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鄭昞鎬(59회, 전 미주제강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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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18~19일 열한명의 59회들이 백무동을 출발하여 세석대피소와 남부능선의 삼신봉을 거쳐 청학동으로 내려왔다. 한신계곡의 아름다운 물소리에 귀가 맑아졌고 세석평전에서는 갓 피어나는 철쭉에 눈이 즐거웠다. 삼신봉에서는 배낭을 벗어 놓고 북쪽으로 병풍처럼 좍 펼쳐진 지리산 종주능선의 천왕봉 등 숱한 봉우리들을 한 눈에 올려다보며 그 장엄함에 잠시 숙연해지기도 했다.

이 모임이 지리산연대다. 작년 9월 59산우회 회원 중 열명이 3박4일의 지리산 종주에 성공한 것을 스스로 대견히 여긴 끝에 만들었다. 작년엔 성삼재를 출발하여 노고단과 반야봉을 지나 벽소령에서 1박했다. 둘째 날엔 칠선봉, 연신봉, 촛대봉과 연하봉을 거치며 지리산의 정기를 듬뿍 받아들인 뒤 장터목에 도착, 멀리 반야봉 옆으로 수줍은 처녀처럼 살포시 사라지는 검붉은 햇살의 눈부신 日沒을 보는 행운을 누렸다. 다음 날 새벽에는 초롱초롱 쏟아지는 별빛 속을 걸어 천왕봉에 올라 3대가 공덕을 쌓아야 볼 수 있다는 천왕봉 日出도 보았다. 정상을 감싸고 돌던 고요와 적막을 뚫고 용솟음치듯 불쑥 솟아오르는 찬란한 햇살이 춤을 추듯 출렁이는 광경은 인간의 언어로는 도저히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이었다. 이후 중봉과 써리봉을 거쳐 대원사까지 모두 68시간 동안 지리산에 머물며 총 40.3km를 30시간 동안 걷는 강행군이었다. 아래처럼 새겨 넣은 기념패도 만들어 家寶(?)처럼 간직하고 있다.

“ 반도의 남쪽에 천왕의 위엄을 머리로 하여

줄기줄기 뻗어 내린 수많은 산자락과 계곡을 품어 안아

위연히 자리한 지리산!

겁 없는 64세의 59회 열 명이

청명한 날씨의 축복과 큰 산의 너그러움 아래

성삼재에서 노고단을 거쳐 크고 작은 봉우리를 지나며

해발 1,915m의 천왕봉에 올라

장엄한 일출을 우러러보는 행운을 누린 뒤

고찰 대원사로 내려와 술잔을 나누며 변함없는 우정을 기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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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연대에는 회칙도 회장도 없다. 매월 한차례 서울의 진산인 북한산을 오르며 체력은 물론 우정과 의리도 다지고 있다. 일흔이 되든 여든이 되든 오를 수 있는 기력이 있을 때까지 매년 봄, 가을 두 차례 지리산에 가자는 것이 유일한 규칙이다. ‘연대’라는 뒤꼭지는 당시 온갖 우수마발들이 같은 이름을 달고 세상을 어지럽힐 때라 일종의 야유 겸 해서 붙인 것이다.

여기서 지리산연대 회원들의 면면과 개성을 <수호지>의 등장인물로부터 따온 별호로 소개코자 한다. 대부분은 김해강의 머리에서 나온 것이다.

- 정병호는 지리산종주를 처음부터 끝까지 성사시킨 것 외에도 설악산과 북한산 등 누구나 필요할 때 서슴없이 도와주는 영락없는 “及時雨 松江”이요,

- 권정현은 자타가 공인하는 과묵한 미스터 인품으로 “玉騏麟 盧俊義”가 제격이다.

- 정신모는 박학다식하고 박력있는 지리산연대의 제갈량 “智多星 吳用”이고,

- 안녹영은 여행 매니아에 살림꾼으로 다재다능한 “入雲龍 公孫勝”이다.

- 최상민은 줏대있는 원칙론자로 사찰에 해박한 산행의 스위퍼 “霹靂火 秦明”이고,

- 송영문은 항상 믿음직하며 인품과 용모를 겸비, 관우를 닮았다는 “美髥公 朱仝” 이요,

- 김경일은 59산우회의 천리마로 공인된 의리의 사나이로 “黑旋風 李逵”가 맞다.

- 한부영은 관인장자에 호걸 사귀기를 즐기는 “小旋風 柴進”이요,

- 박인순은 재기 발랄하고 모든 일에 솔선수범하니 “小李廣 花榮”이고,

- 허영환은 의리로 똘똘 뭉친 영원한 오빠인 “豹子頭 林沖”이 제격이다.

- 영원한 원칙론자인 김해강은 아직 인품이 모자란다고 겸손을 떨지만 ‘大刀 關勝”을 넘본다.

