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다시 찾은 南漢山城

by 박인순(천곡) posted Jun 15, 2022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유원지인가?

천곡이 살고 있는 분당에서 가까운 곳에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남한산성이 있다. 아주 가까운 거리다. 그런데도 자주 가보지 못하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첫째 이유로는 접근성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살짝 불편하다. 또다른 이유는 왠지 유원지 같은 기분이 든다. 마음만 먹으면 누구든지 올 수 있는 곳이다. 가끔 돗자리 펴 놓고 편한 자세로 누워있는 관광객을 본 적도 있다. 그런데도 불현듯 이 유서 깊은 곳을 찾아 가고픈 생각이 불쑥 일었다. 접근성 문제는 자기 차량을 이용하여 들어가면 간단하다. 그러나 차를 가지고 가면 맛있는 막걸리 마시는 행복을 누리는 찬스를 잃게 된다. 배낭 메고 내발로 가면 제일 편하다.

20220512-남한산성(2).jpg

아름다운 곡선을 연출한 성벽길은 자칫 잘못 발을 헛디디면 저 아래로 굴러 떨어진다. 그러면 다시는 산행을 할 수 없는 불행한 일이 벌어진다. 매사 조심해야 한다. 특히 겨울에는 더 더욱 조심해야 한다.

20220602-(04)가파른 돌계단길.jpg

북문을 막 지나 동문쪽으로 올라가는 가파른 돌계단 길... 숨이 턱에 차지만 오르고 나면 커다란 보상을 받는다.

 

약속을 해야 움직인다.

최근 몇 년간 주중 산행을 같이 하는 ‘단짝’이 있다. 百忍 이태극이다. 그가 분당 살 때는 산을 좋아하는 59회 동기 몇 몇이 부부 동반으로 인근 산을 오르기도 했다. 이 중에는 무올 유근원 부부도 회원이었다. 무올이 일산으로 이사하고 이 모임은 흐지부지 되었다. 그러나 백인과는 59산우회에서 꾸준히 산을 같이 다녔다. 천곡이 59회 산우회 회장을 맡아 봉사할 때도 빠짐 없이 모임에 나오곤 했다. 산우회 모임 말고도 개인적으로 백인과는 산을 다녔다. 백인이 100회에 걸쳐 설악산 대청봉을 등정할 때 사귄 동우회 회원을 천곡에게 소개 시켜주어 함께 매주 가볍게 수도권 일원의 산을 오르며 몸을 풀었다.

대모산, 구룡산, 청계산도 좋지만 남한산성을 다시 찾는 것은 어떻냐고 제안했다. 흔쾌히 동의했다. 자주 만나기 때문에 서로 의사소통이 잘 되었다. 개인적으로 산을 오를 계획을 세우거나 운동을 할 계획 등은 자칫 소홀히 하게 되고 의지가 약하면 중도에 포기하게 된다. 그러나 다른 사람과 약속을 하게 되면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몸이 조금 불편해도 나가게 된다. 일단 집을 나서면 걷게 되고 걷다 보면 산 하나를 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동반자가 중요하고 그 동반자와 약속이 중요하다. 백인과는 그러한 조건이 맞아 이제까지 그 ‘약속’을 이어오고 있는 것이다. 여러 사람일 필요도 없고 마음 맞는 한 사람이면 충분하다는 것이 천곡 생각이다. 또 한 가지 조건은 서로 취향이 같고 어느 정도 체력이 비슷해야 산행을 계속할 수 있다. 백인과는 이러한 충분조건이 맞아 떨어졌다. 아무런 전제 조건 없이 오직 산을 오른다는 공동목표를 가지고 서로를 배려하며 이제까지 지내오고 있다.

남한산성! 도립공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2014년 6월 22일 등재)

성을 쌓은 시기에 대해서는 확실한 역사적 근거는 찾지 못하고 백제가 한성을 수도로 삼던 때 세웠다는 설과 다른 하나는 신라가 쌓았다고 하는 주장성(晝長城)이 바로 남한산성이라는 것이다. 백제 때 쌓은 성이란 주장은 이미 조선 초기부터 꾸준히 나왔다. 한강 유역에 도읍을 정한 백제는 내 · 외 여건 때문에 하북위례성-하남위례성-한산-한성 등 여러 차례 천도를 단행하였다. 남한산성이 전략상 요충지이기 때문에, 조선 시대 사람들은 백제 왕도(王都) 중 하나이리라 생각한 것이다. 《조선왕조실록(朝鮮王朝實錄)》 ·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餘地勝覽)》 · 《대동야승(大東野乘)》 · 《연려실기술(練藜室記述)》 · 《여지도서(輿地圖書)》 · 《대동지지(大東地志)》 등, 대부분 조선 시대 책들은 백제 고성이라고 적었다. 다만 발굴조사 결과 신라 계통 유물은 나왔지만 백제 계통 유물이 마땅히 발견되지 않는 것은 약점이다.

