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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부 씨애틀 과 밴쿠버 그리고 록키 마운틴

(1)  씨애틀


5월 5일 (월)    레드몬드 시

이번 3차 여행의 베이스 캠프는 태평양 북서부에 위치한 시애틀이 되었다.   MS 에 근무하는 조카가 얼마 전 새 집을 장만하였단다.   그래서 그 집도 들여 다 볼 겸 그곳을 거점으로 캐나다의 밴쿠버와 캐나디안 록키를 다녀 올 요량이다.   하루를 효과 있게 쓰기 위해 새벽 비행기를 이용했더니 아침 10시에 시애틀에 도착했다.   예약해 둔 렌터카를 찾으러 카운터에 갔더니 여직원의 일 처리가 영 말이 아니다.   족히 30분 넘게 씨름하다 겨우 차를 찾을 수 있었다.   그런데 보니 새빨간 색깔의 시보레 차로 환갑을 넘긴 노부부가 몰고 다니기에는 좀 그렇다 할 정도였는데, 에라 여기 미국이 아니면 언제 또 젊은 기분을 낼까 하여 냉큼 올라 타고 시동을 걸었다.

태평양 연안 맨 북쪽에 있는 워싱톤 주의 시애틀은 영화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에서와 같이 미국 사람들이 살고 싶어 하는 도시 중 으뜸으로 치지만 사실은 일년의 3분의 2가 비가 부슬부슬 내리거나 하늘이 잔뜩 찌푸린 정말로 우울증을 더 해 주는 도시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메랄드 도시답게 유행을 선도하여 “스타벅스” 를 세계에 수출하고 마이크로 소프트 (MS)로 하이테크의 중심지가 되었고 “보잉 항공사” 가 둥지를 틀고 있으며 이들의 라이프 스타일이 영화나 TV의 주제가 되곤 하는 도시란다.

조카가 사는 Redmond 의 아담한 타운하우스에 도착하니 바로 곁에 공원과 호수가 그림처럼 펼쳐져 있으며 근처 다운타운 센터에는 산뜻한 생활 문화 공간인 “마켓 플레이스” 가 고급스러움을 더 해 주고 있었다.  MS 의 본사가 있는 이 곳 “레드몬드 시” 는 씨애틀 도심까지 20분 밖에 걸리지 않는 위성 도시로, 자연의 아름다움과 더불어 문화 예술의 고장이라 한다.

저녁을 먹은 후, 조카의 안내로 시애틀을 차를 타고 한 바퀴 돌기로 했다.   내일부터 우리끼리 다녀 할 곳을 미리 봐 두기 위함이다.   시애틀의 전경을 바다 건너 저편에서 한 눈에 볼 수 있다는 “알카이” 해안가와 시내를 내려다 볼 수 있는 얕은 동산 위의 “센트 퀸 공원” 이 인상적이었다.


5월 6일 (화)    씨애틀 시내

우리들만의 시애틀 구경이다.   아침 일찍 520번 도로를 타고 바다 위에 떠있는 다리를 건너 도심으로 들어 갔다.   우선 시애틀의 심장부에 해당되는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으로 갔는데, 이곳은 생선장수의 고함소리, 싱싱한 과일과 야채, 그리고 예술 공예품 및 중국할머니들이 파는 현란한 색깔의 꽃들로 관광객들을 끌어 들이는 아주 유쾌하고 혼잡한 곳이었다.  사진을 찍어 대며 두어 바퀴를 돌고 보니 사람들이 몰려있는 점포가 있어 들어 가 보니 거기가 스타벅스 1호점이란다.   허름한 이 가게에서 시작된 스타벅스가 이제는 세계적인 트렌드가 되었다 하니 감회가 새롭다.  

시애틀 미술관 앞에는 저 유명한 “망치질하는 남자” 의 조각이 우뚝 세워져 있었는데, 우리나라에도 있다는 그 조각품은 언제나 똑 같은 일을 반복 해야만 하는 현대인의 고단함을 보여 준단다.   몇 해 전 새로 개관한 공공 도서관이 볼 만 하다는 이야기를 서울에서부터 듣고 온 지라 그곳을 향했다.   겉 모양부터 예사롭지 않게 유리로 둘러싸인 이 도서관은 내부도 빨강 노랑등 원색으로 꾸며 놓은 것이 정말로 환상적이었다.

