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조회 수 2228 추천 수 12 댓글 0




제 2부 서부 지역 여행

(1)  인디언 캐년


4월 14일 (월)   라스베가스 – 자이언 캐년 – 아리조나의 페이지

어제 내 아이들이 사는 프린스턴을 떠나 이곳 LA로 왔다.   아침 8시 비행기라 새벽 별을 보며 집을 나섰는데 비행기가 연발이다.   2시간 늦은 오후 3시에 LA공항에 도착하니 샌프란시스코에서 온 아내 친구인 현 선생 부부가 우리를 마중하러 나와 있어 반가운 해후를 하였다.   내일부터는 아내들 세상이다.   대학 동창들의 37주년 reunion 행사가 이곳 LA에서 열리기 때문이다.   이곳에 온 목적도 그거기에 따라온 남편들은 따라지 신세가 되었고 그래서 우리 CBC 회원들은 별도의 여행계획을 짜지 않을 수 없었다.

3명의 우리 찬밥클럽회원(CBC)들은 서부 내륙의 미지의 캐년 지역을 3박4일간 돌기로 했던 것이다.   한국과 미국 각지에서 온 아내 동창 15명은 어제부터 시내의 호텔에서 합숙하며 하하 호호 그간의 못다한 우의를 나누고 있었다.   이 목사님을 단장으로 하는 우리 일행 3명은 오늘 아침 8시 드디어 오늘의 제일 목적지인  “라스베가스” 로 향했다.  

4시간의 드라이브 끝에 도착한 라스베가스는 우리의 기대를 전혀 배반하지 않았다.   그간 도박의 도시라는 퇴폐와 향락의 이미지는 간 곳 없고, 대형 호텔들이 도심을 꽉 메우면서 각기 개성 있는 테마로 가족단위의 휴양지로 탈바꿈되어 있었다.   해적들의 해전 쇼로 유명한 “트레저 아일랜드”와 화산 쇼로 명성을 날렸던 “미라쥐 호텔”은 이미 고전이 되어 있었고, 새로 신축한 “베네시안”은 이태리의 베니스를 그대로 재현하여 곤돌라와 인조 하늘 그리고 산 마르코 광장의 분위기를 그대로 연출하고 있었다.   “벨라지오 호텔”의 대형 분수 쇼, “파리 라스베가스” 는 에펠 탑과 파리의 거리를 그대로 보여주며, “뉴욕뉴욕”은 뉴욕을 그리고 “룩소르 호텔” 은 이짚트의 파라호와 피라미드를 재현해 놓았다.   갈 길이 바빠 돌아오는 길에 다시 구경하기로 하고 우리는 가던 길을 재촉했다.

이럴 때 아니면 어떻게 사막 한가운데를 경험할 수 있겠느냐는 캡틴의 유혹에 우리는 라스베가스를 떠나 한 시간이면 갈 수 있는 길을 4시간을 걸려 사막으로 우회하여 나갔던 것이다.   차에 장착한 네비게이터가 가는 내내 유턴을 하라고 시끄럽게 볶아댄다.   93번 샛길을 따라 공군의 유도탄 사격장으로나 쓰이는 허허벌판 사막을 지난다.   319번 지방도로와 56번 도로를 타다가 다시 18번을 타고 남하하니 오후 늦은 시간에 유타주의 “쎈트 죠지”에 도착한다.   남자 셋이라 무모한 주행을 감행했지 평상시 아내와 둘 이서는 다닐 수 없는 그런 황량하고 삭막한 사막의 길이었다.    

다음 일정이 한 시간 거리에 있는 “자이언 캐년”이다.   흰색 분홍색 붉은색 바위들로 그 위엄이 장엄하기 까지 한다는 자이언 캐년을 처음 보았을 때는 그 위압감에 입을 다물지 못했던 기억이 새롭다.   들어가는 초입에서부터 터널 지역까지의 바위 산들은 그야말로 압권이다.   예정에 없던 사막을 도는 바람에 너무 늦어져 벌써 해가 뉘엿뉘엿 지려한다.   산에 그림자가 길게 드리우면 스산하기 조차 하다.   아쉬운 대로 돌아 오는 길을 기약하며 여기도 대충 훑고 지나 간다.  

