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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일간의 세계일주 (13) – 멕시코 크루즈 여행

11월 16일 (수)

청명한 날씨에 온화한 기후 그리고 남 푸른 바다 위에 웅장이 떠 있는 호화유람선 ‘카니발 스피리트’ 호에 오후 3시 드디어 승선하였다.   한달 전 프린스턴에 있을 때 hotwire.com 을 통해 크루즈 여행에 대해 알아 보았다.   미국에서의 크루즈는 통상 캐리브 해안에서의 캐리비안 크루즈, 서부 태평양 연안에서의 알라스카 크루즈, 그리고 LA에서 떠나는 멕시코 크루즈가 있었다.   마침 태풍 피해로 인하여 캐리비안 크루즈는 한산하였고, 알라스카는 여름이 한 철이라, LA를 거치는 여정에는 멕시코 크루즈가 제 격이라 예약을 해 두었던 것이다.  

8박 9일간의 크루즈로 멕시코의 ‘아카팔코’와 또 다른 휴양지 두 곳을 스톱오버하며 샌디에고로 다시 돌아 오는 여정으로, 객실 등급은 창 없는 방, 창 있는 방, 발코니가 있는 방 그리고 스위트의 4 종류가 있는데 우리는 그래도 품위를 지키기 위해 발코니가 있는 방으로 예약을 했던 것이다.

‘카니발 스피리트’호는 2001년에 헬싱키에서 건조된 호화 유람선으로 길이가 무려 300m에 폭이 30m 그리고 높이가 12층에 승객은 물경 2200명을 태우고 승무원도 920명이나 되는 거대한 배로서 파나마 국적선이다.   내부에는 식당과 바 그리고 나이트 크럽등이 16 군데가 되고 대형 극장과 카지노 그리고 수영장들과 각종 편의 시설들이 들어 차 있어, 한군데에서 머물고 먹고 놀고 쉬는 One-stop 휴양지란다.

지정된 객실로 들어가 발코니 밖으로 나가 보니 바다가 한눈에 보인다.   아니 침대에 누워서 그대로 바다와 하늘이 보이니 정말로 기분이 환상적이다.   배가 오후 6시 바다를 미끄러지듯 나간다.   워낙 배가 커서 그런지 전혀 미동도 없다.   아무리 뱃멀미를 하는 사람도 끄떡 없을 것 같다.   타자마자 비상 훈련이 시작되었다.   사이렌 소리에 맞춰 모두들 구명동의를 입고 3층의 구명보트가 대기하고 있는 곳으로 집결하니, 마치 ‘타이타닉’ 에서의 영화 장면이 생각나 기분이 오싹하기도 했다.  

다른 일반 크루즈와는 달리 이 배에서는 매끼 식사를 정식으로 서브해 준다.   물론 자기가 원하면  부페로 차려진 9층 선상에서 자유로이 마음껒 세끼를 먹을 수 있으나 ( 아니 실제로는 네끼, 다섯끼 까지 차려 준다) 고급스런 분위기에서의 정찬을 아침, 점심, 저녁 매끼 즐길 수 있다.   밤에는 3층짜리 대형 극장에서 라스베가스식 쇼에서 뮤지컬 쇼 그리고 코메디 쇼등 매일같이 색다른 쇼를 보여 준다.  

오늘은 첫날이라 저녁을 정식으로 먹고 밤에는 극장에 가서 흥겨운 쇼를 보았다.   오늘 하루 바쁜 일정을 보내어서 그런지 스르르 눈이 감긴다.   커튼을 열어 젖히고 어두운 밤에 미끄러져 가는 남색바다를 눈에 넣고 잠이 든다.


11월 17일 (목)

아침에 일찍이 체육관에 가서 오랜만에 걷기 운동을 하고 선상 갑판 위를 걷는다.   큰 배라 그런지 한바퀴만 돌아도 500m 다.   몇 바퀴를 도니 벌써 십리 길이다.   아침을 먹고 책을 챙겨 갑판 위 비치의자에 누워 썬텐을 즐기는 사람들 틈에서 햇빛도 즐기고 바다와 하늘을 보기도 하며 책을 읽고 음악을 듣고 졸기도 하면서 한가로운 시간을 보낸다.   아내는 공예교실에 가서 ‘목에 거는 지갑’ 을 만들어 온다.  