시애틀의 탄생지인 “파이어니어 스퀘어”는 원래 붉은 벽돌 건물로 둘러 싸인 허름한 광장이었으나 사적지로 지정되면서 아트 갤러리, 골동품 가게, 카페등이 들어 서 있는 역사적인 거리로 탈바꿈을 한 곳이었다.   골동품 가게에 들어 가 보니 미로와 같은 길을 따라 이곳 저곳에 온갖 옛날 잡동사니 물건들을 쌓아 놓고 팔고 있었다.

최근에 개장한 올림픽 조각공원을 거쳐 시애틀 센터지구로 향했다.   시애틀의 상징인 “스페이스 니들” 과 MS의 공동 창업자인 폴 앨런이 세웠다는 익스피리언스 뮤직 프로젝트(EMP)는 입이 딱 벌어지게 요상한 건물 모양과 그 안의 음악에 관한 모든 실험을 할 수 있다는 그 발상에 말이다.   그 옆의 “퍼시픽 사이언티픽 센터”의 위용도 만만치 않은 곳이었다.   한 건물 전체가 한 사람의 포스터로 도배가 돼 있어 올려다 보니 일본인 야구 선수인  “스즈끼 이찌로” 의 대형 프로마이드였다.   메이저 리그의 “시애틀 마리너스” 의 구단주가 일본 기업이라 그런지 묘한 감정을 느꼈다.

이렇게 해서 시애틀의 도심 관광은 하루 만에 끝을 낼 수 있었다.


5월 7일 (수)    워싱톤 대학 – 공공 도서관 –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

어제 하루를 무리했던 모양이다.   몸이 피곤하고 열이 난다.   아침을 약간 쉰 뒤 오늘은 워싱톤 대학을 가 보기로 했다.   약 100만평의 대지 위 호숫가에 세워진 이 대학에는 마치 두 마리의 학이 마주보며 하늘을 비상하는 듯한 캠퍼스 스태디엄이 매우 인상적이었으며, 상업지구로 발달한 “The Village” 에는 온갖 옷 가게와 어여쁜 카페들이 한 동네를 이루고 있었고, “Ave” 라고 알려진 정문 앞 번화 거리에는 고급스런 바와 카페 영화관과 서점이 줄을 잇고 있었다.  

어제 갔던 공공 도서관을 다시 찾아 가 찬찬히 음미하기로 했다.  책꽂이에는 의외로 한국 책들도 많아서 앉아서 책을 보기고 하고 여기 저기 신기한 마음으로 도서관 내부를 돌아 보았다.   이렇게 멋진 도서관을 시애틀 시민들에게 제공해 주는 공공 서비스가 내심 부러웠다.   저녁 무렵에 다시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을 다시 찾았다.   쇼맨쉽이 강한 생선장수들의 고함소리에 그리고 아름다운 꽃을 파는 중국여인네들의 삶의 현장이 너무나 생생하게 느껴졌다.


5월 8일 (목)    워싱톤 식물원 – 베인 브릿지 페리 – 알 카이

어제 좀 쉬는 모드로 다녔더니 오늘은 몸이 상쾌하다.   아침 일찍 “워싱톤 식물원” 으로 갔다.   가지각색 빛깔의 철쭉과 이름 모를 꽃들로 만발을 이루었다.   그 속에서 한동안 정신을 놓고 꽃들의 현란함에 취해 있었다.   그 옆에 있는 일본 정원에 들어 가 보았는데 역시 일본 아이들 답게 연못에다 정자에다 꽃과 나무를 심어 놓은 것이 얄미울 정도로 아름다웠다.

시애틀의 전경을 더 보기 위해 우리는 그 앞 섬인 “베인브릿지” 를 왕복하는 페리를 탔다.   육지로부터 멀어 지는 배 위에서 보는 시애틀은 정말로 아름다운 도시처럼 보였다.   시애틀의 상징인 “스페이스 니들” 도 다운타운의 개성 있게 들어 선 빌딩들도 시애틀의 스카이라인을 그림처럼 그려내고 있었다.

이왕 보는 김에 시애틀의 전경이 가까이서 잘 보인다는 “알카이” 로 드라이브를 나갔다.   그리고 빵이 맛있다는 “알카이 베이커리” 에서 디저트와 커피를 마시며 바다 건너편 시애틀의 도심을 유유 작작 건너다 보며 즐겼다.


