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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1.10 09:47

병술년 새해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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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오는 병술년 새해에 가내 다복하시고 매사 뜻대로 이루시기를 ---


최창균 드림


[추신] 아래에 오늘 받은, 茶山포럼에 나온 글 하나 옮깁니다. 여가시에 보세요.



                                             [실수에서 교훈을 얻는 지혜]


주디스 밀러. 2002년에 알카에다에 관한 보도로 퓰리처상을 받은 뉴욕 타임스의 기자다.

그녀는 국가안보 분야에서 탁월한 취재능력을 발휘한 탐사보도의 베테랑이었다. 그 공으로 그녀는 퓰리처상 말고도 뒤퐁상 등 권위 있는 언론 상을 많이 받았다. 그녀는 2003년 3월 이라크전쟁이 터지기 전에 이라크에 대량 살상무기가 있음을 시사하는 기사를 여러 꼭지 썼다. 그러나 미국이 이라크를 접수한 뒤 대량 살상무기가 나오지 않자 그녀는 자사 동료들은 물론 다른 언론사 기자나 미국 지식인들로부터 부시 정부가 불러주는 대로 받아썼다는 비판을 받았다. 뉴욕 타임스의 편집국장 빌 켈러는 그녀에게 안보분야 취재를 중단하라고 지시하기에 이르렀다.        


                  뉴욕 타임스의 거물기자, 정권과 유착하다

불행하게도 밀러의 구설수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리크게이트라는 기밀누설 사건에 휘말린 것이다. 이 게이트의 실마리를 만든 것은 이라크 대리대사 조지프 윌슨이다. CIA의 요청으로 이라크가 니제르에서 우라늄을 구입하려 했다는 첩보의 진위를 조사한 바 있는 그는 퇴직한 뒤 “부시 행정부가 허위 정보를 이라크 공격의 명분으로 삼았다”고 폭로하는 칼럼을 뉴욕 타임스에 기고했다.  

부시 진영은 이 글에 발끈했다. 딕 체니 팀은, 윌슨이 CIA 조사단을 맡은 것은 그의 아내이자 CIA 비밀요원인 발레리 플레임의 추천 때문이었음을 언론에 흘렸다. 이 공작은 즉효를 냈다. 보수성향의 칼럼니스트 로버트 노박은 곧 “윌슨의 부인 발레리 플레임은 CIA의 비밀요원”이라고 밝히고, “윌슨의 배후인 CIA는 당시 전쟁에 소극적이었으므로 윌슨의 주장은 신뢰성이 없다”고 주장하는 칼럼을 썼다. 문제는 엉뚱하게 번졌다. 누가 칼럼니스트에게 CIA 비밀요원의 이름을 말했는지를 둘러싸고 난리가 났다. 워싱턴 포스트는 백악관 고위 당국자가 최소한 6명 이상의 기자에게 발레리 플레임의 신원을 알려주었다고 보도했다.  

마침내 누설한 관리가 누군지를 캐는 특검이 실시되었다. 그 불똥은 밀러 기자에게 튀었다. 그녀는 딕 체니 부통령의 비서실장인 루이스 리비와 두 차례 만나고 한 번 전화통화를 한 적이 있었다. 그녀는 사건을 아직 보도하지 않은 단계였으나, 특별검사는 그녀를 소환해 누가 발레리 플레임의 이름을 말했는지 물었다. 그녀는 취재원을 보호해야 한다며 증언을 거부했다. 당연한 결과로 그녀는 철창에 갇혔다. 뉴욕 타임스는 밀러의 증언 거부를 두둔했다. 변호사를 통해 리비와 접촉, 증언해도 좋다는 말을 듣고야 그녀는 리비의 이름을 대고 85일 만에 풀려났다.

                   뉴욕 타임스의 젊은 기자, 진상을 파헤치다

일이 이쯤 되면 밀러는 영웅이 될 법하다. 우리나라 같으면 소속사에서 북도 치고 장구도 쳤을 것이다. 그러나 뉴욕 타임스는 역시 달랐다. 젊은 기자 4명이 대선배인 밀러는 물론 자사 편집국장과 발행인까지 인터뷰한 뒤 5,800단어짜리 장문의 기사를 썼다. 뉴욕 타임스는 이 기사를 작년 10월 16일자 1면에 게재했다. 밀러가 편집국장이나 발행인에게 취재원이 리비라고만 말하고 자세한 취재경위나 내역을 밝히지 않은 사실, 리크게이트 초기에 밀러가 담당 데스크에게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거짓말을 한 사실, 게이트 발생 직후부터 편집국장이나 발행인이 일방적으로 밀러 편에 선 사실, 리크게이트를 취재 보도하는 도중에 밀러 사건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중요한 기사를 여러 번 보도하지 않은 사실 등이 이 기사를 통해 여지없이 드러났다. 기사가 나간 뒤 57세의 거물기자 밀러는 쓸쓸히 언론계를 떠났다.
  

언론사도 잘못을 저지를 수 있다. 그러나 위대한 언론사는 잘못에서 뼈저린 교훈을 얻는다. 황우석 사건으로 온 동네 우스갯거리가 되고도 제대로 된 보고서 하나 내지 않는 우리 언론사가 뉴욕 타임스에서 배울 점이 바로 그것이다.


글쓴이 / 김민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