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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嘉山 이택규 안사돈의 詩다. 嘉山이 역시 손수 쓴 편지로 내게 보내 온 것이다.

嘉山은 지금도 純白 童心의 老年이다. 제 안사돈 시를 읽고 감동한 것 석 점을 골라,

나도 읽고 남도 읽었으면 좋겠다는 심정을 달아 보내 왔다.

어찌 그 하얀 마음에 감동하지 않을 수 있을까?

이 '안사돈'의 老年詩도 같은 純白 童心의 세계에서 산다. 모두 맑다, 明澄하다.) 


늙으면


늙으면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외로움을 알게 됩니다.

늙으면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슬픔을 알게 됩니다.

늙으면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죽음을 생각하게 됩니다.

늙어서 할 수 없는 일들뿐

     늙어서 함께해 주지 않는 세상!

갖고 싶은 물건도 없지만 할 수 없는 일들뿐입니다.

세상에서 외면이라는 느낌이

     몸과 마음을 학대합니다.

관심 속으로 뛰어 들어 가고 싶지만

     대낮에 눈이라도 내릴 듯한 날씨

     해도 없는 텅 빈 회색빛과 함께

     하늘과 크고 낮은 건물들이 내 눈에 들어 옵니다.

내게 말을 걸어 오는 것들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내 말문도 닫혀 버리고 싶습니다.

하긴 내게 치매라는 진단이 내려지면

그 때는 종일 안 되는 말이라도

주절주절 지껄이겠지요.

세상 모든 것 상관없이 가여운 구박덩어리는 되지 말아야 하는데...

생각해 본 적이 없는 간절한 기도를 합니다.



사랑


마음의 극치, 가여움의 극치

서운함의 극치, 불쌍함의 극치

무관심의 극치

이 못된 마음을 지닌 자를 누가 사랑을 아는 자라 말하겠나요

하지만 끝없는 사랑 중에 너무나

아픈 마음이 있어

이렇게 적어 봅니다 

여기에 낙서를 합니다

사랑은 미움 입니다

사랑은 원망 입니다

그래서 사랑은 외로움 입니다

혼자서 울고 있노라면

그리움이 파도처럼 몰려 옵니다



어머니


어머니

내 어머니

여기저기 다니면서

불러도 불러 보아도

대답이 없어요

세월이 세상을 갈라 놓아서인가요

내가 엄마가 되어서인가요

어머니 부르다 힘든 일을 내려 놓습니다

어머니 사신 길, 제가 살면서 어머니

가신 길 찾아 갈 때가 되었나 봅니다

백발이 되면 '엄마'를 더 찾게 되는 것

아는 사람 어디 있나요

엄마 앞에선 갖난 아기가 되고

떼쓰는 자식이 되어도, 엄마는

모두 다 묵묵히 돌보아 주셨지요

엄마 없는 세상은 내가 늙어 갈수록

더더욱 엄마를 생각나게 합니다

할미가 되어도 엄마는 찾는다

낮에 힘이 들면 자다가도 엄마를 찾는다

불러도 없는 엄마 내가 찾아 가야 만날 수 있을까?

울 엄마 울 엄마 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