5월 9일 (금)    마운트 레이니에

드디어 이 날을 기다렸다.   그 동안 계속 꾸물거리던 날씨가 개일 조짐을 보인다.   우리는 오늘 이곳에서 남쪽으로 2시간 거리에 있는 신비의 산인 “레이니에 산” 으로 가려 한다.   그 주변에서 보이는 “마운트 레이니에” 는 휜 눈을 머리에 인 그래서 영혼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산이다.   해발 4,750미터에 달하는 이 산은 1년 내내 빙하와 눈으로 뒤 덮혀 있단다.   공원 입구는 남서쪽의 “니스킬리” 에 있으며 입장료 15불을 내고 들어 가니 울창한 숲 속으로 개울 물 소리가 정겹게 들린다.   아직 눈이 녹지 않아 여러 곳이 폐쇄되어 있었지만 가장 인기 있는 코스인 “파라다이스”까지는 말끔히 눈이 치워 져 있었다.   가는 도중 하늘이 청명하게 그 푸르름을 더 해 주는 끝내주는 날씨다.   일년에 몇 번 없다는 이런 하늘을 보니 우린 참 구경 복은 터진 셈이다.

파라다이스에 올라 가 주차를 하니 주위는 온통 새하얀 눈밭이다.   파아란 하늘을 따라 흰 눈을 머리에 인 레이니에 산의 정상이 눈 앞에 우뚝 서 있다.   그 산에 도전하는 젊은 이들의 건강한 얼굴로 내 마음도 덩달아 싱그러워진다.  그렇게 몇 시간을 보고 또 봐도 시간가는 줄을 못 느끼게 하는 명산이 바로 레이니에 산인 것 같다.


5월 10일 (토)    밴쿠버를 향하여

레이니에 산까지 섭렵을 했으니, 이제는 시애틀을 떠날 때이다.   큰 짐은 놔 두고 간단한 짐을 싸서 차를 몰고 북쪽을 향했다.   2시간여를 달리니 어느덧 캐나다 국경이란다.   미리 연락해 둔 장로님 댁으로 찾아 갔다.   너무나 반가이 맞이 하시는 장로님 내외 분께 그지없는 고마움을 느끼며 밴쿠버에 안착했다.   저녁에는 장로님의 안내로 시내 답습을 나갔다.   우선 “버나비 공원” 을 돌아 보고 밴쿠버 다운타운을 차로 돌고 그리고 돛대 모양의 근사한 호텔인 “Pan Pacific Hotel” 의 커피숍에서 바다를 보며 느긋한 시간을 보냈다.


5월 11일 (일)    화이트 락에서 그리스 음식을

영광교회에서 예배를 드리고 나오니, 구 목사 부부가 우리를 기다린다.   오랜만에 반가운 마음으로 만나니, 점심을 근사한 곳에 가서 하잔다.   그래서 미국과 바다로 맞닿아 있는 White Rock 으로 가서 Greek Restaurant 으로 안내 돼 우리의 꼬치와 흡사한 “스블르끼” 를 먹은 후 바닷가를 산책하며 그 간의 못다한 이야기를 나눴다.

저녁에는 이곳에 사는 고교 동창 2명과 부부 동반하여 한식을 들며 환담을 나눴다.


5월 12일 (월)   게 요리

우리가 머무는 장로님 타운하우스는 야트막한 언덕 위에 세워진 아담하지만고급스런 곳으로 저 아래 쪽에는 호수도 보인다.   아침 일찍 호숫가까지 산책을 하고 들어 오니 기분이 매우 상쾌하다.   점심에는 선배의 초대로 한식을 대접받고 저녁은 여기서 유명하다는 게를 먹으러 갔다.   워낙 게라면 사족을 못 쓰는 나이기에 무척 기대가 되었다.  인근  “코키트럼”에 있는 중국집이 잘 한다고 하여 그 곳에 가니 정말 무지막지하게 큰 게 2마리를 요리하고 또 서너 가지 다른 요리를 시켜 맛있게 배불리 먹었다.  

이곳에 와서 공부하는 조카 둘을 만나 훌륭하게 커 가는 것을 보니 새삼 한국 학생들이 외국 유학을 통해서 성공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에 긍지를 느꼈다.


(2)  록키 마운틴


5월 13일 (화)    밴쿠버 – 메릿 – 캠루프 – 새몬 암 - 레벨스톡 – 골든

우리가 이 곳에 온 목적이 밴쿠버의 친구들을 보기 위함도 있지만, 캐나다 제일의 명산인 록키 마운틴을 다녀 오기 위함이었다.   마지막으로 다녀 온 게 3년 전 11월이었는데 그때는 버스를 타고 여행을 해서 우리처럼 막 다니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성이 안 찼던 것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우리가 차를 몰고 자유롭게 다니면서 록키를 보자고 했던 것이다.