자이언 캐년의 남쪽 입구인 “스프링데일” 을 지나 9번 도로를 따라 동쪽으로 향하면 동쪽 출구가 나온다.   어슴프레한 시간 갑자기 차 앞면에 펑하는 소리와 함께 사슴의 형상이 붕 떴다가 오른편 기슭에 먼지를 풀석이며 떨어져 나둥그러진다.   피할 시간도 없이 순식간에 사슴이 튀어 나왔던 것이다.   이곳에서 방목한 사슴 떼들은 저녁 밥 먹을 시간인 지금쯤 떼로 몰려 나온다 한다.   차가 다친 것은 별개로 그 사슴의 안위가 걱정이다.   차에 내려 그 자리에 가 보니 벌써 그 사슴은 어디론가 가고 없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죽지는 않은 걸로 보여 안도의 숨을 쉬고, 게이트에 신고하러 갔더니 늦은 시간이라 그런지 근무자가 없어 그대로 나올 수 밖에 없었다.

찜찜한 마음으로 깜깜한 밤중에 차를 몰고 오늘의 숙박 예정지인 “페이지”로 향했다.   9번을 지나 89번을 타고 동으로 동으로 달렸다.   “카납”을 지나 아리조나주의 페이지에는 밤 10시가 넘어 도착하여서 가지고 간 라면으로 저녁을 때우고 곤한 잠에 빠져 들었다.


4월 15일 (화)  파웰 호수 – 글렌 캐년 – 레인보우 브릿지 – 모뉴멘트 밸리

“글렌 캐년” 은 미국에서 가장 광활한 “도로 없는” 지역에 황량하게 위치해 있다.   서부 지역의 물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1950년대 후반 글렌 캐년 댐을 건설하였다 한다.   186 마일 (약 300 키로)에 이르는 콜로라도 강과 지류를 막은 덕분에 약 2,000마일 (3,200 키로)에 달하는 호숫가 연안선이 만들어 진다.   글레 캐년 국립휴양지의 일부인 “파웰 호수” 에는 쿠르즈 배가 다니면서 물에서 캐년을 감상할 수 있는 독특한 경관을 자아낸단다.   그 거점 도시가 “페이지”인데 아리조나에 있지만 배를 타고 호수를 따라 보이는 글렌캐년은 유타주에 있다 하는데, 선착장이 있는 아리조나 주가 수입을 독식한다는데 이런 불공평이 또 어디 있단 말인가?  

아침 일찍 페이지를 벗어나 “와업 마리나” 선착장에 도착하여 크루즈 배를 일인당 140불씩에 예약을 했다.   왕복 7시간이 걸리는 이 뱃길 여행은 3시간을 달리며 물에 떠 있는 글레 캐년을 감상하고 한 시간은 세계에서 장 큰 자연다리인 “레인보우 브릿지” 에 내려 다녀오고, 다시 3시간을 항해하며 돌아 오는 코스란다.   일생에 단 한 번뿐인 기회라 비싼 값에도 불구하고 많은 미국인 관광객들이 흥분된 마음으로 배에 오른다.  미국에는 형형색색의 기기묘묘한 캐년들이 여러 곳에 산재해 있지만 물에 비치는 캐년은 글렌 캐년 뿐이라고 하는데 정말로 그 빼어난 절경은 우리의 탄식을 자아내게 하는데 충분하였다.   아내에게도 보여 주고 싶은 마음에 다시 오리라 다짐하며, 글렌 캐년은 이번 여행의 큰 수확이 아닐 수 없었다.  

우리가 배에서 내려 오솔길을 약 20분 걸으니, 세계에서 제일 크다는 자연의 돌 다리인 레인보우 브릿지가 그 웅장한 모습을 드러낸다.   육로로서는 길이 없고 오직 뱃길로 만이 접근할 수 있어 그 희귀성에 다시 한번 경탄을 금할 수 없었다.   다리 밑으로 건너 가는 것을 삼가 하라는 경고 판을 자세히 읽어 보니 그 지역 인디언들이 신성시하는 것에 대한 존중에서 나온 것이었다.

