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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덕 칼럼] ‘아시아 시대의 弔鐘’ 대선주자들 듣는가

김순덕 논설주간

입력 2017-03-26 22:20:00 수정 2017-03-27 09:31:44





              
  
                           

                                         

                     

        




                    


중국이 21세기를 지배한다고? ‘아시아 세기’ 시작도 전에 끝났다
장밋빛 꿈 깨라는 美화제작  
경제·인구문제·정치불안 겹친 한반도 전쟁 가능성 지적
미-중 충돌에 북핵 도발한다면 차기정부 어떤 대응을 할 것인가


김순덕 논설주간
“5년 전 정부는 우리의 경제 미래가 미국이나 유럽 아닌 중국에 있다고 선언했다. 현 정부 외교정책도 아시아 중심이다. 그런데 아시아 세기가 시작도 하기 전에 끝났다고 주장하는 전문가가 있다. 무슨 소린가.”

9일 호주 국영방송 ABC라디오는 ‘아시아 세기의 종언(The End of the Asian Century)’을 쓴 미국기업연구소(AEI) 마이클 오슬린 연구원과 인터뷰를 이렇게 시작했다. 미국 예일대 역사학 교수를 지낸 오슬린이 올 초 미국서 출간한 이 책을 놓고 ‘중국이 21세기를 지배한다고? 다시 생각하시오’ 같은 기사가 미국 보수 매체를 중심으로 쏟아진다. 헤리티지재단 강연과 미 의회 청문회가 이어지는 등 외교가에서도 관심을 갖는 눈치다. 

무슨 내용인지 궁금해 책을 폈다가 ‘서문; 아무도 못 본 아시아’부터 머리끝이 쭈뼛 서고 말았다. 판문점 제3땅굴 견학 체험으로 시작하는데 “지구상에서 가장 위험한 곳의 이름이 비무장지대라는 것은 아시아 전체를 은유한다”고 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가 ‘서구의 쇠퇴와 아시아, 특히 중국의 부상(浮上)’을 불가피한 현실로 받아들이고 있지만 실상이 달라졌다는 분석이다. 장밋빛 표면을 들추면 다섯 가지 시한폭탄이 째깍거리는데 중국을 겨냥해 쓴 저자의 의도와 달리 제일 위험한 나라는 한국이었다.

첫째 리스크는 실패한 경제개혁이다. 중국은 2015년 여름 증권시장 폭락으로 국가자본주의의 한계를 드러냈다. 일본은 아베노믹스로 경제가 부활했다곤 해도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개혁하지 못해 기업이 한껏 투자를 못하는 상황이다. 한국 정부는 중국과 일본의 맹점을 다 안고 있는 데다 한국만의 특수한 재벌 문제까지 걸려 있다.

이로 인한 저성장과 소득 양극화는 두 번째 리스크인 고령화·저출산의 인구 문제와 맞물려 세 번째 리스크, 정치적 불안정으로 이어진다. 한국은 청년실업에 노후불안의 사회적 불만까지 겹치는 바람에 좀처럼 일어나기 힘든 ‘블랙 스완’ 현상, 대통령 탄핵 사태까지 맞고 말았다. 

가장 치명적인 건 네 번째 리스크, 전쟁 가능성이다. 지난달 미 하원 청문회에서 중국의 남중국해 분쟁을 위험지역으로 거론했던 오슬린은 이달 호주 방송에선 “현재 가장 크고 급박한 위험은 북핵”이라고 했다. 결국 미국이 중국을 끌어들여 북핵을 폐기하고 동맹들과 함께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지키는 길밖에 없다. 아시아엔 유럽연합(EU) 같은 지역공동체기구가 없기 때문이다(이것이 다섯 번째 리스크다).  

문제는 북핵을 이고 있으면서도 중국의 겁박을 받는 한국이 북한을 전략적 자산으로 여기는 중국과 과연 맞설 수 있느냐다. 최근 포린어페어지 인터넷판에 소개된 ‘전쟁에 임하는 트럼프의 비전’처럼 미국과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충돌하고, 북한이 미 본토까지 닿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도발한다면 한국의 차기 정부는 어느 편에 설 것인지 섬뜩하다.

한반도 전쟁 가능성을 놓고 열강들이 치열한 수 싸움을 벌일 때 우리는 무지와 회피, 방관과 억측에 빠져 있던 구한말 역사는 언급하고 싶지도 않다. 다만 밖에선 지정학적 대격변이 벌어지고 있는데 안에선 적폐 청산이냐 대연정이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냐 연기냐, 심지어 대통령에 당선되면 북한을 먼저 갈 것이냐 수준에서 맴도는 대선 국면에 억장이 무너질 뿐이다. 

