찾는 휴양지에서의 사람들의 의미없는 일상,

거짓 예언이 난무하는 세상 등을 보여준다.

제2부는 '체스 게임'이란 부제가 달려 있다. 귀족부인이 등장하는 첫 장면이나 거리의 여인 모습 모두 현대인의 삶이 무의미하며

결실을 맺지 못 함이 드러난다.

 

제3부는 '불의 설교'라는 부제와 함께 불모의 도시 런던에서의 유사종말론적인 풍경이 펼쳐진다.

눈 먼 예언자 타이레시아스의 목소리인 듯 진행되는 제3부에서 '뼈들이 서걱거리는 소리'를 등뒤에서 듣는 화자는

이젠 더 이상 미적인 영감을 줄 수 없는 템스강변에서 마치 유랑민처럼 떠돌아다니고 남녀 간의 의미없는 사랑과 성을 경험한다.

'불의 설교'는 인간 욕망의 불길이 자기파멸적임을 경고하는 부처님의 설법을 말하고 있는데,

욕망은 범람하지만 결심은 하나도 없는 현대인의 상황이 그 자체 불모의 땅임을 보여주는 엘리엇의 해석이라고도 할 수 있다.

 

제4부 '물로 인한 죽음'에 이어지는 제5부는 '천둥의 말'이란 부제가 달려 있다.

 

특히 제5부 후반부에 등장하는 멸망의 교회는 이 화자의 순례의 최후 종착지지만

성배를 모신 곳을 찾아 기어코 성배를 찾아오는 기사의 희망적인 모습 대신

우리는 단테의 '신곡' '연옥'편에서 정화와 재생의 불을 체험하는 시인 아르노의 목소리와 되섞인 화자의 목소리를 듣는다.

마지막에서 시의 화자는 자문한다. 

'강기슭에 앉아/황량한 벌판을 뒤로 하고 낚시질하는 나/내 땅을 적어도 바로 잡아야 할까?'

 

'황무지'의 불연속적인 구성, 앞뒤가 논리적으로 연결되지 않는 난해함,

일관성이 결여된 듯한 화자의 목소리를 읽어내면서 독자는 시 전체가

파편화된 조각들을 불완전하고 불안하게 자리잡고 있는 인간의 병리적 현상을 증후적으로 보여주고 있으며,

모더니스트들이 인간의 삶을 이해하는 방식을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실증적이고 이성적인 과학으로는 더 이상 설명해낼 수 없는 세상과 인간존재의 모습을 앞에 놓고

엘리엇 시대의 예술가들이 절실히 필요로 했던 것은 오히려 

이성과 과학이 억누르고 있던 마음을 해방시킬 수 있는 신화와 통찰적인 상징이었다.

지성의 '단락(短絡)'를 통해 드러낼 수 있는 인간존재의 불안한 상황이 바로 엘리엇의 '황무지'가 보여주는 세상적인 것이다.

 

- Thomas Stearns Eliot (1888-1965) 

T.S. Eliot's The Waste Land

황무지는 20세기를 대표하는 시로, 모두 다섯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제 1부는 <죽은 자의 매장>, 2부는 <체스 놀이>, 3부는 <불의 설교>, 4부는 <물의 죽음>, 5부는 <천둥이 한 말>로 되어 있다.

이 작품은 정신적 메마름, 인간의 일상적 행위에 가치를 주는 믿음의 부재, 생산이 없는 성(性), 그리고 재생이 거부된 죽음에 대한 시이다.

 

The Burial of the Dead | A Game of Chess | The Fire Sermon | Death By Water | What the Thunder Said 

 

<이하 시 전문과 한글 번역 부분입니다.>

The Waste Land 

"Nam Sibyllam quidem Cumis ego ipse oculis meis vidi in ampulla

pendere, et cum illi pueri dicerent: Sibulla ti qeleiz; respondebat illa:

apoqanein qelw."

 

For Ezra Pound

il miglior fabbro.

 

I. The Burial of the Dead

 

April is the cruelest month, breeding

Lilacs out of the dead land, mixing

Memory and desire, stirring

Dull roots with spring rain.

Winter kept us warm, covering

Earth in forgetful snow, feeding

A little life with dried tubers.

Summer surprised us, coming over the Starnbergersee

With a shower of rain; we stopped in the colonnade,

And went on in sunlight, into the Hofgarten,

And drank coffee, and talked for an hour.

Bin gar keine Russin, stamm' aus Litauen, echt deutsch.

And when we were children, staying at the arch-duke's,

My cousin's, he took me out on a sled,

And I was frightened. He said, Marie,

Marie, hold on tight. And down we went.

In the mountains, there you feel free.

I read, much of the night, and go south in the winter.

 

What are the roots that clutch, what branches grow 

Out of this stony rubbish? Son of man,

You cannot say, or guess, for you know only

A heap of broken images, where the sun beats,

And the dead tree gives no shelter, the cricket no relief,

And the dry stone no sound of water. only

There is shadow under this red rock,

(Come in under the shadow of this red rock),

And I will show you something different from either

Your shadow at morning striding behind you

Or you shadow at evening rising to meet you;

I will show you fear in a handful of dust.

Frisch weht der Wind

Der Heimat zu

Mein Irisch Kind

Wo weilest du?

'You gave me hyacinths first a year ago;

'They called me the hyacinth girl.'

-Yet when we came back, late, from the hyacinth garden,

Your arms full, and your hair wet, I could not

Speak, and my eyes failed, I was neither

Living nor dead, and I knew nothing,

Looking into the heart of light, the silence.

Oed' und leer das Meer.