아침 8시 밴쿠버를 떠나 북서쪽을 향해 힘찬 발진을 했다.   밴쿠버도 시애틀과 마찬가지로 비가 부슬 부슬 내리거나 하늘이 잔뜩 찌프린 날씨가 일 년 중 태반이란다.   오늘도 예외 없이 비가 내린다.  비 속을 뚫고 10시간을 운전해 750 키로를 달렸다.  

“메릿” 을 지나 “캠루프” 로 “새몬 암” 을 지나 “시커무스” 로 그리고 “레벨스톡” 을 지나 “골든” 까지이다.   전에는 중간에 하루 자고 가곤 했는데 오늘은 해가 길어 하루 길로 주파한 것이다.   중간에 들른 레벨스톡의 “The Village Gap 호텔” 은 풍광이 수려한 강가에 자리잡고 있는 멋진 호텔이었는데 식사만 하고 떠나니 아쉬움이 더했다.   오늘의 유숙지인 “골든” 은 바로 “요호 국립공원” 의 턱 밑에 있는 도시다.   이래야 내일 온 종일 록키에 파묻혀 지낼 수 있기 때문이다.


5월 14일 (수)    요호 국립공원 – 레이크 루이스 – 밴프 주변

아침 일찍 모텔을 나와 요호 국립공원으로 들어 갔다.   석회암이 침식되면서 만들어진 자연의 다리인 “Natural Bridge” 를 보고 신비로운 빛깔을 내는 “에메랄드 호수” 로 갔다.   평소 같으면 그린의 맑은 물이 찰랑 거릴텐데 오늘은 아직 녹지 않은 얼음 상태라 그 아름다운 자태를 볼 수 없어 유감이었다.   이곳의 명물인 “스파이럴 터널” 을 구경하기 위해 많은 관광객들이 모여 서 있다.   캐나다 철도 부설시 험준한 록키 마운틴을 뚫고 나가기 위해 연구를 거듭한 끝에 나선형 철도를 놓았고 그게 바로 뱀이 또아리를 틀며 산을 기어 오르는 모양새를 한 것이다.

“레이크 루이스” 지역으로 들어 간다.   세계 10대 절경중의 하나라는 이 호수는 주변 산의 빙하가 침식활동으로 인해 호수로 얼음이 흘러 내려 고인 빙하호수이다.   그래서 그 물 색깔도 그린에서 에메랄드색으로 또 푸른 색으로 형형색색 바뀌는 정말로 아름다운 호수다.   그래서 영국 여왕이 자기 딸 이름 앞에 레이크를 붙여 준 유일한 호수가 된 것이다.  샤또(성처럼 세운 호텔)가 위치한 초입에서 정면의 빙하 산인 “빅토리안 산”을 보면서 오른쪽으로 호수를 돌았다.  따스하게 내려 쪼이는 햇살에 지금은 비록 얼어서 제 영롱한 빛을 내지 못하는 호수를 따라 저 멀리 주위를 둘러싼 높은 산들에 눈을 주며 걷는 기분은 정말로 환상적이었다.   기분 좋게 얼은 몸을 샤또의 커피숍에서 녹이며 내려다 보는 호수 또한 일품이 아닐 수 없었다.

밴프 시내의 Info Center 로 찾아 들어 가 우선 숙소부터 해결하기로 했다.                  
예전에 아이들하고 왔을 때 숙소를 못 잡아 차 안에서 잘 수 밖에 없었던 쓰라린 기억이 남아있어서 이다.   물로 그때는 한 여름 성수기 때라 다소 변명이 되었지만 여하튼 가장의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   아직은 성수기가 아니라 비교적 방은 있는데 값이 만만치 않다.   그래서 우리는 Bed & Breakfast 를 알아 보기로 했다.   일반 가정집에 묵으면서 아침도 즐길 수 있는 게 바로 비엔비다.   다행히 맘씨 좋은 할머니가 맞아 주는 데를 정해 놓고 곧바로 구경 길에 나섰다.  