- 이번 남부능선에 새로 합류한 정학철, 정장우, 백언빈도 <천강성 36성>의 한자리를 받게 될 것이며 <지살성 72성>도 남아있으니 59산우회 모두 한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

지리산연대의 뿌리는 당연히 59산우회다. 대부분 환갑을 맞은 2004년 千山大學 百山學科를 개설하였다. 古稀가 되기 전까지 국내 1.000여개의 크고 작은 산 중에서 100개의 산을 오르겠다는 소망이다. 처음엔 매월 셋째 토요일 서울 근교의 산부터 올랐다. 지금은 매월 셋째 수요일에 강원도와 충청도로 간다. 인파가 몰리는 주말을 피하려는 것이다. 다음엔 전라도와 경상도로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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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에는 여학생(회원의 부인)을 포함한 28명이 속리산 문장대에서 제46차 강의를 마쳤다. 50여명의 회원에 출석율은 50%를 넘나든다. 벌써 도가니가 시원치 않다거나, 여기 저기 잔 고장이 난 회원들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직껏 돈벌이를 하는 행운아들이 불참하는 탓도 있다. 백산학과의 학부를 마친 뒤에는 석사와 박사과정을 거쳐 천산대학을 졸업하기를 모두 소망하고 있다.

百山學科 강의는 봄의 향기로움도 맛보고, 뜨거운 여름 햇살에 검게 타기도 하며, 울긋불긋 단장한 가을 단풍에 취하기도 하고, 영롱하게 빛나는 겨울 산의 눈꽃에 매료되는 아름다운 추억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적도 많다. 강의가 우천불문이니 폭설과 혹한의 소백산에서 살인적인 강풍을 만나 고생했던 추억도 있고 태풍의 뒷자락에 삼악산을 오르다 천둥번개를 동반한 폭우 속에서 물에 빠진 생쥐가 되어 한없이 걷던 기억도 생생하다.

59산우회의 뿌리 회원은 화동 시절 산악반이었던 김길수, 김유영, 고인이 된 박창순 등이다. 이들을 기반으로 90년대 김유영이 초대 회장을 맡으며 저변을 넓혔고, 2대 최황에 이은 3대 회장 채태병 시절 천산대학 백산학과를 개설했으며 지금은 영구집권이 예상되는 김권택이 이끌고 있다.

그런데 百山學科 강의에 한라산은 들어 있는데 지리산은 너무 크고 넓어 빠졌다. 그래서 자연스레 ‘지리산연대’가 만들어졌고 한 살이라도 젊었을 때 해 보자고 시작한 것이 작년의 3박4일 지리산 종주였다. 금년 가을에는 뱀사골에서 피아골을 횡단할 계획이다. 지리산 뿐 아니라 설악산도, 금강산도, 백두산도 가고 멀리는 히말라야 트레킹을 포함한 세계 10대 트레킹코스도 갈 것이다. 그러나 우리들을 넓은 품으로 안아 주는 지리산에 뿌리를 두는 것은 확실하다.

지리산연대 말고도 59산우회의 새끼로는 ‘토요자유산행’과 ‘초수회’도 있다. 토요자유산행은 토요일마다 과천 문원동에 모여 매봉을 거쳐 헬기장까지 왕복한다. 벌써 2년이 넘었는데 참석자는 대여섯에서 열대여섯까지 들쭉날쭉하지만 우천불문이라 거르는 일은 없다. 여학생 비중이 높고 그들의 발언권도 크다. 하산 후 점심을 함께 하며 애들 혼사와 손주 얘기 등 노년의 세상 이야기를 나누는 재미도 쏠쏠하다. 왕복 3시간 반 정도의 산책 수준이라 백산대학 이후에도 자유산행은 계속 이어질 것이 확실하다.

‘초수회‘는 천산대학 이전 옛골을 거쳐 청계산을 오르던 시절, 하산 후 점심과 함께 한 잔 걸치고 헤어지는데도 술이 고픈 친구들이 따로 모여 2차를 하며 만들어졌다. 매달 첫째 수요일에 만나는데 공교롭게 대부분 서초동에 살고 있다.

이처럼 지리산연대와 토요자유산행, 초수회 등이 59산우회에서 가지를 쳤다. 앞으로 또 다른 모임이 생길지도 모른다. 여하튼 59회의 건강과 친목을 다지는 것만은 틀림없을 것이다. 지금도 회원들의 경조사에는 여학생까지 거의 전원 출동할 정도이니까. 이런 우정은 앞으로 더욱 단단하고 끈끈해질 것이다.

 

**옥우산우회가 그 어느누구도 넘지 못할 백산대학을 졸업한지 어언 5년이 지났습니다.마지막 강의는 39명의 산우님들이 참석하여 도고산에서 열렸지요.

다음달(2017년 11월)에는 좀더 많은 산우님들이 산행에 동참하기를 기원합니다.

옥우산우회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