 

Madame Sosostris, famous clairvoyante, 

Had a bad cold, nevertheless

Is known to be the wisest woman in Europe,

With a wicked pack of cards. Here, said she,

Is your card, the drowned Phoenician Sailor,

(Those are pearls that were his eyes. Look!)

Here is Belladonna, the Lady of the Rocks,

The lady of situations.

Here is the man with three staves, and here the Wheel,

And here is the one-eyed merchant, and this card,

Which is blank, is something he carries on his back,

Which I am forbidden to see. I do not find

The Hanged Man. Fear death by water.

I see crowds of people, walking round in a ring.

Thank you. If you see dear Mrs. Equitone,

Tell her I bring the horoscope myself:

One must be so careful these days.

 

Unreal City, 

Under the brown fog of a winter dawn,

A crowd flowed over London Bridge, so many,

I had not thought death had undone so many.

Sighs, short and infrequent, were exhaled,

And each man fixed his eyes before his feet.

Flowed up the hill and down King William Street,

To where Saint Mary Woolnoth kept the hours

With a dead sound on the final stroke of nine.

There I saw one I knew, and stopped him, crying: 'Stetson!

'You who were with me in the ships at Mylae!

'That corpse you planted last year in your garden,

'Has it begun to sprout? Will it bloom this year?

'Or has the sudden frost disturbed its bed?

'O keep the Dog far hence, that's friend to men,

'Or with his nails he'll dig it up again!

'You! Hypocrite lecteur!-mon senblable,-mon frere!'

 

황무지

[한번은 쿠마에서 나도 그 무녀가 조롱 속에 매달려 있는 것을 보았지요. 

애들이 <무녀야 넌 뭘 원하니?> 물었을 때 그녀는 대답했지요. <죽고 싶어>

 

보다 나은 예술가 

에즈라 파운드에게

 

I. 죽은 자의 매장

 

사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 내고

추억과 욕정을 뒤섞고

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운다.

겨울은 오히려 따뜻했다.

잘 잊게 해주는 눈으로 대지를 덮고

마른 구근으로 약간의 목숨을 대어 주었다.

슈타른버거 호 너머로 소나기와 함께 갑자기 여름이 왔지요.

우리는 주랑에 머물렀다가

햇빛이 나자 호프가르텐 공원에 가서

커피를 들며 한 시간 동안 얘기했어요.

저는 러시아인이 아닙니다. 출생은 리투아니아이지만 진짜 독일인입니다.

어려서 사촌 태공집에 머물렀을 때

썰매를 태워 줬는데 겁이 났어요.

그는 말했죠, 마리 마리 꼭 잡아.

그리곤 쏜살같이 내려갔지요.

산에 오면 자유로운 느낌이 드는군요.

밤에는 대개 책을 읽고 겨울엔 남쪽에 갑니다.

 

이 움켜잡는 뿌리는 무엇이며,

이 자갈더미에서 무슨 가지가 자라 나오는가?

인자여, 너는 말하기는 커녕 짐작도 못하리라

네가 아는 것은 파괴된 우상더미뿐

그 곳엔 해가 쪼아대고 죽은 나무에는 쉼터도 없고

귀뚜라미도 위안을 주지 않고

메마른 돌엔 물소리도 없느니라.

단지 이 붉은 바위 아래 그늘이 있을 뿐.

(이 붉은 바위 그늘로 들어오너라)

그러면 너에게 아침 네 뒤를 따르는 그림자나

저녁에 너를 맞으러 일어서는 네 그림자와는 다른

그 무엇을 보여 주리라.

한줌의 먼지 속에서 공포를 보여 주리라.

<바람은 상쾌하게

고향으로 불어요

아일랜드의 님아

어디서 날 기다려 주나?>

 

'일년 전 당신이 저에게 처음으로 히아신스를 줬지요

다들 저를 히아신스 아가씨라 불렀어요'

-하지만 히아신스 정원에서 밤늦게

한아름 꽃을 안고 머리칼 젖은 너와 함께 돌아왔을 때

나는 말도 못하고 눈도 안 보여

산 것도 죽은 것도 아니었다.

빛의 핵심인 정적을 들여다보며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황량하고 쓸쓸합니다, 바다는.>

 

유명한 천리안 소소스크리스 부인은

독감에 걸렸다. 하지만

영특한 카드 한벌을 가지고

유럽에서 가장 슬기로운 여자로 알려져 있다.

이것 보세요, 그네가 말했다.

여기 당신 패가 있어요. 익사한 페니키아 수부군요.

(보세요, 그의 눈은 진주로 변했어요.)

이건 벨라돈나, 암석의 여인 수상한 여인이에요.

이건 지팡이 셋 짚은 사나이, 이건 바퀴

이건 눈 하나밖에 없는 상인

그리고 아무것도 안 그린 이 패는 그가 짊어지고 가는 무엇인데

내가 보지 못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교살당한 사내의 패가 안보이는군요.

물에 빠져 죽는 걸 조심하세요.

수많은 사람들이 원을 그리며 돌고 있군요.

또 오세요. 에퀴톤 부인을 만나시거든

천궁도를 직접 갖고 가겠다고 전해 주세요.

요새는 조심해야죠.

 

현실감 없는 도시,

겨울 새벽의 갈색 안개 밑으로

한 떼의 사람들이 런던 교 위로 흘러갔다.

그처럼 많은 사람을 죽음이 망쳤다고 나는 생각도 못했다.

이따금 짧은 한숨들을 내쉬며

각자 발치만 내려보면서

언덕을 넘어 킹 윌리엄 가를 내려가

성 메어리 울노스 성당이 죽은 소리로

드디어 아홉시를 알리는 곳으로.