또 다시 배에 올라 타 내리 3시간을 주위의 글렌 캐년을 넋을 잃고 바라 볼 뿐이다.   다시 페이지로 돌아 오니 그곳에 거대한 댐이 있는 것이 보였다.   거대한 파웰 호수를 만들어 낸 “글렌 캐년 댐” 이었다.    

오후 4시 부지런히 차를 몰고 나바호 인디언 보호구역으로 들어 가 저녁 7시쯤에 미국 서부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모뉴멘트 밸리” 로 들어 갔다.   광활한 대지 위에 불쑥 불쑥 돌기둥들이 솟아 있는 괴이한 이 지역에 갑자기 황사 바람이 드세게 불기 시작한다.  뿌옇게 변해 가는 뷰트(돌 기둥) 들이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곧 바로 유타주로 경계를 넘어 간다.   1시간을 더 달리니 어두워지면서 “나바호 인디언 보호 구역” 도 끝이 나며, 시퍼런 강이 우리 앞을 지난다.   “샌 후앙” 강이다.   강변도시인 “맥시칸 해트” 에 들어 가니 강가에 운치 좋은 모텔이 있다.   식료품점에서 맥주를 사다가 달 빛이 교교히 흐르는 강가에 앉아 마시며 오늘 여행의 흥분을 가라앉힌다.

4월 16일 (수) 신들의 계곡 – 내추럴 브릿지 – 캐피털 리프 – 브라이스 캐년

아침에 잠을 깨 내심 궁금해 여기던 이곳의 지명인 “맥시칸 해트”의 해답을 찾았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마치 맥시코 모자를 머리에 인 듯한 돌 산이 뚜렷이 시야에 들어 왔다.    아침을 푸짐히 먹고 길을 떠나는데 비포장 길이 나온다.   그러면서 안내판에는 “Valley of the Gods”라 쓰여 있다.   우리는 궁금한 건 못 참는 성격이라 먼지를 일으키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 길을 따라 들어 갔다.  

아니 그런대 이게 웬 말인가.   지금까지 보아 온 어느 캐년 보다 훌륭하고 장엄한 세계가 펼쳐지지 않는가.   더군다나 비포장이기에 차도 별로 들어 오지 않는 자연 그대로의 맨몸을 드러내며 신들의 계곡답게 기묘한 광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파웰 호수에서 보는 글렌 캐년에 이어 이번 여행의 두 번째 수확이 바로 여기인 듯 싶다.

황홀한 경치를 뒤로 하고 북쪽을 향해 261번 도로를 타고 가는데 비포장 길이 나오면서 급경사의 U 자 길로 접어 드는데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모키 더그웨이”라 한다.   산을 절단하여 급커브 길을 만들었다는데 나는 워낙 고소공포증이 있는 터라 절벽은 눈도 못 주고 앞만 주시하며 갔다.   그런 나를 두 분은 우스운지 계속 놀려댄다.   삽시간에 고지대에 올라 오니 갑자기 추위가 엄습한다.   곧 이어 “내추럴 브릿지스” 국립 기념물이 나온다.   어두운 빛깔의 얼룩이 서린 백사암 협곡인데 여기에 자연적으로 형성된 세 개의 자연 돌다리가 놓여 있다.   오랜 기간 물의 침식작용과 바람의 풍화작용으로 생겼다 한다.   추위에 후다닥 세 걔의 다리를 보고 차를 출발시켰다.   95번 도로를 따라 한참을 가는데 양 옆으로는 또 캐년들이 도열해 있다.   이번에는 붉은 색 갈의 캐년이라 “레드 캐년” 이라 한다나.  

한참을 가니 우리 앞에 파웰 호수의 상류가 나타나며 글렌 캐년의 웅장한 모습도 또 다시 보인다.   복습하듯 다시 보며 오늘의 또 다른 하이라이트인 “캐피털 리프” 국립공원으로 향한다.   캐피털 리프는 6,500 만년 전 지구의 표면이 비틀리고 겹치면서 형성된 것으로 마치 회화를 보는 듯 강렬한 색채를 띠고 있는 곳이란다.   캐년 색깔도 이제는 회색 빛으로 바뀌었고 마치 붓으로 휘갈겨 놓은 듯 한 희한한 선들이 바위 위를 꿈틀거리며 살아 움직이는 듯 우리의 심미안을 시험하고 있었다.