주장성이란 주장은 《삼국사기》에 근거한 것이다. 신라는 고구려와 백제가 멸망한 직후 당나라와 맞붙은 나당전쟁이 한창 벌어지던 문무왕 12년(672), 만에 하나 당나라 군대를 임진강 선에서 막지 못할 경우, 바로 다음 방어선으로 활용하고자 남한산 주위에 둘레 4,360보 규모로 성을 쌓았는데, 그 이름이 주장성(晝長城)이었다. 남한산성이 신라 주장성이라는 설 역시 《세종실록지리지》 등 옛 자료에서 언급하고 있으며, 무엇보다 최근 수행된 남한산성 행궁지 기단과 그 주변 지역 발굴조사 결과 신라 계 유물이 출토됨으로써 남한산성은 신라 주장성일 가능성이 높아졌다.

20220602-(14)큰 뱀이 꿈틀대듯.jpg

커다란 구렁이 한 마리가 산 허리를 휘감고 지나가는 형상이다. 왼쪽을 깊은 절벽이다. 적군이 쉽게 접근할 수 없다. 

 

그 후 임진왜란 중인 선조 28년(1595) 남한산성 자리에 다시 성을 쌓았고, 광해군 13년(1621)에 개수했다. 인조 2년(1624)에는 인조가 총융사 이서에게 명하여 다시 개축했다. 정묘호란 이후 후금과 강화를 맺고는 재침에 대비하여 개조되었다. 개조 완료 후 광주목 읍치(邑治)가 성내로 이전되었으며 다시 광주부로 승격되었다. 이는 기본인 수도 방어 목적 외에도 행정 중심지이자 유사시 임시수도로서 기능했다는 것을 시사한다. 조선 시대에는 광주성이라고도 불리었다.<남한산성 홈 페이지에서 발췌>

성곽 길 이어 걷기 프로그램으로 완주하다.

인터넷에서 자료를 찾고 검색하며 남한산성에 대한 사전 공부를 했다. 남한산성 성곽 길이는 총 12.4 km이다. 마음만 먹으면 하루에 주파할 수 있는 거리이지만 역사의 숨결을 느끼며 그 속에 숨어 있는 조상들의 지혜를 배우며 천천히 걷기로 했다. 12.4 km를 3등분하면 약 4 km/일이 된다. 적당한 거리라고 생각되었다. 5월5일(목) 청계산 등산을 마치고 백인에게 5월12일(목) 부터 남한산성을 구석구석 섭렵하자고 제안했다. 지하철 8호선 산성역에서 만나기로 하고 남한산성 탐방 프로그램을 작성하여 아래 표와 같이 완성했다.

차수

날자

코스

거리(km)

소요시간

점심

1

5월12일(목)

남문~동문~산성 로터리

2.54

1시간 15분

김가네 빈대떡

2

5월17일(화)

남문~서문~북문~현절사

3.5

1시간 45분

순두부짬뽕

3

6월02일(목)

현절사~동문~산성 로터리

4.4

2시간 30분

묵이랑전이랑

4

6월07일(화)

현절사~벌봉~북문~산성 로터리

4.7

3시간

소풍


5월 12일(목)을 기점으로 3주 안에 완주하려 했는데 중간에 천곡이 청와대 탐방 스케줄이 잡히는 바람에 그리고 5월24일(화) 북악산 등반, 5월30일(월) 북촌~청와대 앞길~서촌 걷기를 백인과 하는 바람에 남한산성은 뒷전으로 밀리고 말았다. 그래서 6월2일(목)에 나머지 일정을 마치려 했는데 벌봉으로 빠져 나가는 제3암문을 지나치는 바람에 6월7일(화) 다시 벌봉 탐방에 나섰다. 그래서 일단 계획한 일은 마쳤으나 한봉성과 한봉 탐방은 숙제로 남았다.

20220602-남한산성 성곽길 완주도.jpg

남한산성 성곽길을 위의 표와 같이 완주했다. 자연 환경을 이용하여 쌓은 성이기 때문에 급한 오르막과 내리막이 수시로 나타난다. 코가 돌계단에 닿을 정도로 급한 성벽길도 있고 잠시 숨을 돌릴 수 있는 평평한 길도 있다. 