거기서 나는 낯익은 자를 만나

소리쳐서 그를 세웠다. '스테슨!

자네 밀라에 해전 때 나와 같은 배에 탔었지!

작년 뜰에 심은 시체에 싹이 트기 시작했나?

올해엔 꽃이 필까?

혹시 때아닌 서리가 묘상을 망쳤나?

오오 개를 멀리하게, 비록 놈이 인간의 친구이긴 해도

그렇잖으면 놈이 발톱으로 시체를 다시 파헤칠 걸세!

그대! 위선적인 독자여! 나와 같은 자 나의 형제여!'

 

 

II. A Game of Chess

 

The Chair she sat in, like a burnished throne, 

Glowed on the marble, where the glass

Held up by standards wrought with fruited vines

From which a golden Cupidon peeped out

(Another hid his eyes behind his wing)

Doubled the flames of seven branched candelabra

Reflecting light upon the table as

The glitter of her jewels rose to meet it,

From satin cases poured in rich profusion.

In vials of ivory and coloured glass

Unstoppered, lurked her strange synthetic perfumes,

Unguent, powdered, or liquid-troubled, confused

And drowned the sense in odours; stirred by the air

That freshened from the window, these ascended

In fattening the prolonged candle-flames,

Flung their smoke into the laquearia,

Stirring the pattern on the coffered ceiling.

Huge sea-wood fed with copper

Burned green and orange, framed by the coloured stone,

In which sad light a carv? dolphin swam.

Above the antique mantel was displayed

As though a window gave upon the sylvan scene

The change of Philomel, by the barbarous king

So rudely forced; yet there the nightingale

Filled all the desert with inviolable voice

And still she cried, and still the world pursues,

'Jug Jug' to dirty ears.

And other withered stumps of time

Were told upon the walls; staring forms

Leaned out, leaning, hushing the room enclosed.

Footsteps shuffled on the stair.

Under the firelight, under the brush, her hair

Spread out in fiery points

Glowed into words, then would be savagely still.

 

'My nerves are bad to-night. Yes, bad. Stay with me.

'Speak to me. Why do you never speak. Speak.

'What are you thinking of? What thinking? What?

'I never know what you are thinking. Think.'

 

I think we are in rats' alley

Where the dead men lost their bones.

 

'What it that noise?'

The wind under the door.

'What is that noise now? What is the wind doing?'

Nothing again nothing.

 

'Do 'You know nothing? Do you see nothing? Do you remember

'Nothing?'

I remember

Those are pearls that were his eyes.

'Are you alive, or not? Is there nothing in your head?'

But 

O O O O that Shakespeherian Rag-

It's so elegant

So intelligent

'What shall I do now? What shall I do?'

'I shall rush out as I am, and walk the street

'With my hair down, so. What shall we do tomorrow?

'What shall we ever do?'

The hot water at ten.

And if it rains, a closed car at four.

And we shall play a game of chess,

Pressing lidless eyes and waiting for a knock upon the door.

 

When Lil's husband got demobbed, I said-

I didn't mince my words, I said to her myself,

HURRY UP PLEASE ITS TIME

Now Albert's coming back, make yourself a bit smart.

He'll want to know what you done with that money he gave you

To get herself some teeth. He did, I was there.

You have them all out, Lil, and get a nice set,

He said, I swear, I can't bear to look at you.

And no more can't I, I said, and think of poor Albert,

He's been in the army for four years, he wants a good time,

And if you don't give it him, there's others will, I said.

Oh is there, she said. Something o' that, I said.

Then I'll know who to thank, she said, and give me a straight look.

HURRY UP PLEASE ITS TIME

If you don't like it you can get on with it, I said.

Others can pick and choose if you can't.

But if Albert makes off, it won't be for a lack of telling.

You ought to be ashamed, I said, to look so antique.

(And her only thirty-one.)

I can't help it, she said, pulling a long face,

It's them pills I took, to bring it off, she said.

(She's five already, and nearly died of young George.)

The chemist said it would be all right, but I've never been the same.

You are a proper fool, I said.

Well, if Albert won't leave you alone, there it is, I said,

What you get married for if you don't want children?

Hurry up please its time

Well, that Sunday Albert was home, they had a hot gammon,

And they asked me in to dinner, to get the beauty of it hot-

HURRY UP PLEASE ITS TIME

HURRY UP PLEASE ITS TIME

Goodnight Bill. Goodnight Lou. Goodnight May. Goodnight.

Ta ta. Goodnight. Goodnight.

Good night, ladies, good night, sweet ladies, good night, good night.

 

 

II. 체스 놀이 

 

그네가 앉아 있는 의자는 눈부신 옥좌처럼 대리석 

위에서 빛나고, 거울이

열매 연 포도 넝쿨 아로새긴 받침대 사이에 걸려 있다

넝쿨 뒤에서 금빛 큐피드가 몰래 내다 보았다

(큐피드 또 하나는 날개로 눈을 가리고)

거울은 가지 일곱 촛대에서 타는 불길을 두 배로 해서

테이블 위로 쏟았고, 비단갑들로부터

잔뜩 쏟아 놓은 그네의 보석들이 그 빛을 받았다

마개 뽑힌 상아병 색 유리병에는

이상한 합성 향료들이 연고 분 혹은 액체로 숨어서

감각을 괴롭히고 익사시켰다

향내는 창에서 신선히 불어오는 바람에 자극받아

위로 올라가 길게 늘어진 촛불들을 살찌게 하고

연기를 우물반자 속으로 불어 넣어

격자무늬를 설레이게 했다.