점심은 우리가 두 사람이라 꼭 다른 커플들과 동석을 하게 돼 자연히 이야기를 하게 된다.   대부분이 나이 든 노부부들이라 그리고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 그런지 대체로 쉽게 사귀게 된다.   서로를 아는 것이 그렇게 재미있을 수 없다.   오후 4시경에는 영국식 티타임 시간이 있어 클래식 음악과 함께 홍차를 쿠키와 함께 마신다.   오늘 저녁에는 선장 초대 칵테일 파티가 있다 하여 정장을 차려 입고 내려 가 보니 모두들 연회복 차림이라 선남선녀들로 흥겨운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이어 지는 저녁 정찬과 극장 쇼는 그 동안 미국에서 공연된 뮤지컬의 하이라이트만을 모아 현란한 무대 변환과 조명을 쏘아 가며 뮤지컬의 진수를 1시간 동안 보여 주는 시간이었는데 역시 라스베가스식 쇼다운 멋진 무대였다.




11월 18일 (금)

아침에 늦으막 하게 일어 나, 가운을 걸친 채 발코니에 나가 의자에 앉아 광활한 바다와 하늘을 하염없이 구경을 했는데 어디가 바다고 어디가 하늘인지 구분하기가 힘들다.   이 크루즈배는 미국의 샌디아고를 출발하여 멕시코의 태평양연안을 따라 남하하는데 대륙과는 30km의 사이를 두고 순항하고 있다.   첫 기착은 내일 오후 1시에 멕시코의 아카폴코이니 무려 65시간을 쉬지 않고 물위를 미끄러져 가고 있는 셈이다.    우리가 있는 방은 8층 서향이라 서쪽으로 곧장 가면 ‘그리운’ 우리나라가 나온단다.   서울을 떠나지 석 달이 다 되어 이제는 여행도 막바지라, 이렇게 몸과 맘을 쉬는 것도 괜찮은 듯 싶다.

크루즈배 내에는 각종 가게들이 여행객을 붙들고 있는데, 그 중 목걸이를 길이에 따라 짤러서 파는 가게가 인기가 있어 아내가 자기 목에 딱 맞는 길이로 잘라 샀는데 18k 라 잘 맞는 듯 하다.   오늘은 나도 공예교실에 참여하여 썬탠 모자에 금박을 장식하는 작업을 훌륭히 소화해 내었다.   방에 돌아 와 그 동안 밀렸던 여행기를 (샌프란시스코에서 LA까지) 다 쓰고 나니 정오가 훌쩍 넘었다.   점심을 맛있게 먹고 오랜만에 낮잠을 2시간이나 잤다.

우리가 있는 발코니 방이 서향이라 일몰을 보기에는 그만이다.   오늘도 5시 20분에 어김없이 해가 바다 속으로 넘어 가며 황홀한 금빛 색을 토해내니 하늘이 덩달아 온통 붉어 진다.   바다는 모든 것을 받아 준다 하여 바다라고 했다는데, 그 또한 태양도 넉넉한 품으로 받아 주는 모양이다.

오늘 밤의 쇼 무대는 심령술을 보여 주는 것이었는데, 정말로 영혼이 실제로 있음을 느끼게 하는 시간이었는데 보고 나니 기분이 묘하다.   이제 집에 갈 날이 멀지 않았으니 몸을 가다듬어야 하겠다는 생각으로 밤늦게 선상 갑판 위를 빨리 걷기하며 달밤에 밤공기를 깊이 들여 마신다.


11월 19일 (토)

아침을 룸써비스로 시켜 발코니에 앉아 바다를 보며 먹었다.   이 배에서는 모든 룸써비스가 무료다.   팁은 일인당 하루 10불씩 일괄로 계산하니 별도로 팁을 줄 필요가 없어 번거롭지가 않다.   9시 30분에 공예교실이 열려 우리는 ‘북마크’ 를 2개씩 만들어 갖고 나왔다.

드디어 정오에 우리 크루즈배는 장장 65시간 만에 뭍에 정박하였다.   3일에서 몇 시간 모자라는 시간이다.   오랜만에 보는 육지가 반갑다.   이곳 멕시코의 휴양도시 ‘아카팔코’는 멕시코의 태평양연안에 세워진 최초의 항구이면서 휴양도시로 유명한 곳이다.   1512년 스페인의 항해사에게 발견된 둥그런 만으로 된 이 곳은 그 자연 조건으로 인해 항만과 조선소가 들어 선 곳이라 한다.   오늘날의 아카팔코는 교회와 시장이 공존하는 구 도심과 고급호텔과 식당 및 쇼핑가 그리고 해변이 늘어 선 신시가지의 두 얼굴을 가진 곳이다.