야권의 유력 주자가 미국에 노(No) 할 수 있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건지를 놓고 오보 논쟁이 오갔지만 초대 대통령 이승만이야말로 미국에 반대할 줄 알았던 리더였다. 그럼에도 국제정세에 대한 통찰력이 있고, 무엇보다 국익을 확보할 줄 알았기에 우리는 대한민국을 세우고 한미상호방위조약 속에 지금까지 전쟁 없이 살 수 있었다.


차라리 경제나 사회가 불안한 건 견딜 수 있다. 대통령 당선 뒤 미국부터 방문하는 건 책봉받는 식이고, 실향민 아버지 산소에 가서 소주 한잔 올리며 “북한이 핵을 포기했다”가 아니라 “남북이 다시 만나게 됐다”고 말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들 것이며, 인권변호사 출신이면서 유엔 인권결의안에 찬성할 것인지 말 것인지 북한에 알아보자고 했다는 대선 주자는 국익과 이념, 자파의 패권 중 어디에 복무하는지가 궁금한 것이다.

이대로라면 ‘아시아의 세기’는 시작도 전에 끝난다. 한국은 그 끝을 앞당기는 방아쇠가 될 수도 있다. 이번에는 제발 무능하고 고집 센 대통령은 나오지 말아야 한다.

김순덕 논설주간 yuri@donga.com


원문보기:
http://news.donga.com/Main/3/all/20170326/83534463/1#csidx94e0ffb46b71f3a9dad565a713bb2f7 onebyone.gif?action_id=94e0ffb46b71f3a9d
  • 同墟 2017.03.27 16:34
    [오피니언] 사설 게재 일자 : 2017년 03월 27일(月)



    中엔 치이고 日과는 더 멀어지는 한국경제, 큰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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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정신 바짝 차리지 않으면 한국은 글로벌 경제에서 낙오할 수밖에 없다는 엄중한 경고를 보낸 두 국내 연구기관의 보고서가 나왔다. 중국에 치이고 일본과는 더 멀어지는 우리 경제의 현실을 각종 통계로 ‘고발’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2005년 2위였던 기술경쟁력은 11년 만에 15위로 급전 직하했다. 일본은 10위다. 과학경쟁력도 2009년 3위에서 지난해 8위로 하락했다. 일본은 내내 2위다. 4차 산업혁명 적응력에서도 그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20년간 수출 빅데이터를 조사한 산업연구원 보고서는 산업경쟁력 면에서 우리가 중국에 완전히 추월당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기간 한국의 산업경쟁력지수는 16위에서 13위로 올라섰지만 수출상품 성장잠재력 지표인 ‘산업응집력지수’는 21위에서 25위로 밀렸다. 중국의 산업경쟁력은 20위에서 3위로, 응집력지수는 18위에서 3위로 비약했다. 당장의 경쟁력과 미래 경쟁력 모두 중국에 뒤처진다는 얘기다.

    한국 경제가 어쩌다 이 모양이 됐을까. 그 근인은 열 손가락으로 꼽아도 부족할 정도다. 하지만 결정적 두 가지는 ‘정치 실패’와 ‘경제 리더십 부재’다. ‘경제의 정치화’는 경제 역동성을 떨어뜨리며 잠재성장력을 계속 갉아먹고 있다. 표심 잡기에 혈안이 돼 있는 정치인은 대기업을 희생양 삼아 ‘99%’의 울분을 잠재우기 일쑤다. 그 무기는 늘 반(反)시장·반기업 정책이다. 이 순간에도 대선 주자들은 포퓰리즘 공약을 내뿜고 있으니 갑갑하고 한심할 뿐이다.

    경제 리더십이 국가 운명을 바꿀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는 ‘잃어버린 20년’을 딛고 최근 극적으로 부활하는 일본이다. 아베 신조 총리는 줄곧 과감한 돈 풀기와 친기업 정책으로 일자리를 늘리고 기업 경쟁력을 복원했다. 반면 우리는 정부 무능과 국회 발목잡기로 정반대의 길을 걷는다. 정부·정치권은 최대 현안인 일자리 만들기도, 수출경쟁력도, 4차 산업혁명도 기업이 없으면 해낼 수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