동박 뿌린 커다란 바다나무는 색 대리석에 둘러싸여 초록빛 주황색으로 타고

그 슬픈 불빛 속에서 조각된 돌고래 한 마리가 헤엄치고 있었다.

그 고풍의 벽난로 위에는

마치 숲 풍경이 내다보이는 창처럼

저 무지한 왕에게 그처럼 무참히 능욕당한

필로멜라의 변신 그림이 걸려 있다

나이팅케일은 맑은 목청으로

온 황야를 채우지만,

세상 사람들은 여전히 그 짓을 계속한다.

그 울음은 더러운 귀에 <적 적> 소리로 들린 뿐,

그 밖에도 시간의 시든 꽁초들이 벽에

그려져 있고, 노려보는 초상들은 몸을 기울여

자기들이 에워싼 방을 숙연케 했다.

층계에 신발 끄는 소리,

난로 빛을 받아, 빗질한 그네의 머리는

불의 점들처럼 흩어져 달아올라

말이 되려다간 무서울 만치 조용해지곤 했다.

 

'오늘밤 제 신경이 이상해요, 정말 그래요, 가지 말아요.

얘기를 들려주세요, 왜 안 하죠? 하세요.

뭘 생각하세요? 무슨 생각? 무슨?

당신이 뭘 생각하는지 통 알 수 없어요, 생각해 봐요.'

 

나는 죽은 자들이 자기 뼈를 잃은

쥐들의 골목에 우리가 있다고 생각해.

 

'저게 무슨 소리죠?'

문 밑을 지나는 바람 소리.

'지금 저건 무슨 소리죠? 바람이 무얼하고 있죠?'

아무것도 하지 않아 아무것도.

'당신은

아무것도 모르죠? 아무것도 보지 못 하죠.

아무것도 기억 못 하죠?'

 

나는 기억하지

그의 눈이 진주로 변한 것을

'당신 살았어요, 죽었어요? 머리 속에 아무것도 없나요?'

그러나

오오오오 셰익스피어식 래그 재즈

그것 참 우아하고

그것 참 지적이야

'저는 지금 무얼 해야 할까요? 무얼 해야 할까요?'

'지금 그대로 거리로 뛰어나가 머리칼을 풀어 헤친 채

거리를 헤매겠어요. 내일은 무얼 해야 할까요?

도대체 무얼 해야 할까요?'

열시에 온수

만일 비가 오면, 네시에 세단차.

그리곤 체스나 한판 두지,

경계하는 눈을 하고 문에 노크나 기다리며.

 

릴의 남편이 제대했을 때 내가 말했지-

노골적으로 말했단 말이야.

<서두르세요. 닫을 시간입니다.>

이제 앨버트가 돌아오니 몸치장 좀 해.

이 해 박으라고 준 돈 어떻게 했느냐고 물을거야.

돈 줄 때 내가 있었는 걸.

죄 뽑고 참한 걸로 해 넣으라고, 릴,

하고 앨버트가 분명히 말했는 걸, 차마 볼 수 없다고.

나도 차마 볼 수가 없다고 했지, 가엾은 앨버트를 생각해 봐.

4년 동안 군대에 있었으니 재미보고 싶을 거야.

네가 재미를 주지 않으면 다른 여자들이 주겠지.

오오 그런 여자들이 있을까, 릴이 말했어.

그럴걸, 하고 대답해 줬지.

그렇다면 고맙다고 노려볼 여자를 알게 되겠군, 하고 말하겠지.

<서두르세요, 닫을 시간입니다.>

그게 싫다면 좋을 대로 해봐, 하고 말했지.

네가 못 하면 다른 년들이 할 거야.

혹시 앨버트가 널 버리더라도 내가 귀띔 안 한 탓은 아냐.

그처럼 늙다리로 보이는 게 부끄럽지도 않니? 하고 말했지.

(걔는 아직 서른 한 살인걸.)

할 수 없지, 쓸쓸한 표정을 지으며 릴이 말했어.

얘를 떼기 위해 먹은 환약 때문인걸.

(걔는 벌써 얘가 다섯, 마지막 조지를 낳을 땐 죽다 살았지.)

약제사는 괜찮을 거라고 했지만 그 뒤론 전과 같지 않아.

넌 정말 바보야, 하고 쏘아줬지.

그래 앨버트가 널 가만두지 않는다면 어떡하지.

얘를 원치 않는다면 결혼은 왜 했어?

<서두르세요, 닫을 시간입니다.>

그런데 앨버트가 돌아온 일요일 따뜻한 햄 요리를 하곤

나를 불러 맛보게 했지.

<서두르세요. 닫을 시간입니다.>

<서두르세요. 닫을 시간입니다.>

빌 안녕. 루 또 보자. 메이 안녕. 안녕.

탁탁. 안녕. 안녕.

안녕, 부인님들, 안녕, 아름다운 부인님들, 안녕 안녕.

 

 

 

III. The Fire Sermon

  

The river's tent is broken; the last fingers of leaf

Clutch and sink into the wet bank. The wind

Crosses the broken land, unheard. The nymphs are departed.

Sweet Thames, run softly, till I end my song.

The river bears no empty bottles, sandwich papers,

Silk handkerchiefs, cardboard boxes, cigarette ends

Or other testimony of summer nights. The nymphs are departed.

And their friends, the loitering heirs of City directors;

Departed, have left no addresses.

By the waters of Leman I sat down and wept . . .

Sweet Thames, run softly till I end my song,

Sweet Thames, run softly, for I speak not loud or long.

But at my back in a cold blast I hear

The rattle of the bones, and chuckle spread from ear to ear.