우선 시내의 남쪽 “보우 강” 을 따라 멋지게 서 있는 “밴프 스프링스 호텔” 을 둘러 보고 “설퍼 산” 중턱에 자리 잡은 “어퍼 핫 스프링스” 야외 온천에 갔으나 수영복을 안 가지고 갔기에 그냥 돌아 나왔다.   설퍼 산 정상까지 가는 곤돌라 승강장에 가 곤돌라가 오늘도 변함없이 잘 다니는 걸 확인했다.   우리는 전에 몇 번 타 보았기 이번에 그냥 통과다.

앞에 우뚝 솟은 산의 모양이 콘 모양으로 독특한 “노키아 산” 으로 차를 몰고 올라 갔더니 그 곳은 유명한 스키 휴양지란다.   정상에서는 밴프 시내가 한 눈에 내려 다 보이고 주변 다른 산들도 뚜렷이 잘 보인다.

내려 와서 부지런히 “미네완카 호수”로 달린다.   인디언 말로 영혼의 호수라는 이 호수는 길이가 24키로나 되어 배를 타고 주변의 산을 조망하는 투어가 유명한데 오늘은 이 호수 역시 얼어 있다.   약간의 실망을 안고 내려 가는데 눈 앞에 새파란 물 색 갈의 호수가 펼쳐져 있는 게 아닌가.   바로 “Two Jack Lake” 인 것이다.   너무나 아름다운 호수로 얼지 않고 이렇게 투명한 맑은 물 색 갈을 보여주다니.   뿌듯한 마음을 앉고 이곳을 떠났는데 얼마 가지 않아 또 다른 눈부신 호수를 만날 수 있었으니 이게 왠 횡재인가.   그 호수가 바로 “Johnson Lake” 인 것이다.

이제는 해가 지는 시간이 왔다.   우리는 부지런히 “버밀리온 호수”로 찾아 들었다.   세 개의 호수로 이루어진 버밀리언 호수는 노을 진 하늘이 수면에 선명하게 비쳐서 호수가 붉게 물든다는 데서 이름이 붙여진 버밀리언 (붉은 색이라는)이란다.   우리는 여기에 더하여 “런들 산” 이 호수에 비치는 것까지 보너스로 감상하였다.


5월 15일 (목)    존스톤 협곡 – 아이스필드 하이웨이 – 자스퍼 – 벨마운트

B&B에서의 아침은 늘 즐겁다.   주인이 정성스레 차려 준 아침 밥상은 자연식이다.   집에서 가꾼 농산물에 집에서 만든 잼이며 주스 그리고 집에서 구운 빵과 핫케이크까지.   그리고 함께 식사하는 다른 방의 손님들과의 대화.   오늘은 오타와에서 왔다는 4명의 노부부 식구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존스톤 협곡” 을 찾아 갔다.   존스톤 계곡의 물줄기가 오랜 세월에 걸쳐 만들어 놓은 협곡을 따라 트레일이 만들어 져 있었다.   우리는 두말 않고 협곡 트레일에 나섰다.   입구에서 약 1 키로 쯤에 “로어 폭포” 가 있는데 2단으로 떨어지는 물줄기가 볼 만하였고, 또 다시 2 키로를 더 올라가니 “어퍼 폭포” 가 굉음을 내며 떨어지고 있었다.   상쾌한 마음으로 3시간을 산 속 물 속 단내 나는 공기 속을 걷고 오니 진정 록키의 진 맛을 알 수 있었다

오전을 이렇게 보내고 다시 록키의 진수인 “밴프 자스퍼 하이웨이” 를 탄다.   일명 “아이스필드 하이웨이” 라고 불리는 이 길은 310 키로로 이 길 양 연변에는 록키 관광의 명승지들이 줄줄이 나 있다.   연이은 산, 호수, 계곡, 강, 숲들로 이 길이 바로 캐나디안 록키의 골든 루트인 것이다.   아직 여름이 오기 전이라 높은 산은 모두 다 흰 눈을 머리에 얹고 있어 그 괴기함이 어느 때보다도 압권이다.   아니 신령한 산이 되어 버린 것이다.

도리질을 하면서 일로일로 북으로 나아 간다.   “캐슬 산” 도 지나고 “크로푸트 산” 도 지나고 얼음에 언 “보우 호수” 와 저 멀리 “보우 빙하” 도 보인다.   그 아름답던 “페이토 호수” 도 눈에 그 길이 끊겨있어 눈길을 20분 걸어 가다 그만 돌아 설 수 밖에 없었다.   “썬웝터 고개” 를 넘어 “콜롬비아 대빙원” 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저 멀리 대 빙원을 형성한 “아서바스카 빙하” 를 감상하기도 했다.

