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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사덕 "내가 대통령 참모들을 '개자식'이라고 부른 이유"




“청와대와 정부 내의 개자식들에게 한 말씀 드리겠다.”

북한이 연평도를 포격한 다음날인 24일, 한나라당 최고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육두문자가 튀어나왔다. 해병대 출신(130기)의 6선 중진 홍사덕 의원이었다. 그는 “북한의 포격 직후 대통령이 ‘확전하지 말고 상황을 잘 관리하라’고 말하게 만든 참모들은 반드시 해임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 의원이 29일 발매된 주간조선 최신호에 ‘내가 대통령 참모들을 ‘개자식’이라고 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라는 글을 기고했다.



다음은 홍 의원이 기고한 글의 주요 내용



나는 해병이다. 국회에 진출한 해병이다. 대한민국은 통일이 될 때까지가 건국기(建國期)라고 믿는 국회에 진출한 해병이다.

연평도 포격 소식은 지역구인 대구에서 받았다. KBS가 보낸 문자 메시지였다. 설익은 뉴스라 주변 동지들에게는 말하지 않고 일정을 취소한 채 곧바로 KTX를 탔다. 객실 천장에 매달린 액정화면에 대통령의 지시가 떴다.

“확전이 되지 않도록 상황을 잘 관리하라.”

믿을 수가 없어서 몇 군데 전화로 확인했다. 어금니를 물었다. 곧 전사 1명이라는 자막이 떴다. 그 이후 화면은 보지 않기로 했다.

연평도는 내 자식 놈이 복무했던 곳이다. 나는 130기이고, 아들은 702기다. ‘높은 놈’ 자식은 제일 힘든 곳에 보내는 해병대 전통에 따라 배치된 것이다. 당시 나는 3선 의원이었으니까 어김없이 ‘높은 놈’이었다. 집사람은 두 번 면회를 다녀왔다. 나도 가고 싶었지만 참았다. 아들도 원하지 않았고, 나 역시 그곳 지휘관들에게 신경 쓰이는 짓을 하고 싶지 않았다.

아들이 복무했던 곳에서 아들의 후배, 그리고 나의 후배가 전사한 것이다. 생각해봤다. 해병대는 절대로 공매를 맞지 않는다. 반드시 반격하고 반드시 몇 배로 갚는다. 그러나 확전되지 않도록 상황을 잘 관리하면서 어떻게 되갚는단 말인가.

서울역에서 여의도 국회로 가면서 TV뉴스를 봤다. 대통령의 지시 내용이 조금 바뀌어 있었다. 요컨대 단호하게 대응하되 확전을 피하라는 요지였다. 군대, 특히 해병대는 명령에 절대 복종한다. 군통수권자의 명령은 더더구나다.

앞뒤가 뒤틀린 이 어려운 명령을 해병은 어떻게 수행했을까?

한나라당 의원총회가 시작되었다. 모두들 분노하고 있었다. 그러나 낙차(落差). 그렇다, 낙차가 가슴 가득히 느껴졌다. 슬기로운 발언이 가끔 나올 때면 그 낙차는 견딜 수 없을만큼 커졌다.

정직하게 내 마음을 쏟아낼까. 참았다. 6선 의원은 의총에서 말하는 걸 참아야 한다는 전통 때문에서가 아니라 나의 분노가 해병이기 때문에 비롯된 게 아닌가를 묻고 묻고 되묻기 위해서 참았다.

식당 TV에 새로운 소식이 떠 있었다. 해병이 K9자주포 80여발로 반격을 했다는 내용이었다. 200여발을 맞고 80여발로 갚았다? 이건 해병대의 방식이 아니지 않은가. 갖고 있던 포탄이 그뿐이었을까?

200발 얻어맞고 80발을 쐈다면 해병대에게는 두 가지 이유밖에 없다. 80발이 가진 전부였거나 더 이상 쏘지 말라는 명령이 떨어졌거나. 분노가 화산이 되었다. 금방 떡국이 체했다. 체한 떡국을 달래려고 활명수를 마셨다.

아침에 눈을 뜨면서 분노의 화산이 그대로임을 느꼈다. 북한이 가장 두려워하는 해병이 당했다. 군의 사기란 시소와 같은 법인데 누구도 이런 걱정을 안 한단 말인가.

의원총회 직전에 있는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입을 열기로 마음먹었다. 단어를 골라봤다. 국회의원 하는 동안 야당 대변인만도 두 차례나 했지만 험한 말을 쓴 기억은 별로 없는 나다. 최고 수위의 발언이라야 5공 시절 ‘태어나서는 안 될 정권’ 정도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충격을 주기로 했다. 대통령 주변에서 대통령의 귀를 장악하고 있는 청와대와 정부 내의 인사들을 정조준해서 말하자. 손때 묻은 사람을 좀체로 바꾸지 않는 대통령의 성정에 비추어 이들을 뒤흔들지 않고는 변화가 없을 것 같아서였다.

우리 시절 해병대에서는 ‘개자식’이 최대의 모욕이었다. 그래서 상관이 아무리 화가 나도 이 말만은 쓰지 않았다. 그들이 알아듣건 못 알아듣건 내가 아는 최대의 모욕적인 호칭을 쓰자.

그날 회의에서 나는 정확하게 준비된 첫머리의 말을 뱉었다. “북한 포격 직후 대통령으로 하여금 확전되지 않도록 상황을 잘 관리하라고 말씀하게 한 청와대와 정부 내 개자식들에 대해 한 말씀 드리겠다.”

이 글은 나에게 정면으로 욕 먹은 사람들이 꼭 읽어주기를 바라며 썼음을 덧붙인다.





※ 홍사덕 의원의 특별기고 전문(全文)은 주간조선 최신호(2133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옮긴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