20220607-(22)북문으로 가는 성곽에서 바라본 도북능선.jpg

성벽을 따라 걷다 보면 멀리 북한산과 도봉산 산록이 아름답게 펼쳐져 있는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 정말 장대하다. 어느나라 수도가 이처럼 장대한 산록을 끼고 있단 말인가? 수도에서 한 시간 차량으로 달리면 웅장한 산록을 만날 수 있는 수도가 세계 어디에 있단 말인가? 잠시 넋을 잃고 산록을 바라본다. 젊었을 적 아차산-수락산-불암산-길 건너 도봉산-북한산으로 이어지는 아수불도북 종주를 시도하던 추억이 떠 오른다. 

역사 테마 길 따라 다시 한번

남한산성 둘레길을 성곽 따라 걷는 것은 완성하였으니 이번에는 ‘세계유산 남한산성 역사테마길 안내도’에 따라 걸어 보기로 한다. 안내도에 따르면 성곽 길을 따라 걷다가 산성 로터리로 들어 왔다가 다시 성곽으로 나가는 코스로 구성되어 있다. 각 코스들이 남한산성 유적들을 끼고 걷게 만들어져 있다. 각 유적들에 얽힌 역사의 숨결을 느끼며 걸어 보는 것도 재미 있을 것이다.

안내도에 표시된 코스를 정리해 보면;

코스번호

코스

거리(km)

예상 시간

1코스

로터리~북문~서문~수어장대~영훈정~남문~로터리

3.8

1시간 20분

2코스

로터리~영월정~숭렬전~서문~수어장대~로터리

2.9

1시간

3코스

세계유산센터~현절사~벌봉~장경사~망월사~동문~세계유산센터

5.7

2시간

4코스

로터리~남문~남장대 터~동문~지수당~개원사~로터리

3.8

1시간 20분

5코스

세계유산센터~동문~동장대 터~북문~서문~수어장대~영춘정~센터

7.7

3시간 20분

 

합   계

23.9

9시간


1번과 2번 코스를 합치면 6.7 km로 하루 걷기로 적당한 거리다. 3코스는 독립적으로 운영하기로 하고 4코스는 5월12일 탐방한 코스와 동일하므로 생략하고, 제5코스는 독립적으로 운영하면 앞으로 3번 더 방문하면 된다. 그러면 남한산성에 대해서는 도사가 될 것이다.

다만 벌봉으로 가서 제15암문을 통과하여 제16암문을 지나 한봉(漢峰)을 거쳐 제1암문을 통하여 본성으로 들어오는 코스는 숙제로 남는다. 6월7일(화) 벌봉 탐방 시에 시도했으나 당시 그 곳에서 만난 자칭 남한산성 도사라는 사람이 ‘험하여 권하고 싶지 않다’는 말에 포기하고 말았는데 한번 도전해 보고 싶다. 그래야 명실공히 남한산성을 master했다고 할 수 있지 않겠는가! 숲이 우거져 있으면 자칫 길을 잃을 수도 있으니 가을에 낙엽이 떨어질 무렵 도전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겨울철은 길이 미끄러우면 위험하니 가을이 좋을 것 같다. 한봉성(漢峰城) 즉, 남한산성 본성 밖에 쌓은 봉암성(蜂巖城)과 한봉성(漢峰城) 탐방을 모두 마쳐야 속이 풀릴 것 같다.

20220602-(20)순대국 전문점 묵이랑전이랑.jpg

산행 후 빈대떡을 안주로 마시는 막걸리는 모든 시름을 덜어준다. 오늘은 산행 동반자 백인과 천곡이 순대국 한 뚝배기를 맛있게 먹었다. 언제나 변함 없는 백인은 천곡에게 항상 용기를 북돋아준다. 설악산 대청봉을 100회 이상 등정한 관록의 소유자인 백인은 천곡을 유혹한다. 같이 가자고... 그러나 천곡은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도망친다. 자칫 잘못 무릅이나 허리를 다치면 그나마 즐거운 행복을 놓치기 싫어서다. 약속한 대로 둘레길이면 가능하면 8km 이상, 산이면 해발 350m 이상을 찾아 나서 오랫동안 산행을 할 수 있으면 행복한 것 아닌가? 조금있으면 '초고령자'라고 산신령이 받아 주지 않으면 어찌 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