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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Man may make a Remark  
by Emily Dickinson

A Man may make a Remark -
In itself - a quiet thing
That may furnish the Fuse unto a Spark
In dormant nature - lain -

Let us deport - with skill -
Let us discourse - with care -
Powder exists in Charcoal -
Before it exists in Fire -
 
fuse: 신관, 도화선.
dormant: 휴면기의, 활동을 중단한
lain: lie(눕다)의 과거분사
deport: 행동하다
discourse: 담론, 담화
 
 

아무 사내가 아무 말씀 한다 한들 -

그래 봤자 - 적막(寂寞)

누워 쉬고 있는 심지에 행여 말씀이 불을 붙여

튀게 할 수도 있다 - 불꽃을 -

 

처신하려무나 - 솜씨있게 -

얘기하려무나 - 조심스레 -

화약은 숯마냥 잠자코 있다 -

그게 불에 던져지기 전까진 -

 

<번역: 中昰>



  • 구달 2016.08.23 04:18

    에밀리 디킨슨의 또 한 편 좋은 시일세.
    첫 聯의 A Man은 남의 말에 불을 지르려는 私慾에 사로잡힌 어린(愚) Brat가 아닌
    成熟하고 智慧로운 Man, 즉 우리 말로 君子, 를 이름함이 아닌가 하네.
    賢者의 평범한 말 한마디가 폭발의 safety pin이 될 수 있다는 데는 東西洋이 같은 의견인 듯 싶네.

    This separates a Man from boys. 하하하...

    둘째 聯의 첫 行은 내가 알고 있는 本文과 좀 다르군. 내 文獻에 의하면
    Let us deport - with skill - 인데 여기서 deport는 behave의 뜻으로 쓰인다 하네.

    좋은 시, 깊고 맑은 번역 올려주어 고맙네. 잘 읽고 가네. 구달.



    P.S. 이 詩를 읽으며 내가 언제인가 집옥재에 올린 글 甲論乙駁, 甲論乙論, 甲論乙默 이야기가 생각나네.

    이거 때론 어렵고 많은 修養이 필요한 일이지. 敎養 수준에 따라 쉽게 할 수 없는 사람들을 종종 본다네.

     



  • 中昰 2016.08.23 08:34

    구달, 매우 고맙네.

    먼저 둘째 연 문제,
    어느 출전에선 게시글처럼 devide로,
    딴 데엔 deport로 쓰여 있군.
    그러나 구달의 지적처럼 deport로 보는 게 옳겠다고 여겨지네.
    게시글도 따라 고치네.

    내친 김에 좀더 윤문했네.

    그리고 첫째 연 Man의 뜻을
    어떻게 새겨야 할지.
    devide라면 게시글 해석처럼 쉽게 별거 아닌 사내의 뜻으로,
    deport라도 역시 꼭같이 새기는 게 좋겠다고 생각하네.
    그것이 시인의 남성 비아냥 성향에 어울리고,
    그리고 이 연의 첫 행과 둘째 행을, 그리고 이 두 행과 다음 두 행을 대립시켰다고 보아서
    그렇게 읽는 게 더 그럴 듯하다고 보아서네.

    켸켸묵은 옛 번역을 꺼내 손 다시 보고 올렸는데,
    말들이 바뀌어 있을 수 있음은 전혀 생각 못했네.
    이 시인에 대한 체계적인 공부가 없이 단편적으로 달려들다 보니
    함정에 쉽게 빠지네.

    다시한번 크게 고맙네.

  • 구달 2016.08.23 13:10
    중하, 댓글에 정성껏 답해주어 고맙네.
    중하와 나의 근본적인 차이라면 Fuse의 개념이 아닌가 하네.

    Fuse에는 기능으로 보아 두 뜻이 있지 않나?
    그 하나는 爆藥의 雷管이라는 뜻, 즉 起爆의 道具이고
    또 하나는 電機 回路의 安全裝置로서의 퓨즈가 있지.

    ROTC 복무 시절 兵器 火藥 將校로 탄약중대 관리관을 2년이나 한
    기록이니 아직이야 前者의 뜻을 잊었을 리는 설마 없겠지. 헌데..
    이 詩를 보며 두 뜻이 합쳐지는 재미있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네.