오늘 우리의 크루즈배는 정오에 정박하여 내일 새벽 2시에 출항하기에 모두들 하선하여 아카팔코 관광에 나선다.   선택관광이 20여 가지나 있어, 그 중에는 시내관광으로부터 해변휴식, 절벽 다이빙 구경, 낚시, 골프, 스노클링, 악어 농장 견학등 종류가 다양하다.   우리는 단체로 하는 관광은 하지 않고, 우리 둘만의 현지 여행을 시작한다.   우선 해변가 모래사장을 물을 찰랑이며 1시간 정도 걸어서 시내 번화가로 나가 보았다.   고급호텔과 쇼핑쎈타를 구경하고 나서, 택시를 타고 인근 절벽다이빙으로 유명한 ‘엘 파라도’호텔이 있는 ‘라 퀘브라다’에 가서 전에 TV에서 보았던 다이빙하는 좁은 협곡의 절벽을 구경하였다.   다시 택시를 타고 옛 도심지인 ‘조칼로’에 와서 시장을 구경하며 돌아 다녔는데 신 시가지 와는 달리 지저분하고 잘 못 사는 것 같다.  저녁에는 이곳 방어를 위해 지었다던 ‘샌디아고 요새’를 보았다.   오늘 하루 종일 30도를 웃도는 뙤약볕 아래 쏘아 다녀서 그런지 크루즈배로 돌아 오니 그렇게 시원하고 좋을 수가 없다.   우리가 쉴 수 있는 방과 푸짐한 음식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 밤에는 저녁을 먹자마자 쇼 구경도 마다한 채 곤히 잠에 떨어졌다.


11월 20일 (일)

아카팔코를 찍고 되돌아 7시간의 항해 끝에 오늘 오전 9시 우리의 크루즈배는 멕시코의 ‘지후아 타네호/익스타파’ 에 도착했다.   항구가 옅어서 인지 조그마한 연락선을 타고 육지에 내린다.   오늘도 우리는 어제와 비슷한 각종 선택관광이 15개가 있음에도 우리만의 여행을 준비하고 배에서 내린다.   항구거리에는 오늘이 마침 멕시코 혁명 195주년이 되는 날이라 시내 거리에서 전교생들이 각 학교 별로 요란한 퍼레이드를 한다.   밴드와 춤이 온 거리를 메우고 연도의 시민들은 발디딜 틈 없이 모여서 박수를 보낸다.   ‘조칼로’ 라 불리는 시내 광장 인근에는 재래시장인 ‘메르카도’가 있어 각종 야채와 과일, 고기 생선 및 일용품들과 간이식당들이 즐비해 풍성한 볼거리를 주고 있었다.

이곳 ‘지후아 타네호’는 오래된 시가지로 천혜의 만으로 된 항구도시로 주거지를 형성하고 있으며 근처의 해변에는 휴양지로서의 각종 시설이 많다.   이 이웃에 정부가 계획도시로 ‘익스타파’를 세워 관광휴양지로 고급호텔과 쇼핑몰이 해변에 줄지어 고층으로 서 있다.   우리는 현지버스를 타고(일인당 600원씩 내고) 20분만에 이곳 ‘익스타파’에 도착하였는데, 1970년부터 최신식으로 지어진 도시로서 깨끗하고 풍요로운 느낌을 주었다.   해변도 깨끗하고 바닷물도 맑아 수영하는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우리는 그 중 ‘인터컨티넨탈’ 호텔의 전용비치에 들어 가 수영을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다시 배에 돌아 오니 오후 5시다.   오늘은 특히 석양이 아름답다.   밤의 쇼 시간에는 흥겨운 스윙밴드에 춤과 노래가 어우러진 한 판이였다.   머리가 희끗희끗한 노부부들이 스윙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며 환호하는 것을 보니, 참으로 미국 사람들은 재미있게 살고 있음을 느끼게 한다.   우리도 나이가 들수록 젊은 마음으로 신나게 사는 법을 배워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1월 21일 (월)

우리가 사는 서울의 위도는 대략 38도로서 미국의 샌프란시스코와 거의 비슷하다.   크루즈배는 34도 선상에 있는 샌디애고를 출발하여 남쪽으로 거의 3일을 항해하여 북위 17도 선상의 아카팔코까지 남하하였다가 되돌아 오면서 ‘익스타파’에 들렸다가, 13시간의 항해 끝에 오늘 아침에는 ‘만쟈니오’에 아침 7시에 도착하였다.