 

A rat crept softly through the vegetation

Dragging its slimy belly on the bank

While I was fishing in the dull canal

On a winter evening round behind the gashouse

Musing upon the king my brother's wreck

And on the king my father's death before him.

White bodies naked on the low damp ground

And bones cast in a little low dry garret,

Rattled by the rat's foot only, year to year.

But at my back from time to time I hear

The sound of horns and motors, which shall bring

Sweeny to Mrs. Porter in the spring.

O the moon shone bright on Mrs. Porter

And on her daughter

They wash their feet in soda water

Et O ces voix d'enfants, chantant dans la coupole!

 

Twit twit twit

Jug jug jug jug jug jug

So rudely forc'd.

Tereu

 

Unreal City

Under the brown fog of a winter noon

Mr. Eugenides, the Smyrna merchant

Unshaven, with a pocket full of currants

C.i.f. London: documents at sight,

Asked me in demotic French

To luncheon at the Cannon Street Hotel

Followed by a weekend at the Metropole.

At the violet hour, when the eyes and back

Turn upward from the desk, when the human engine waits

Like a taxi throbbing waiting,

I Tiresias, though blind, throbbing between two lives,

Old man with wrinkled female breasts, can see

At the violet hour, the evening hour that strives

Homeward, and brings the sailor home from sea,

The typist home at teatime, clears her breakfast, lights

Her stove, and lays out food in tins.

Out of the window perilously spread

Her drying combinations touched by the sun's last rays,

On the divan are piled (at her night bed)

Stockings, slippers, camisoles, and stays.

I Tiresias, old man with wrinkled dugs

Perceived the scene and foretold the rest

I too awaited the expected guest.

He, the young man carbuncular, arrives,

A small house agent's clerk, with one bold stare,

One of the low on whom assurance sits

As a silk hat on a Bradford millionaire.

The time is now propitious, as he guesses,

The meal is ended, she is bored and tired,

Endeavours to engage her in caresses

Which are still unreproved, if undesired.

Flushed and decided, he assaults at once;

Exploring hands encounter no defence;

His vanity requires no response,

And makes a welcome of indifference.

(And I Tiresias have foresuffered all

Enacted on this same divan or bed;

I who have sat by Thebes below the wall

And walked among the lowest of the dead.)

Bestows one final patronising kiss,

And gropes his way, finding the stairs unlit . . .

 

She turns and looks a moment in the glass,

Hardly aware of her departed lover;

Her brain allows one half-formed thought to pass:

'Well now that's done: and I'm glad it's over.'

When lovely woman stoops to folly and

Paces about her room again, alone,

She smoothes her hair with automatic hand,

And puts a record on the gramophone.

 

'This music crept by me upon the waters'

And along the Strand, up Queen Victoria Street.

O City city, I can sometimes hear

Beside a public bar in Lower Thames Street,

The pleasant whining of a mandoline

And a clatter and a chatter from within

Where fishmen lounge at noon: where the walls

Of Magnus Martyr hold

Inexplicable splendour of Ionian white and gold.

 

The river sweats

Oil and tar

The barges drift

With the turning tide

Red sails

Wide

To leeward, swings on the heavy spar.

The barges wash

Drifting logs

Down Greenwich reach

Past the Isle of Dogs.

Weialala leia

Wallala leialala

 

Elizabeth and Leicester

Beating oars

The stern was formed

A gilded shell

Red and gold

The brisk swell

Rippled both shores

Southwest wind

Carried down stream

The peal of bells

White towers

Weialala leia

Wallala leialala

 

'Trams and dusty trees.

Highbury bore me. Richmond and Kew

Undid me. By Richmond I raised my knees

Supine on the floor of a narrow canoe.'

 

'My feet are at Moorgate and my heart

Under my feet. After the event

He wept. He promised "a new start."

I made no comment. What should I resent?'

 

'on Margate Sands.

I can connect

Nothing with nothing.

The broken fingernails of dirty hands.

My people who expect

Nothing.'

la la

 

To Carthage then I came

Burning burning burning burning

O Lord Thou pluckest me out

O Lord Thou pluckest

 

burning

 

 

III. 불의 설교 

 

강의 천막은 찢어졌다, 마지막 잎새의 손가락들이

젖은 둑을 움켜쥐며 가라앉는다.

바람은 소리없이 갈색 땅을 가로지른다.

님프들이 떠나갔다.

고이 흐르라, 템스 강이여, 내 노래 끝낼 때까지.

강물 위엔 빈 병도, 샌드위치 쌌던 종이도

명주 손수건도, 마분지 상자도 담배 꽁초도

그 밖의 다른 여름밤의 증거품도 아무것도 없다.

님프들은 떠나갔다. 그리고

그네들의 친구들, 빈둥거리는 중역 자제들도

떠나갔다. 주소를 남기지 않고.

레먼 호수가에 앉아 나는 울었노라.

고이 흐르라, 템스 강이여, 내 노래 끝낼 때까지.

고이 흐르라, 템스 강이여, 내 크게도 길게도 말하지 않으리니.

허나 등위의 일진 냉풍 속에서 나는 듣는다.

뼈들이 덜컹대는 소리와 입이 찢어지도록 낄낄거리는 소리를.

 

어느 겨울 저녁 가스 공장 뒤를 돌아

음산한 운하에서 낚시질을 하며

형왕의 난파와 그에 앞서 죽은 부왕의 생각에 잠겨 있을 때,

쥐 한 마리가 흙투성이 배를 끌면서

강둑 풀밭을 슬며시 기어갔다.

