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이철영] 『가치투자』 해설 ②: “안전하게 돈 버는 투자법이 있다고? 에이~~ 무슨 농담을~~”

[가치투자]  “Market Timing 투자”가 단기로 “주가”에 투자하는 반면, “가치투자”는 중장기로 “회사”에 투자한다. 가치투자자도 주가에는 관심이 있지만, 그것은 그 회사의 “가치 대비 주가”이다. 가치투자자는 재무상태도 좋고 이익도 잘 내는 가치 있는 회사에 투자하되, 그 회사 주가가 그 회사 가치에 비해 적어도 30-50% 싼 경우에만 투자한다. 이때 그 회사의 본질가치에 비해 그 회사 주가가 투자해도 안전할 만큼 싼 정도를 “안전마진(Safety Margin)”이라고 한다. 그는 안전마진을 확보하여 주식을 매수한 후, “믿고 기다려서” 그 회사의 가치가 회사 주가에 반영되어 주가가 오르면, 주식을 매각하여 투자수익을 실현한다.

이 때 “기다린다”는 것은 애초에 설정한 3-5년의 중장기 투자기간(금융 및 경제 변동 싸이클)동안, 요즈음 같은 금융•경제위기 속에서처럼 그 회사의 주가가 계속 더 떨어져도, 강 건너 불 보듯이 상관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때 “믿는다”는 것은, 진정한 의미의 투자 손실은, 단기적 주가하락이 아니라, 투자한 회사의 본질가치의 훼손임을 믿는다는 뜻이다. “나는 안전마진을 확보하고 투자했는데, 투자한 회사의 가치가 훼손돼지 않고 보전되어 있으면 무슨 손실이 난 것인가” 라는 것이 가치투자자들의 생각이자 믿음이다.

[가치와 가격의 괴리] 이러한 믿음을 갖는 데에는, 단기적으로 왜 가치(회사의 본질가치)와 가격(회사의 주가)의 괴리(안전마진)가 발생하는지 그 원인을 이해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그 원인을 주식시장참여자들의 심리적 요인과 주식시장의 제도적 요인들로 대별하여 볼 수 있다.

첫 번째 심리적 요인으로 “기억의 원근법(Extrapolative Expectation)”을 들 수 있다. 보통 사람들은 최근(어제와 오늘)의 사건을 더 잘 기억하고 이에 더욱 민감하다. 애인과 헤어지면 소주 두세 병을 까면서 비탄에 잠기는데 이것은 이때(최근)의 상실감이 내일도 모레도 계속될 것이라는 오해 때문이다. 사실 내일 더 멋진 애인이 나타나면 환희 속에서 비탄은 사라지는데도... 오늘의 금융•경제위기로 인한 공포가 대중의 마음에 기억되면 내일도 모레도 그러한 위기가 계속될 것으로 오해하여 모두가 갖고 있던 주식을 투매함으로써 주가가 폭락한다. 사람들은 보통 어제와 오늘의 포로가 되어 내일을 보지 못한다.

두 번째 심리적 요인으로 “손실기피심리(Myopic Loss Aversion)”를 들 수 있다. 동전 던지기에서 “앞면(50%확률) 나오면 50만원 따기, 뒷면(50%확률) 나오면 50만원 잃기”의 게임규칙이 사실 공평하긴 하지만, 사람들은 이런 게임은 보통 기피한다. “앞면 나오면 75만원 따기, 뒷면 나오면 25만원 잃기”의 게임규칙을 제시하면 겨우 그런 게임에 응하려 한다. 손실이 좀 나면 (또는 날 것 같으면) 더 큰 이익의 기회는 무시하고 주식을 투매한다.

세 번째 심리적 요인으로 “군중심리(Herd Mentality)”를 들 수 있다. 미니스커트가 유행할 때는 미니스커트가, 판탈롱이 유행할 때에는 판탈롱이 예뻐 보이는 것이 어쩔 수 없는 우리의 심미안이다. 대학교육을 받은 사람들도, 잘 모를 때에는 군중 속에 있는 것이 안전하다고 생각한다. 위기감 속에서 어느 사람이 “불이야”하고 외치며 주식을 매도하기 시작하면 대중은 다 같이 따라서 투매하여 주가는 반토막이 난다. 봄철 북유럽의 들쥐들은 한 마리가 달리기 시작하면 모든 쥐들이 뒤따라 달려서, 결국 절벽에 모두 떨어져 몰살을 당한다.

주식시장의 제도적 요인으로 첫째, 공모펀드(Mutual fund)의 운영규칙을 들 수 있다. 공모펀드들은 주가가 일정률 하락하면 손절매(Loss-cut)원칙에 따라 일제히 주식을 매도하여 가치 이하로 주가가 더욱 하락한다. 이런 펀드들은 한 회사 시가총액의 10%를 초과하여 투자할 수 없다는 규칙도 있어서 수조원규모의 공모펀드는 중소형 주에 투자하기 어렵다. 따라서 중소형 주는 소외되어 가치 이하로 가격이 심하게 하락하기 쉽다.