이곳 ‘만쟈니오’는 덜 알려진 휴양지로서 조용한 것을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제격인 곳이다.   오늘도 선택관광이 8가지나 있어, 비치에서 그냥 즐기기도 하고 스노클링, 낚시, 거북/악어 농장, 농원관광등이 있다.   우리는 그냥 자유로이 다니기로 하고 시내로 셔틀버스를 타고 나왔다.   시내 한가운데 시청이 있고 그 옆에 중앙공원이 있어 멋진 조각이 바다를 향하여 서 있고 상점들이 죽 늘어 선 가운데 재래시장에는 각종 야채와 과일 생선과 고기 그리고 간이 식당들이 현지인들의 체취를 물씬 풍기고 있었다.

시내버스를 타고 멀리 ‘만쟈니오 만’의 각종 해변 위락시설을 구경하며, 비교적 조용한 ‘산티아고 만’의 ‘미라마 비치’로 갔다.   멋진 골프장을 끼고 고급 주택가가 있고 해변에는 갈색모래가 반짝이며 해수욕객들이 한가로이 물놀이를 즐기고 있었다.   원두막과 비슷한 2층 레스트랑에서 해풍을 솔솔 시원스레 맞으며 점심으로 볶음밥과 아보카도 타코를 시켜 맛있게 먹었다.   그 옆의 흔들거리는 그물 침대가 있어 아내가 누워 좋아 하기도 했다.   무더운 날씨였지만 친절한 이곳 사람들로 인하여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이곳 ‘만자니오’는 휴양지로서 뿐만 아니라 물동량이 많은 컨테이너 항구로서 많은 배가 왕래하는 멕시코와 서방세계를 연결하는 중요한 항구로서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곳이다.   밤에는 늦게까지 10층 갑판 위를 2시간여 산책하며 하늘의 별과 밤의 해풍을 즐겼다.


11월 22일 (화)

어제 저녁 6시에 멕시코의 만자니오를 출발한 우리의 크루즈배는 오늘과 내일 이틀 반을 항해하여 글피 아침 7시에 드디어 샌디아고에 도착하는 스케쥴이다.   멕시코 대륙을 오른쪽으로 끼고 북쪽으로 항해하는 이 배는 ‘카니발’의 ‘스피리트’호이다.  

오늘 하루 종일 9층 갑판에 마련된 비치의자에 누워 썬탠을 즐겼다.   얼굴과 몸이 까맣게 그슬려 따갑기도 하다.   밤에는 극장에서 쇼를 보았는데 생명과 지구와 미래에 관한 정신과 모험을 주제로 하는 변화무쌍한 무대 연출과 춤이 어울어진 흥겨운 무대였다.

크루즈에는 먹을 것이 너무 풍성하다.   하루 종일 차려져 나오는 음식으로 아침 6시에서 밤 12시까지 그야말로 진수성찬이고, 좀 격식을 원하는 손님들에게는 정식코스가 서브되며, 룸서비스는 24시간 무료로 갔다 준다.   그래서인지 크루즈 한번 다녀 오면 몸무게가 몇킬로씩 는다 하는데 우리도 그렇게 되는 것 같다.   이제까지는 맛있게 먹었는데 끝날 때가 되니 걱정이 앞선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 아침을 커피 한잔과 바나나 한 개로 때우고, 점심은 건너 뛰고 저녁은 간단한 정식으로 먹고 밤에 차려지는 갈라 부페에도 가지 않은 채 체중조절에 안깐 힘을 썼다.


11월 23일 (수)

오늘은 바다에서의 마지막 날이다.   아쉬운 마음이 들어 아침 일찍 6시에 해가 뜨는 것과 동시에 일어 나 바다 위로 떠오르는 해를 바라 보며 갑판 위에서 스트레칭을 하면서 몸매 관리에 나섰다.  아침을 커피 한잔으로 때우고 9시 30분 공예시간에 들어 가니 오늘은 뜨개질이다.   가위 주머니를 만드는데 바늘로 수실을 꿰맨다.   할만은 했는데 바늘에 수실을 끼는 것이 잘 안되는 게 역시 나이를 먹어 간다는 것이 실감이 들었다.