흰 시체들이 발가벗고 낮고 습기찬 땅속에

뼈들은 조그맣고 낮고 메마른 다락에 버려져서

해마다 쥐의 발에만 채어 덜그덕거렸다.

허나 등 위에서 나는 때로 듣는다.

클랙슨 소리와 엔진 소리를, 그 소리는

스의니를 샘물 속에 있는 포터 부인에게 데려가리라.

오 달빛이 포터 부인과

그네의 딸 위로 쏟아진다.

그들은 소다수에 발을 씻는다.

 

<그리고 오 둥근 천장 속에서 합창하는 아이들의 노랫소리여!>

 

투윗 투윗 투윗

적 적 적 적 적 적

 

참 난폭하게 욕보았네

테류

 

현실감이 없는 도시

겨울 낮의 갈색 안개 속에서

스미르나 상인 유게니데스 씨는

수염도 깎지 않고 포켓엔 보험료 운임 포함 가격의

건포도 일람 증서를 가득 넣고 속된 불어로

나에게 캐논 스트리트 호텔에서 점심을 하고

주말을 메트로폴 호텔에서 보내자고 청했다.

 

보라빛 시간, 눈과 등이

책상에서 일어나고 인간의 내연 기관이

택시처럼 털털대며 기다릴 때,

비록 눈이 멀고 남녀 양성 사이에서 털털대는

시든 여자 젖을 지닌 늙은 남자인 나 티레지어스는 볼 수 있노라.

보랏빛 시간, 귀로를 재촉하고

뱃사람을 바다로부터 집에 데려오는 시간

차 시간에 돌아온 타이피스트가 조반 설거지를 하고

스토브를 켜고 깡통 음식을 늘어놓는 것을,

창 밖으로 마지막 햇살을 받으며 마르고 있는

그네의 컴비네이션 속옷이 위태롭게 널려 있다.

(밤엔 그네의 침대가 되는) 긴 의자 위엔

양말짝들, 슬리퍼, 하의, 코르셋이 쌓여 있다.

시든 젖이 달린 늙은 남자 나 티레지어스는

이 장면을 보고 나머지는 예언했다-

나 또한 놀러 올 손님을 기다렸다.

이윽고 그 여드름투성이의 청년이 도착한다.

국소 가옥 중개소 사원, 당돌한 눈초리,

하류 출신이지만 브랫포드 백만 장자의 머리에 놓인

실크 모자처럼 뻔뻔스러움을 지닌 젊은이.

식사가 끝나고 여자는 지루하고 노곤해 하니

호기라고 짐작하고 그는 그네를 애무하려 든다.

원치 않지만 내 버려둔다.

얼굴 붉히며 결심한 그는 단숨에 달려든다.

더듬는 두 손이 아무런 저항도 받지 않는다.

잘난 체하는 그는 반응을 필요로 하지 않아

그네의 무관심을 환영으로 여긴다.

(나 티레지어스는 바로 이 긴의자 혹은 침대 위에서

행해진 모든 것을 이미 겪었노라.

나는 테베 시의 성벽 밑에 앉기도 했고

가장 비천한 죽은 자들 사이를 걷기도 했느니라.)

그는 생색내는 마지막 키스를 해주고

더듬으며 층계를 내려간다. 불 꺼진 층계를......

 

그네는 돌아서서 잠시 거울을 들여다본다.

애인이 떠난 것조차 거의 의식지 않는다.

머리 속에는 어렴풋한 생각이 지나간다.

<흥 이제 일을 다 치뤘으니 좋아.>

사랑스런 여자가 어리석은 일을 저지르고

혼자서 방을 거닐 때는

무심한 손으로 머리칼을 쓰다듬고

축음기에 판을 하나 건다.

<이 음악이 물결을 타고 내 곁으로 기어와>

스트랜드 가를 따라 퀸 빅토리아 가로 따라왔다.

오 <도시> 도시여, 나는 때로 듣는다.

로우어 템스 가의 술집 옆에서

달콤한 만돌린의 흐느끼는 소리와

생선 다루는 노동자들이 쉬며 안에서

떠들어대며 지껄이는 소리를, 그곳에는

마그누스 마아터 성당의 벽이

이오니아풍의 흰빛 금빛 형언할 수 없는 화려함을 지니고 있다.

 

강은 땀 흘린다 

기름과 타르로

거룻배들은 썰물을 타고 흘러간다.

붉은 돛들이 활짝

육중한 돛대 위에서

바람 반대편으로 돌아간다

거룻배들은 떠 있는

통나무들을 헤치고

개 섬을 지나

그리니지 하구로 내려간다.

웨이얼랄라 레이어

월랄라 레이얼랄라

엘리자베스 여왕과 레스터 백작

역풍에 젓는 노

고물은

붉은 빛 금빛 물들인

조개 껍질

힘차게 치는 물결은

양편 기슭을 잔 무늬로 꾸미고

남서풍은

하류로 가지고 갔다.

진주 같은 종소리를,

하얀 탑들을,

웨이얼랄라 레이어

월랄라 레이얼랄라

[전차와 먼지 뒤집어쓴 나무들

하이베리가 저를 낳고 리치몬드와 큐가

저를 망쳤어요, 리치몬드에서 저는 좁은 카누 바닥에 누워

두 무릎을 치켜 올렸어요.]

[저의 발은 무어게이트에, 마음은

발 밑에 있습니다. 그 일이 있은 뒤

그는 울었습니다. 그는 <새출발>을 약속했으나

저는 아무말도 안 했습니다. 무엇을 원망해야 할까요?]

 

[마아게이트 모래밭.