눈이 아직 녹지 않는 고산지대를 지나 오늘의 마지막 여행지인 “브라이스 캐년” 에 도착하니 어느덧 뉘엿뉘엿 석양이 지고 있었다.   브라이스 캐년은  붉은 색을 띤 뾰죽한 봉우리들이 협곡을 꽉 메우고 있는 장관으로 석양의 노을이 붉은 바위 계곡을 더욱 더 선명하게 빛내 주고 있었다.

이제는 어두워진 길을 내일 일정을 위해 최대한 많이 가기로 했다.   밤 늦은 시각에 “자이언 캐년” 의 동쪽 입구인 “마운트 카멜” 에 도착함으로 바쁜  하루 일정을 끝냈다.


4월 17일 (목)   자이언 캐년 – 라스 베가스 – 로스안젤레스

엊그제 대충 보고 떠난 “자이언 캐년” 을 자세히 다시 음미하기 위해 아침 일찍 자이언 캐년으로 들어 갔다.   동쪽 출입구 경비원에게 엊그제 있었던 사슴 친 이야기를 신고했더니, 별 관심 없이 그냥 가란다.   그간 사슴이 죽었다는 신고도 없고 하니 약간의 부상으로 끝이 난 모양이다.   휴 다행이다.

차를 몰고 자이언 캐년의 중앙을 관통하면서 그 장엄하고 위압감을 주는 바위 산들을 구경하였다. 오늘은 자이언 캐년에서 트레일을 한 번 해 볼 요량이다.  셔틀을 타고 산 중턱에 내려 “Weeping Wall” 이라는 곳까지 걸었다.   공기도 상쾌하고 날씨도 좋아 가족 단위의 등산객들이 많다.   움푹 들어 간 바위위로 물이 떨어지면서 붙여진 이 이름으로 그 안에 들어 가면 물이 앞을 훑고 내려 간다.   비지터 쎈타에 와서 자이언 캐년의 웅장함을 다시 맛 보기 위하여 아이맥스 영화를 보러 갔다.   세계에서 제일 큰 화면이라고 자랑하는 이 아이맥스에서는 “자이언 캐년- 신들의 보물”이 상연되고 있었는데 대형 화면에서 보여 주는 자이언 캐년은 그야말로 압권에 압권이었다.   아내에게도 보여 주고 싶은 마음으로 디비디를 하나씩 사서 배낭에 챙겨 넣었다.

또 다시 라스베가스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3시였다.  이제 차근차근 호텔들을 섭렵하기로 하고 보니 호텔간의 거리가 만만치 않아 새로 생긴 트램을 타기로 했다.   라스베가스 스트립을 따라 북쪽으로 올라 가기로 했다.   이집트를 재현한 룩소르 호텔을 구경하고 뉴욕을 빼 닮은 뉴욕뉴욕호텔을 지나 만화에 나올 듯한 중세시대의 성을 연상케하는 엑스캘리버 호텔을 지나 엠지엠 그랜드로 들어 갔다.   이곳에는 엠지엠의 명물인 사자를 우리에서 키우고 있었다.   파리의 에펠탑이 눈에 들오 오는 파리 라스베가스호텔을 지나니 분수 쇼로 유명한 벨라지오 호텔과 로마를 꾸며놓은 씨져스 팰리스가 나온다.

화산쇼로 유명한 미라지호텔을 지나니 해적들의 해전쇼로 유명한 트레저 아일랜드가 나온다.   그 건너편에는 베니스를 재현한 베네시안호텔이 있고, 그 위쪽에는 새로운 라스베가스의 강자인 윈 그룹의 “윈 호텔” 이 그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새로운 위락시설에 자리를 빼앗긴 다운타운 동네는 새로운 볼거리인 전자 쇼로 관광객을 끌어 모으고 있는데 그 중심에는 우리나라의 LG 가 기술을 제공하여 훌륭한 볼거리를 제공하였다 하니 가슴이 뿌듯함을 느꼈다.