식당에서는 다른 손님들과 합석을 하게 되어 자연히 신상얘기가 오가게 된다.   우리는 자랑스럽게 할아버지할머니가 된 것을 말하며 ‘진아’ 이야기를 꺼내며 그 쪽은 어쩐지 물어 보곤 한다.   우리가 놀란 것은 이곳의 미국노인들은 대부분- 아마 50% 이상이- 이혼 후 재혼을 하면서 각자의 손주들이 몇 명이라고 스스럼없이 이야기하는 것이다.   우리 나라도 현재 젊은이들의 이혼율이 높아 걱정이 되는데 이들이 노인이 될 때에는 지금 미국과 마찬가지로 이혼 후 재혼한 노부부들로 만원이 될까 우려된다

이 배에는 2000여명의 여행객이 타고 있으며, 하루 세끼를 꼬박 식당에서 웨이터의 시중을 받으며 네다섯 가지씩의. 정찬을 제공받는다.   우리는 이 많은 식사를 어떻게 준비하는지 늘 궁금하였었는데, 드디어 오늘 주방장의 설명과 곁들여 주방을 견학하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배의 지하 1층 한층 전체가 주방 요리실로서, 축구장만한 넓이의 이 공간에서 전채, 샐러드, 주요리, 디저트 및 음료가 각 몇 가지씩 만들어 지고 있었으니 놀랄 만도 하였다.

밤에는 극장에서 ‘장기자랑’이 있다 하여 가 보았는데 손님들 중에서 특별한 장기가 있는 사람들의 무대였다.   노래와 춤, 악기 연주 등 훌륭한 재능이 있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았다.   스무명 정도가 나가 스스럼없이 무대에서 장기를 내보이는 것을 보니, 미국 사람들 정말로 낙천적으로 사는 게 부러울 지경이다.


11월 24일 (목)

오늘은 크루즈를 끝내고 하선하는 날이다.   아침 6시에 일어 나 보니 배는 벌써 ‘샌디아고’ 항에 도착해 있었다.   2,000여명의 승객들이 질서있게 배에서 내리기 위해 아침부터 분주하다.   7시에 배에서 재 입국 심사를 받고, 마지막으로 9층 갑판에서 샌디아고 시내를 내려다 보며 아침 부페를 들었다.   8시 30분부터 내리기 시작하여 우리는 9시 30분에 내릴 수 있었다.

잠시 부두에서 이목사님이 pick-up 오기를 기다렸는데, 약속시간보다 늦게 오시어 그 연유를 물으니 오늘이 바로 미국의 명절인 ‘추수 감사절’ 이라 고향집으로 가는 차량들로 고속도로가 말도 못하게 막힌다는 것이었다.   이곳에는 ‘성탄절’과 더불어 ‘추수감사절’이 큰 명절인가 보다.   흩어져 지내던 자식들과 친척들이 한 집에 모여 오랜만의 해후를 즐기는 날이란다.   우리가 도착하는 LA 의 목사님 댁에도 우리 가족 6명을 포함하여 30여명이 모여 즐거이 ‘터키’를 나누며 환담을 즐겼는데 모두들 한 가족같이 따뜻이 맞아 주어 객지에서 보내는 추수감사절 명절이 한결 뜻 깊게 느껴졌다.

밤에 다시 LA 의 누이 집으로 오니, 오늘 저녁은 차이나타운에서 내겠단다.   이곳에는 차이나타운이 옛 것이 있고 오늘 우리가 가려는 modern 한 ‘신 차이나타운’이 있다고 한다.   San Gabriel 로 가니 차이나 타운 하면 퀴퀴한 냄새와 지저분한 것이 정석이었는데 여기는 번듯한 건물에 늦게까지 사람들이 흥청거려 신도시와 같은 느낌을 받았다.   오리고기를 전문으로 하는 중국집에서 오늘도 또 포식을 하니 맛은 좋지만 체중이 불어 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이제 LA 를 떠나야 한다.   미국에 오면 매번 느끼는 일이지만, 올 때는 그저 그런데 정작 떠날 때가 되면 이곳에서 살고 싶은 충동이 마음속에서 일어난다.   특히 서부의 온난한 기후와 따뜻한 햇살 그리고 아름다운 자연과 더불어 넉넉한 인심과 재미있게 사는 모습에 사회 전반적인 인프라가 그렇게 느껴진다.  골프도 마음 껒 치고, 몸과 마음도 깨끗하게 순화되고 그리고 믿음생활도 더 잘 할 수 있다는 이목사님의 권유가 귀에 솔깃해 진다.

내일 드디어 우리 여행의 마지막 기착지인 하와이로 떠난다.   3박 4일간의 짧은 일정이지만 천당아래 900당이라는 곳이라 하니 벌써부터 가슴이 쿵쿵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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