저는 하찮은 사람에서 사람으로 옮겨 다녔어요,

더러운 두 손의 찢겨진 손톱.

제 집안 사람들은 불쌍한 사람들

아무 기대도 없는]

랄라

카르타고로 그때 나는 왔다.

불이 탄다 탄다 탄다 탄다.

오 주여 당신이 저를 건지시나이다.

오 주여 당신이 건지시나이다.

탄다.

 

 

 

IV. Death by Water

 

Phlebas the Phoenician, a fortnight dead,

Forgot the cry of gulls, and the deep sea swell

And the profit and loss.

A current under sea

Picked his bones in whispers. As he rose and fell

He passes the stages of his age and youth

Entering the whirlpool.

Gentile or Jew

O you who turn the wheel and look windward,

Consider Phlebas, who was once handsome and tall as you.

 

 

IV. 물의 죽음

 

페니키아 사람 플레버스는 죽은 지 2주일

갈매기 울음 소리도 깊은 바다 물결도

이익도 손실도 잊었다.

바다 밑의 조류가

소근대며 그의 뼈를 추렸다. 솟구쳤다 가라앉을 때

그는 노년과 청년의 고비들을 다시 겪었다.

소용돌이로 들어가면서.

 

이교도이건 유태인이건

오 그대 키를 잡고 바람 부는 쪽을 내다보는 자여

플레버스를 생각하라, 한때 그대만큼 미남이었고 키가 컸던 그를.

 

 

 

V. What the Thunder Said

 

After the torchlight red on sweaty faces

After the frosty silence in the gardens

After the agony in stony places

The shouting and the crying

Prison and palace and reverberation,

Of thunder of spring over distant mountains

He who was living is now dead

We who were living are now dying

With a little patience

 

Here is no water but only rock,

Rock and no water and the sandy road

The road winding above among the mountains

Which are mountains of rock without water

If there were water we should stop and drink

Amongst the rock one cannot stop or think

Sweat is dry and feet are in the sand

If there were only water amongst the rock

Dead mountain mouth of carious teeth that cannot spit

Here one can neither stand not lie nor sit

There is not even silence in the mountains

But dry sterile thunder without rain

There is not even solitude in the mountains

But red sullen faces sneer and snarl

From doors of mudcracked houses

If there were water

And no rock

If there were rock

And also water

And water

A spring

A pool among the rock

If there were the sound of water only

Not the cicada

And dry grass singing

But sound of water over a rock

Where the hermit-thrush sings in the pine trees

Drip drop drip drop drop drop drop

But there is no water

 

Who is the third who walks always beside you?

When I count, there are only you and I together

But when I look ahead up the white road

There is always another one walking beside you

Gliding wrapt in a brown mantle, hooded

I do not know whether a man or a woman

-But who is that on the other side of you?

 

What is that sound high in the air

Murmur of maternal lamination

Who are those hooded hordes swarming

Over endless plains, stumbling ion cracked earth

Ringed by the flat horizon only

What is the city over the mountains

Cracks and reforms and bursts in the violet air

Falling towers

Jerusalem Athens Alexandria

Vienna London

Unreal

 

A woman drew her long black hair out tight

And fiddled whisper music on those strings

And bats with baby faces in the violet light

Whistled, and beat their wings

And crawled head downward down a blackened wall

And upside down in air were towers

Tolling reminiscent bells, that kept the hours

And voices singing out of empty cisterns and exhausted wells.

 

In this decayed hole among the mountains

In the faint moonlight, the grass is singing

Over the tumbled graves, about the chapel

There is the empty chapel, only the wind's home.

It has no windows, and the door swings,

Dry bones can harm no one.

Only a cock stood on the rooftree

Co co rico co co rico

In a flash of lightning. Then a damp gust

Bringing rain

 

Ganga was sunken, and the limp leaves

Waited for rain, while the black clouds

Gathered far distant, over Himavant.

The jungle crouched, humped in silence.

Then spoke the thunder

DA

Datta: what have we given?

My friend, blood shaking my heart

The awful daring of a moment's surrender

Which an age of prudence can never retract

By this, and this only, we have existed

Which is not to be found in our obituaries

Or in memories draped by the beneficent spider

Or under seals broken by the lean solicitor

In our empty rooms

DA

Dayadhvam: I have heard the key

Turn in the door once and turn once only

We think of the key, each in his person

Thinking of hte key, each confirm!!s a prison

Only at nightfall, aethereal rumours

Revive for a moment a broken Coriolanus

DA

Damyata: The boat responded

Gaily, to the hand expert with sail and oar

The sea was calm, your heart would have responded

Gaily, when invited, beating obedient

To controlling hands

 

I sat upon the shore

Fishing, with the arid plain behind me

Shall I at least set my lands in order?

London Bridge is falling down falling down falling down

Poi s'ascose nel foco che gli affina

Quando fiam uti chelidon-O swallow swallow

Le Prince d'Aquitaine ?ls tour abolie

These fragments I have shored against my ruins

Why then Ile fit you. Hieronymo's mad againe.

Datta. Dayadhvam. Damyata.

Shantih shantih shantih

 

 

V. 천둥이 한 말 

 

땀 젖은 얼굴들을 붉게 비춘 횃불이 있은 이래

동산에 서리처럼 하얀 침묵이 있은 이래

돌 많은 곳의 고뇌가 있은 이래

아우성 소리와 울음 소리

옥과 궁궐

먼산을 넘어오는 봄 천둥의 울림

살아 있던 그는 지금 죽었고

살아 있던 우리는 지금 죽어 간다.