밤 9시에 라스베가스를 출발하여 새벽 2시에 로스안젤레스에 도착했다.   콧바람 날리며 바쁘게 다닌 3박 4일간의 인디언 캐년 여행은 총 2,100 마일 (3,360 키로)을 달리며 좋은 추억과 함께 그렇게 끝이 났다.



(2)  피닉스


4월 18일 (금)  로스안젤레스 – 아리조나의 피닉스

아침 11시 드디어 아내들과 상봉하다.   아내들은 그 동안 친구들과 무지 재미가 있었던지 마냥 행복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우리는 현 선생 내외랑 3박 4일 동안 아내의 친구가 사는 아리조나 주의 피닉스로 여행을 가기로 했던 것이다.  정들었던 이 목사 내외분과 아쉬운 작별을 고하고 오후 1시 우리 일행 4명은 황량한 10번 도로를 타고 줄 곳 5시간을 달려 피닉스에 도착하였다.  

우리에게는 “아리조나 카우보이” 로 알려 진 아리조나 주는 그랜드 캐년과 하늘을 향하여 두 팔을 벌린듯한 사구아로(스와르) 선인장으로 유명하고, 무더운 날씨와 대부분의 지역이 사막으로 되어 있으나 의외로 울창한 숲과 오아시스도 볼 수 있는 특이한 곳이란다.   황량한 사막에 물을 대기 위한 필사적인 노력으로 1911년 루즈벨트 댐이 건설되었고, 그 후 1990년대에는 40억 달라 규모의 대형 프로젝트로 콜로라도 강의 물을 끌어다 씀으로써 살기 좋은 곳으로 변모되어 가고 있다 한다.

우리가 가는 피닉스는 아리조나 주의 주도로서 미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도시 중의 하나로 현재는 미국에서 4번째로 큰 도시가 되었다 한다.   찌는듯한 무더위의 여름만 제외하고는 연중 따듯한 날씨로 300일 이상 햇빛을 볼 수 있어 미국 각처에서 오는 관광객들로 늘 시끌버끌하단다.          


4월 19일 (토)   세도나 관광

이 곳 인근 2시간 거리에 “세도나”라는 유명 관광지가 있다 하여 아침에 부지런히 차를 몰고 떠났다.   붉은 바위들이 주위를 둘러 싸 경이로운 풍경을 연출하는 이곳 세도나는 1980년대에 정체불명의 자연에너지가 방출되는 보텍스(Vortexes) 가 발견되면서 뉴 에이지의 본거지가 되었다.   이곳 바위나 계곡 및 강에서 발산된다고 전해지는 전자기 에너지를 쐬러 오는 사람들로 늘 북적인다.   “단”이나 “기” 그리고 “요가” 등 우리나라 사람들도 이곳 세도나의 보텍스 기운을 받기 위해 단체로 “기 체험” 하러 온다 하니 세상은 참 좁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닌 게 아니라 붉은 색을 띈 남근석과 같은 모양의 바위가 산 꼭대기에 우뚝 서 있는 게 보였는데 나에게만 그렇게 보였을까?   하루 동안 기를 쏘이고 왔는지 그 간의 피로가 풀리는 듯하다(?)   밤에 다시 피닉스로 돌아와 멕시코 식당에서 늦은 저녁을 맛있게 먹었다.


4월 20일 (일)   열탕 속에서의 골프

오늘은 주일이라 피닉스 시내에 있는 새 생명 교회에서 예배를 드렸다.   40도가 오르 내리는 뙤약볕 날씨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으니 골프는 한번 치고 가야 되지 않느냐는 소리에 골프화를 빌려서 (난생 처음 슬리퍼모양의 골프화를 신었다. 구멍도 숭숭 뚤려 있어 바람도 잘 통한다) 그 무더위 속을 헤쳐가며 골프를 쳤는데 이건 마치 극기 훈련을 받는 거와 같았다.