“썬웝터 폭포” 와 “아서바스카 폭포”를 구경한 후 드디어 이 하이웨이의 종착지인 “자스퍼” 에 도착하니 시간은 저녁 8시가 되어 있었다.   깨끗하고 아담한 도시로서 묵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아직 시간이 남아 있어 더 가기로 하고 2시간에 걸친 운전 끝에 “벨마운트” 라는 도시에 진입하여 잠에 골아 떨어 졌다.


5월 16일 (금)    클리어워터 주변 – 캠루프 – 호프 – 신부 드레스 폭포 – 밴쿠버

록키 마운틴 구경을 무사히 마치고 오늘은 밴쿠버로 돌아 가는 날이다.   아침 7시에 벨마운트를 떠나 10시에 “클리어워터” 에 도착했다.   기름도 넣고 아침도 먹을 겸 주유소 편의점에 들어 가니 한국인 부부가 운영하는 곳이다.   김치 사발 면을 맛있게 먹는데 주인이 말을 건다.   이 부근에 유명한 “Wells Gray Park” 가 있는데 유럽에서도 일부러 찾아 오는 명승지인데 꼭 보고 가라며 신신당부다.   그래서 우리는 이번 여행 길의 마지막이라 생각하며 구경 길에 나섰다.

10 키로 지점에 있는 스파햇트 폭포 (Spahats Falls) 는 웅장한 캐년 사이로 폭포가 쏟아 져 내리고 있었고, 40 키로에 위치해 있는 더슨 폭포 (Dawson Falls) 는 리틀 나이아가라라는 별명이 무색치 않을 정도로 옆으로 퍼져 있는 폭포였고, 47 킬로에 있는 햄켄 폭포 (Helmcken Falls) 는 깊은 계곡으로 물이 떨어 지는 폭포들로 모두 “클리어 강” 으로 흘러 들어 가는 데, 정말로 멋 진 경관을 우리에게 보여 주고 있었다.

갔던 길을 다시 나오니 웬 멋진 레스토랑이 호숫가에 있어, 지나 가는 관광버스가 정거해서 관광객들이 점심을 여기서 하고 있었다.  우리도 그리로 들어 가니, “Dutch Lake” 라 하는 아름다운 호숫가를 바라 보는 위치에 운치있는 레스토랑 (Painted Turtle) 이 있어 자유로이 앉아 풍광을 즐기며 식사를 하고 있어 우리도 한 자리 차지하고 앉아서 점심을 즐겼다.

다시 차를 몬다.   “캠루프” 를 지나 유료도로인 5번을 타고 “호프” 까지 간다.   그리고 계속 달리는데 길가에 안내판이 서 있다.   “Bridal Veil Falls” 라고.   또 마지막으로 보고 가 잔다.   이름이 하도 신기해서 올라 가 보니 이거야 말로 정말 신부의 드레스마냥 흰색의 넓게 퍼진 물살들이 바위를 타고 내려 오는데 딱 신부의 웨딩 드레스 모양이었다.  

그렇게 구경하면서 놀면서 밴쿠버로 돌아 온 시간은 오후 8시다.   저녁을 먹고 들어 가는 게 좋을 듯싶어 우래옥을 찾았다.   이렇게 3박 4일간의 록키 여행은 숨가쁘게 그러나 볼 것은 다 보고 돌아 온 또 하나의 추억의 여행이 된 셈이다.


(3) 밴쿠버에서 씨애틀 그리고 집으로


5월 17일 (토)    밴쿠버 시내 구경

오늘은 밴쿠버를 돌아 보기로 했다.   이곳의 명물인 Skytrain 을 타고 Waterfront 까지 가서 그 표로 Sea Bus 를 타고” North 밴쿠버” 로 갔다.   부둣가에 있는 Market 에서 시원한 바다 바람을 맞으며 점심을 먹은 다음  갔던 길을 되 돌아 왔다.  

이번에는 차를 몰고 “그랜빌 아일랜드” 로 갔다.   공업지구였던 곳으로 공장의 이전과 더불어 황량한 곳이 되어 버린 곳을 아이디어 하나로 새로운 패션지구로 면모를 일신한 곳이란다.   관광객들이 넘쳐 나고 특히 이곳의 “수상 택시” 는 명물이 되어 버려 꼭 한번 타 봐야 한다는 말에 “Mini Ferry”  를 타고 건너 편의 미술관에 다녀 오기도 했다.   그 후 “Lion Gate Bridge” 를 건너 부자 동네인 “West 밴쿠버” 의 “Horseshoe Bay” 에서 커피를 마시며 한가로운 한 때를 보냈다.