약간씩 견디어 내면서

 

여기는 물이 없고 다만 바위뿐

바위 있고 물은 없고 모랫길뿐

길은 구불구불 산들 사이로 오르고

산들은 물이 없는 바위산

물이 있다면 발을 멈추고 목을 축일 것을

바위 큼에서는 멈출 수도 생각할 수도 없다

땀은 마르고 발은 모래 속에 파묻힌다

바위 틈에 물만 있다면

침도 못 뱉는 썩은 이빨의 죽은 산 아가리

여기서는 설 수도 누울 수도 앉을 수도 없다

산 속엔 정적마저 없다

비를 품지 않은 메마른 불모의 천둥이 있을 뿐

산 속엔 고독마저 없다

금간 흙벽집들 문에서

시뻘겋게 성난 얼굴들이 비웃으며 우르렁댈 뿐

만일 물이 있고

바위가 없다면

만일 바위가 있고

물도 있다면

샘물

바위 사이에 물웅덩이

다만 물소리라도 있다면

매미 소리도 아니고

마른 풀잎 소리도 아닌

바위 위로 흐르는 물소리가 있다면

티티새가 소나무 숲에서 노래하는 곳

뚝뚝 똑똑 뚝뚝 또로록 또로록

허지만 물이 없다

 

항상 당신 옆에서 걷고 있는 제삼자는 누구요?

세어 보면 당신과 나 둘뿐인데

내가 이 하얀 길을 내다보면

당신 옆엔 언제나 또 한 사람이

갈색 망토를 휘감고 소리 없이 걷고 있어,

두건을 쓰고 있어

남자인지 여잔인지는 알 수 없으나

-하여간 당신 곁에 있는 사람은 누구요?

공중 높이 들리는 저 소리는 무엇인가

어머니의 비탄 같은 흐느낌 소리

평평한 지평선에 마냥 둘러싸인

갈라진 땅 위를 비틀거리며 끝없는 벌판 위로 떼지어 오는

저 두건 쓴 무리는 누구인가

저 산 너머 보랏빛 하늘 속에

깨어지고 다시 세워졌다가 또 터지는 저 도시는 무엇인가

무너지는 탑들

예루살렘 아테네 알렉산드리아

비엔나 런던

현실감이 없는

한 여인이 자기의 길고 검은 머리칼을 팽팽히 당겨

그 현 위에 가냘픈 곡조를 타고,

어린애 얼굴들은 한 박쥐들이 보랏빛 황혼 속에서

휘파람 소리를 내며 날개치며

머리를 거꾸로 하고 시커먼 벽을 기어 내려갔다

공중엔 탑들이 거꾸로 서 있고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종을 울린다, 시간을 알렸던 종소리

그리고 빈 물통과 마른 우물에서 노래하는 목소리들.

 

산속의 이 황폐한 골짜기

희미한 달빛 속에서 풀들이 노래하고 있다

무너진 무덤들 너머 성당 주위에서,

단지 빈 성당이 있을 뿐, 단지 바람의 집이 있을 뿐.

성당엔 창이 없고 문은 삐걱거린다

마른 뼈들이 사람을 해칠 수는 없지.

단지 지붕마루에 수탉 한 마리가 올라

꼬꾜 꼬꾜 꼬꾜

번쩍하는 번개 속에서. 그러자 비를 몰아오는

일진의 습풍

 

갠지스 강은 바닥이 나고 맥없는 잎들은

비를 기다렸다. 먹구름은

멀리 히말라야 산봉 너머 모였다.

밀림은 말없이 쭈그려 앉았다.

그러자 천둥이 말했다

<다타(주라)> 우리는 무엇을 주었던가?

친구여, 내 가슴을 흔드는 피

한 시대의 사려분별로도 취소할 수 없는

한 순간에의 굴복, 그 엄청난 대담,

이것으로 이것만으로 우리는 존재해 왔다.

그것은 죽은 자의 약전에서도

자비스런 거미가 덮은 죽은 자의 추억에서도

혹은 텅 빈 방에서

바싹 마른 변호사가 개봉하는 유언장 속에도

찾을 수 없다.

<다야드밤(공감하라)> 나는 언젠가 문에서

열쇠가 돌아가는 소리를 들었다. 단 한 번 돌아가는 소리

각자 자기 감방에서 우리는 그 열쇠를 생각한다.

열쇠를 생각하며 각자 감옥을 확인한다.

다만 해질녘에는 영묘한 속삭임이 들려와

잠시 몰락한 코리올레이누스를 생각나게 한다.

다<담야타(자제하라)> 보트는 경쾌히

응했다. 옻과 노에 익숙한 사람의 손에.

바다는 평온했다. 그대의 마음도 경쾌히 응했으리라

부름을 받았을 때, 통제하는 손에

순종하여 침로를 바꾸며.

 

나는 기슭에 앉아

낚시질했다. 등위엔 메마른 들판.

적어도 내 땅만이라도 바로잡아 볼까?

런던 교가 무너진다 무너진다.

<그리고 그는 정화하는 불길 속에 몸을 감추었다>

<언제 나는 제비처럼 될 것인가>-오 제비여 제비여

<황폐한 탑 속에 든 아퀴텐 왕자>

이 단편들로 나는 내 폐허를 지탱해 왔다.

분부대로 합죠 히에로니모는 다시 미쳤다.

다다. 다야드밤. 담야타.

샨티 샨티 샨티.

 

- 옮긴 글 - 

 

<전달자는 복사 전재하면서 띄우기를 맞춤법에 맞춰 그리고 줄바꾸기를 읽기에 편하도록 바꿨으며,

명백히 오기로 보이는 몇 자는 수정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