4월 21일 (월)  피닉스 – 캘리포니아의 팜데일

11시 30분 피닉스를 출발하여 또 봐도 황량한 10번 도로를 서쪽으로 5시간을 달려 로스안젤레스 북쪽 도시인 “팜데일”에 도착하니 먼저 와 있던 아내 동창들의 환대와 집주인인 조 장로 내외의 융숭한 대접을 받았다.   3박 4일간의 피닉스 여행은 1,050마일 (1,700 키로)을 기록하고 막을 내렸다.


(3) 샌프란시스코


4월 22일 (화)  팜데일 - 양귀비 꽃 산 – 오크랜드의 월넛 크리크

우리와 줄 곳 같이 다녔던 현 선생의 댁인 샌프란시스코를 3박 4일간 다녀 오기로 했던 것이다.   아침 10시 팜데일을 떠나기 전에 꽃 구경을 가자고 따라 나선 안주인의 안내로 가게 된 곳이 너무나 황홀한 곳이었다.  랜카스터에서 138번 도로를 따라 펼쳐진 “앤티로프 밸리 캘리포니아 파피” 지역이 바로 거기다.

일년 중 바로 이맘때 2주일간에만 꽃을 피운다는 캘리포니아 파피 (Poppy) 즉 양귀비 꽃이 온 산에 지천으로 깔려 있어 그 넓은 대지가 온통 분홍빛이다.   1시간을 달려도 내내 California Poppy 천지다.   특히 올해는 얼마 전 흠뻑 비가 오는 바람에 양귀비 색갈이 더욱 영롱하단다.  

LA와 SF를 내륙으로 잊는 5번 도로를 타고 북상한다.   6시간을 달린 끝에 “오클랜드” 의 “월넛 크리크” 에 도착했다.   7,000가구의 대규모 씨니어 타운에 살고 있는 현 선생 내외의 안내로 씨니어 타운을 구경하고 피로도 풀 겸하여 피트니트 쎈타와 수영장에서 몸을 푼 뒤 시내에 나가 베트남 음식으로 저녁을 먹었다.


4월 23일 (수)  나파 와 소노마 포도밭 – 암스트롱 레드우드 공원 – 윈저

이곳에서 2시간 북쪽에는 나의 사촌 여동생이 산다.   우리가 오면 극진한 대접으로 우리를 감동시키는 그런 사촌이다.   가는 길에 그 유명한 캘리포니아 포도밭도 볼 겸 해서 차를 빌려 현 선생 집을 떠났다.   캘리포니아 와인으로 유명한 “나파” 와 “소노마” 를 거쳐 “윈저” 로 향했다.   반가이 우리를 맞아 주는 사촌 여동생의 안내로 근처 1시간 거리에 있는 “암스트롱 레드우드 공원”으로 향한다.

이곳 캘리포니아 북부 지방에는 키가 곧장 크게 자란 레드우드 숲이 도처에 많이 있다.   수령이 1,400년이나 되는 적송도 있고 나이테가 1,000년이 넘는 나무 기둥도 산책길에 전시되고 있다.   구수한 나무 냄새와 뿜어 나오는 피톤치드로 몸과 코와 머리가 다시금 맑아졌다.   깨끗이 정돈된 집에서 정성껏 준비한 저녁을 먹으니 새삼 사촌의 정겨운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4월 24일 (목)   월넛 크리크에서의 골프

10시에 윈저의 사촌 집을 떠나 중간 중간 대규모의 포도밭을 지나 월넛 크리크의 현 선생 댁으로 돌아 오니 12시 30분이다.   골프 예약을 해 두었다고 하여 씨니어 타운내의 훌륭한 골프 코스를 돌았다.   골프장 내에 서식하는 야생 오리 중 하나가 발을 저는 것을 보고 측은한 마음이 생겼다.   아마도 골프 공에 다리를 맞은 모양이다.   넓은 골프장에서 자유로이 사는 것도 좋지만 이런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건 참으로 아이로니컬하다.