    아마 Spark란 말이 그런 꼬투리를 주었는지, 그건 모르겠네만..
    雷管이라는 장치를 거쳐야 함은 그것 자체가 安全裝置의 일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 거지.

    그 다음에는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질문들이지. 누구의 Remark가
    진실이 아니란 증거가 있는가? 누구의 Remark가 적합하게 표현
    되었는지 그렇치 않았는지 어떻게 아는가 등의 질문이 이어졌네.

    앞으로 더 생각을 해 보겠네만 참 좋은 경험이었네. 정말 고맙네.
    앞으로도 좋은 시 좋은 번역 많이 올려주시기 바라네.
  • 中昰 2016.08.23 15:09

    첫째 연 세넷째 두 행과
    둘째 연 세넷째 두 행을 댓귀로 보았는데,

    첫째 연의 이 두 행을 어순을 바꿔 다시 쓰면,
    The Fuse lain in dormant nature
    That(=A Remark) may furnish unto a Spark
    으로 고쳐 쓸 수 있고,

    바꿔 쓴 첫 줄 The Fuse lain in dormant nature는
    둘째 연의 Powder exists in Charcoal에 대응하고,

    바꿔 쓴 둘째 줄 That may furnish unto a Spark은
    둘째 연의 Before it exists in Fire와 뜻을 같이 하는 걸로 봤네.

    그래서 詩想을
    "사내들이여, 말 조심하시라
    잘못 건드리면 나 폭발한다"
    의 맥-tenor로 새기고 번역한 거라네.

    오늘 누드 크로키(스케치)가 있는 날,
    가기 전 아침, 앞 댓글 올리고,
    다녀 와 이 댓글을 쓰는데,
    크로키 세션에서 모델과 도무지 교감이 이루어지질 않아 아예 땡땡이 치고 일찍 돌아왔더니
    그 사이 학형의 말씀이 있어 얼마나 반가운지.
    크로키로 엉망이 된 기분이 이제사 시원해지네.

    학형의 가르침에
    이 시와 번역이 살아 맥동한다는 느낌이네,
    덩달아 살맛 나네.

    구달 학형, 고맙네.

  • 中昰 2016.08.23 19:48

    이건 蛇足 댓글입니다.

    같은 시이지만 군데군데 다른 말로 고쳐 쓴 시편들이 있는 이유는
    작가 자신이 그리 한 경우가 있겠고,
    또는 편집하는 이가 일부러 또는 모르고 바꿔 넣는 경우도 있을 것.

    번역의 경우도 역시 그러한데,

    Dickinson의 시 중 내가 가장 먼저 번역한 그의 대표작
    Because I could not stop for Death,
    너무 어려워서 번역문을 올려 놓고도 뜯어 고치길 밥 먹듯
    무수히 고치고 또 고쳤었다.

    친구가 아무 사정 모른 채 내게 이 번역시를 이메일로 보내왔는데,
    바로 나의 번역, 헌데 옛 버전으로 수정과정 중간쯤의 것.
    누군가 퍼간 뒤 돌고돌아 내게 되돌아 온 것.
    도대체 그 많은 수정 번역편 중 어떤 것들이 떠돌아 다닐지.


    미술의 세계에도 조금은 다르지만 비슷한 일들,

    참고 삼아 말씀 드리면,


    같은 주제의 같은 그림을 작가 자신이 여럿 그리기도 하는데,

    이런 땐 대개 약간씩 다르게 그려 남보기에도 쉽게 구분된다. 그러나, 

    모사가가 위작을 그릴 때엔 구별하기 어렵게 꼭 닮게 그린다. 그래서,

    미술수업의 하나로 모사할 때엔 반드시 원작과 크기를 달리 한다.


    판화처럼 복사작품은 반드시 모두 몇 개 중의 몇 번째라는 복제번호를 붙인다.

    요즘엔 프린팅 기술 발달로 많은 명작들의 마치 원작 같은 판화(lithograph)가 넘쳐난다.

    틀(mould)에서 떠낸 청동조각, 예컨대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 지옥문, 발자끄 상 같은 것은

    번호는 붙이진 않지만, 규제 또는 틀의 수명 때문에 수량은 매우 제한되고, 

    중요한 작품은 기록되어 출처의 추적, 즉 provenance가 가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