두 번째의 제도적 요인으로 공모펀드의 단기적 성과평가 시스템을 들 수 있다. 공모펀드들은 펀드매니저들의 성과를 분기, 월, 심지어는 하루 단위로 평가한다. 안전마진이 확보된 우량소외주를 발굴 투자하여 기다리겠다는 펀드매니저에게 그의 상관이 질책한다. (“그걸 주식이라고 샀냐? 성과도 시원치 않고...”) 그 매니저는, 남들이 다 사는 대형 우량주에 투자하는 것이 개인적 안전을 보존하는 길 임을 깨닫는다. 삼성전자에 투자하여 손실을 봤다고 책임을 묻지는 않으니까. (“다 같이 손해를 봤는데 어때”). 펀드매니저들은 더욱 서로를 모방하게 되고 이에 따라 주가는 가치와 상관없이 한 방향으로 Over- 혹은 Under-Shooting된다. 수컷Guppy(남미의 열대어종)는 본능에 따라 밝고 아름다운 색깔의 암컷을 선택한다. 그러나 옆의 수컷Guppy가 어둡고 칙칙한 색깔의 암컷을 선택하는 모습을 인위적으로 조작하여 계속 보여주면, 처음의 수컷Guppy도 마음을 바꿔 예쁜 암컷 대신 미운 암컷을 선택한다. 우리는 모방심리에 따라, 원래 타고난 지혜조차 쉽게 버리곤 한다.

이러한 인간심리와 제도적 요인들이 변하지 않는 한- 변하지 않을 것이다 – 가치와 가격의 괴리, 즉 가치투자의 기회는 항상 존재한다. 그 기회가 경제위기•주가폭락•대중의 공포 속에서는 많아지고, 모두가 주식을 사고 싶어하는 경기호황•대중의 탐욕 속에서는 줄어들긴 하겠지만 말이다.

[가치와 가격의 수렴]  “알겠어, 철영아. 가치와 가격의 단기적 괴리는 그렇다 치고, 단기적으로 하락한 주가(그 회사주가)가 중장기적으로 가치(회사의 본질가치)를 반영하여 오르리라는 보장이 어디에 있는데?” 좋은 질문이다.

소수의 현명한 투자자들이 가격이 엄청 떨어진 우량회사주식에 투자하고 있는 사실을 알아낸 몇몇의 이웃들이 이 회사 주식에 따라 투자하기 시작하면 대중들도 드디어 이 회사 주식의 매수에 가담한다.

또, 소외된 우량회사의 가치를 가장 잘 아는 사람들은 누구보다도 그 회사 경영진과 대주주들이다. 이들은 주가가 싸진 자기회사주식에 투자하는 것이 다른 투자보다 돈벌이가 잘 될 것임을 깨닫고 자기회사주식을 매집 하기 시작한다.

요즈음은 우리나라에도 PEF사모펀드니 M&A펀드니 무슨 CAPITAL이니 하는 투자회사들이 많아졌다. 이들은 보통 M&A대상을 찾기에 혈안인데 시장에서 소외되어 주가가 싸진 우량회사들은 이들의 좋은 M&A대상(표적)이 된다. 우호적이건 적대적이건 M&A가 거론되는 회사의 주가는 급격히 오르기 시작한다.

이런 모든 것은 경제학의 기초상식인 이자율•회사수익률•부동산수익률간의 균형의 필연성을 얘기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이상하게도 기관과 대중을 포함한 시장참여자들은, 단기적으로는 바보처럼 감정적으로 행동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아주 똑똑하고 합리적이다. 이것을 그럴듯하게는 “시장은 단기적으로 비효율적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효율적이다”, “가격은 결국 자기 고향인 가치에 회귀한다”라고 말한다.

우리나라 주식시장도 1997~1998년의 IMF경제위기를 넘으며 미국에 근접할 정도로 시장의 효율성(중장기)이 많이 개선되었다. 내가 2003년 6월 ARK사모펀드/투자자문을 설립한 것도 우리나라 주식시장의 새로운 모습에 대한 믿음 때문이었다. 1973년에 삼보증권(현 대우증권에 합병됨)에 입사하여 5년간 일하다가 이 회사를 떠난 것도 당시 주식시장이 너무 개판(즉, 중장기적으로도 비효율적)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삼보에 같이 근무하던 이창식은 그 후 현대투자증권사장, 프루덴셜증권부회장까지 지내고, 지금은 한국해비타트회장이면서 ARK펀드의 투자고객으로 있다. 그 외에 59회 몇몇 동기생도, 정말 고마운, ARK의 투자고객이다.

삼보를 떠나 3년 정도 전업에 따른 시련을 겪는 동안, 그 후 바슈•롬 코리아라는 합작회사를 설립하여 운영하는 동안에도 여전히 희망을 버리지 않고 간접적인 주식투자를 계속 하였다. 그러다가 1998~2002년 기간에 바슈•롬코리아의 내 보유주식 상당 분을 미국 파트너에 매각하여, 그 돈으로 ARK를 설립(금감원에 등록)하고 동시에 그 펀드에 스스로 투자하게 된 것이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미국 파트너(Bausch&Lomb사)가 “Mr. Market 아저씨”가 되어준 것이 좋았던 것 같다.

Mr. Market 아저씨가 뭐냐고? 계속 읽어보면 알 수 있어~ (다음 장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