4월 25일 (금)   오크랜드 – 로스안젤레스

오늘은 LA로 돌아 가는 날이다.   미국에서 처음으로 개 그린 버스 (그레이 하운드)를 타게 되었다.   어제 밤 인터넷으로 예약을 해 두었던 것이다.   7시간 넘게 달리고 달려 저녁 6시경에 LA의 누나 집에 당도하였다.   LA시내에 사는 누나와 같이 저녁으로 베트남 음식을 먹고 한국인이 개업해 호황을 누리는 “아이스베리” 에서 아이스크림을 그리고 비대오 가게에서 “엄마가 뿔났다” 비디오를 4회분 빌려다 밤새 보았다.   이번의 3박 4일 샌프란시스코 여행도 1,150 마일 (1,840 키로)을 기록하게 되었다.


(4)  로스안젤레스


4월 26일 (토)  라인 댄스

   LA 다운타운에 살고 있는 누나는 60대 후반이다.   그곳 중년여성들이 몸매관리와 소일거리로 라인 댄싱 강습을 받는단다.   라인댄싱이란 앞줄 옆줄을 맞춰가며 춤추는 장소의 4방향의 벽을 따라 움직이며 일군의 사람들이 하나 이상의 라인을 만들어 방향을 전환하면서 음악에 맞춰 동작과 스텝을 여러 번 반복하는 댄스이다.  

오늘은 “한흑 친선 라인댄스 경연” 이 있는 날이란다.   대회장인 병원의 지하 대강당에 들어 서니 이미 한국인 중년부인 50여명과 비슷한 숫자의 흑인들이 날렵한 옷 매무새로 드넓은 강당을 휘저으며 오와 열을 쫙쫙 맞춰가며 신명을 내고 있었다.    지역 사회의 화합을 위하여 이렇게 노력하는 동포와 흑인들이 사뭇 거룩하게 보였다.


4월 27일 (일)  라치몬트

오전에는 예배를 보고 오후에 근처 어여쁜 동네인 간혹 재수 좋으면 영화배우도 볼 수 있다는 Larchmont 에 갔다.   마침 그곳에서는 Farmers Market 이 열리고 있어 신선한 과일과 야채 그리고 수공예품을 팔고 있었다.

저녁에는 대학 동창들의 모임이 있어 부부 동반으로 용수산이라는 한정식 집에서 담소를 나누며 우의를 다지기도 했다.


4월 28일 (월)  조카네에서

조카가 따로 혼자 나가 살기에 오늘은 그의 집으로 가서 그 동안 조립하지 못하고 쳐 박아 두었던 옷장과 설합 장을 조립하여 주는데 하루 온종일 걸렸다.


4월 29일 (화)  산타 모니카와 베니스 워크

오늘은 버스를 타고 서쪽 해안가인 “싼타 모니카” 로 향했다.   Third Street Promenade 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으며 한낮의 푸근함을 선사하여 주었고, Pier 에는 시원한 바다 바람에 끝없이 펼쳐진 태평양이 눈을 부시게 했다.   Venice Walk 를 거쳐 우리가 좋아하는 Venice Canal 지역으로 갔다.   운하를 따라 어여쁜 집들이 도열해 있고 온갖 꽃들로 치장한 이 지역은 마치 베니스를 옮겨 놓은 듯 그 진한 향기의 기기묘묘한 꽃들이 너울대며 향연을 베풀고 있었다.


4월 30일 (수)  로데오 거리 – 센트리 씨티 – UCLA  

오늘도 버스를 타고 “비버리 힐스” 의” 로데오 거리”를 걸어 다니며 사치스런 브랜드 샵을 구경하였다.   그 앞에 있는 Four Seasons Hotel 에 들어 가 영화 “귀여운 여인” 에서의 “리차드 기어” 와 “줄리아 로버츠” 처럼 포즈를 잡고 사진도 찍으며 화장실도 들락거렸다.

또 근처의 Century City 는 상업지구로 높은 빌딩과 많은 직장인들로 붐볐다.   Westfield Malls 에서 점심을 먹고, 버스를 다시 타고 UCLA로 가서 젊은 대학생의 싱그러움에 빠져 들기도 했다.