5월 18일 (일)     씨애틀 – 커크랜드 – 벨뷰

오늘은 시애틀로 돌아 가는 날이다.   오전에 영광교회에서 예배를 드리고 그 동안 많은 신세를 진 장로님 내외분께 감사의 인사를 하고 남쪽으로 30분 달리니 미국 국경이다.   국경에는 먹을 것을 가지고 통과 못한다기에, 건너가기 전 권사님께서 정성스레 싸 준 꼬리곰탕을 맛있게 다 먹고 국경을 넘었다.

2시간이면 시애틀이다.   거의 다 와서 보니 “Kirkland” 라는 동네에 와 있다.   이 동네 이름을 자사 상표로 쓰고 있는 “코스코” 의 본사가 있는 곳이 바로 여기란다.   길을 수소문하여 코스코를 찾아 가 선물할 물건 몇 가지를 샀다.  

저녁에는 MS 에 다니는 조카의 안내로 신흥도시로 각광을 받고 있다는 벨뷰(Bellevue) 로 구경을 나갔다.   정말로 깨끗하고 윤택한 도시가 만들어 지고 있었다.   그 한 목에는 MS의 기여도 적지 않단다.   “링컨 스퀘어” 와 “벨뷰 스퀘어”의 호사함과 그리고 빌딩 꼭대기 층의 MS 직원 식당에서의 전망은 볼 만 하였다.   젊은이들이 많이 간다는 “Red Robin” 에서 독특한 맛의 햄버거를 늦은 저녁으로 시켜 먹었다.


5월 19일 (월)     워싱톤 식물원 – 머서 아일랜드

드디어 이번 여행의 마지막 날이다.   어느새 9주가 후딱 지나 간 느낌이다.   2주만 정아네 집에서 보내고, 그 후 7주간을 줄곧 객지생활을 한 셈이다.   그래도 가는 날은 오게 마련인 모양이다.

아침 8시에 집에서 나와 비행기 시간이 좀 여유가 있는 터라, 지난번 갔다가 철쭉이 활짝 피지 못한 것이 아쉬어 발길을 돌렸던 워싱톤 식물원을 다시 들려 가기로 했다.   이게 진짜 마지막 구경이 될 것이라며.

그 사이 꽃 몽우리들이 활짝 피어 그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온갖 색깔의 희한한 철쭉들이 꽃 동산을 이루고 있는 파라다이스였다.   흰색으로부터 시작하여 연분홍, 진분홍, 연두색, 푸른색 아니 까만 색깔의 꽃도 있었으니 말이다.  

90번 도로를 따라 공항으로 가는 길에  “머서 아일랜드”를 통과하여 달리게되었다.   “빌 게이트” 의 어마어마한 저택이 저 섬의 북쪽 구석에 숨어 있다는 “머서 아일랜드”를 멀리서 보면서 한 시대의 걸출한 인물에 대한 감회가 새롭게 느껴졌다.  .

미국에서 가장 큰 부자가 된 빌 게이트에게 기자가 그 성공 비법을 물었답니다.   “세계 제1의 갑부, 그 비결은 무엇입니까?”  그 답은 간단하고 명료했다.   “꿈입니다.  나는 날마다 내 자신에게 2가지 최면을 겁니다.  하나는 ‘오늘은 웬지 큰 행운이 나에게 있을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는 ‘나는 뭐든지 할 수 있어’ 라고 주문합니다.”  

나는 지도보기를 좋아한다.   그리고 그 길을 따라 드라이브하는 꿈을 꾼다.   그 꿈이 제때 이루어 질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지만........ 



*****   제1차 남부여행에 4,500 마일 그리고 제2차 서부여행에 4,300마일 또 3차 록키 여행에 2,300 마일 그렇게 다 합해서 총 11,100 마일 (약 18,000 키로)의 주행 기록을 세우게 되었다.    서울에서 LA까지의 거리가 9,000키로이니 비행기로 왕복한 길을 자동차로 달려 본 셈이다.  아, 내 원 참!          

                                                                         (누비고 다닌 50일간의 미국 여행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