5월 1일 (목)   센트리 씨티에서의 골프 – 선쎗 대로

오늘은 골프 데이다.   하루 종일 Century City 에 있는 Rancho Park 에서 골프를 즐기고 난 후, 시내에 있는 “칠보 면옥” 에서 저녁을 먹고 나오는데 누가 인사를 한다.   보니 그 집의 사장인데 서울서부터 알던 저 유명한 소리꾼인 장 사익씨의 동생이다.   반가워 연유를 물으니 이곳에 온지 3년이 되어 가는데 사업이 잘 돼서 곧 2호 점도 개업한단다.   그리고 서울에도 몇 개의 지점이 있다고.   대단하다.  출중한 사업 실력으로 이런 객지에서 큰 성공을 거두었다니.   앞으로의 발전을 기원한다.

밤에는 조카의 안내로 LA의 번화 지구인 “Sunset 대로”로 나갔다.   온갖 현란한 네온 싸인이 여기가 흥겨운 동네임을 가르쳐준다.   그 중 우리는 간판도 거꾸로 매달아 놓은 (사람들이 너무 붐벼 알아 보지 못하고 그냥 지나치게 하기 위해서 라나) “The Standard” 라는 호텔에 들어 가서  야외 수영장에서 커피를 마시며 깊어 가는 밤을 즐겼다.


5월 2일 (금)  코리아 프라자 - 더 그로브 – 페르시안 레스트랑

버스를 타고 이번에는 Korea Plaza에 가서 아내의 사촌이 하는 중국집 “진흥각”으로 갔다.   주인이 출타 중이라 그냥 짜장면만 먹고 나왔다.   다시 버스를 타고 The Glove 로 나갔다.   번잡한 Shopping Mall 이다.   그 옆의 The Farmers Market 도 구경했다.

밤에 인터넷으로 5월 5일부터 씨애틀에서 쓸 렌터카를 예약했는데, 그만 늦게 하는 바람에 2주일 빌리는데 200불이면 될 것을 280불을 주어야만 했다.   차후에는 무조건 일찍 예약하는 습관을 들여야 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저녁에는 페르시안 레스토랑에서 아랍 음식을 먹으며 밸리 댄스를 구경하기도 했다.


5월 3일 (토)   얼바인 – 라구나 비치

드디어 서울에서 유학 온 조카를 만나러 “얼바인” 을 거쳐 “라구나 비치”로 내려 가는 날이다.   그 해안 경치가 끝내 주는 “라스 부리사스 호텔” 로 아침 부페를 먹으러 출발했다.   언제 와도 이곳은 그 분위기와 전망이 정말 최고다.   아침을 배불리 먹은 후 라구나 비치의 모래 사장을 걸었다.   그 후 근처 Fashion Island 로 가서 고급 부티크와 브랜드 샵을 돌아 다니며 눈을 즐겁게 해 주었다.

돌아 오는 길에 Costco 를 찾아 들어 가 서울에 가져 갈 선물로 비타민 약을 사고, 6시에 칠보 면옥으로 다시 가서 사장으로부터 와인까지 포함된 저녁을 융숭하게 대접받았다.


5월 4일 (일)   수정 교회

세계적 부흥사인 로버트 슐러 목사로 유명한 Crystal Cathedral (수정 교회)에 가 보기로 했다.   10여 년 전에 갔던 기억이 나는데 오늘은 주일 예배를 거기서 보기로 했던 것이다.   유리로 지어진 이 교회는 그 안의 파이프 올간과 성가대석 그리고 교회 주변에 세운 각종 예수 관련 조각품들이 우리를 경탄하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런대 예배를 보러 오는 숫자가 점점 줄어 든다고 하니 안타까울 뿐이다.

점심은 진흥각으로 가서 주인인 사촌으로부터 맛있는 중화요리를 대접 받았고, 저녁은 고교 동창들과 더불어 화기애애한 가운데 흥겨운 시간을 보냈다.

이렇게 해서 LA에서의 9일간의 휴식은 빠르게 지나갔다.   내일 새벽 우리는 또 다른 여행지의 기점이 되는 씨애틀로 향할 것이다.

                                                     (누비고 다닌 이야기 제2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