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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9월23일 금요일
이날은 낮과 밤의 길이가 똑같다는 추분으로 봄부터 축적되어 온 양기가 그 정점에 이르는 날이었다. 하늘은 높고 청명하기 이를 데 없는 전형적인 가을날, 때마침 현박영, 이섭장 두 벗이 멀리 미국에서 친구들을 보러 들어 온 터에, 태종무열대왕의 43세손 김준기 동문이 경주에서 올리는 추향대제에(춘분에 올리는 춘향대제와 함께 해마다 두 번을 올린다)초헌관의 자격으로
대제를 주관하는 데 동행키로 하고 오전 10시30분 경주행 KTX에 몸을
실었다.

김준기, 이섭장, 현박영, 이진성, 조삼현의 다섯 동문이 자리를 바꿔가며 두 시간 남짓 추억담을 풀어내다보니 벌써 신경주역이다. 아직 시간이 남아있어 포석정과 오릉을 돌아보고 태종무열대왕릉으로 향했다. 능 주위에는 이미
시향에 참석하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찾아온 천 여명의 후손들로 북적인다. 재실에서 초헌관복으로 갈아입고 나오는 김준기 동문의 모습이 의젓하고
당당하여 마음이 뿌듯하다. 북적이는 능 주위에서 뜻밖에도 영남대에서
고고학을 가르치고 있는 박현수 동문 내외와 마주치니 그 반가움을 어찌
형언하랴!

성대히 치러진 대제를 참관하고 경주 동국대에서 역사를 전공한 여자
가이드를 따라 국립경주박물관, 천마총, 석빙고, 반월성, 안압지를 둘러보고  부산 해운대로 향했다. 해운대, 광안리 일대의 야경이 한 눈에 들어오는
해운대 끝자락 미포 횟집의 야외 테이블에 둘러 앉아 싱싱한 횟감과 소주로 혀끝을 희롱하다보니 벌써 밤 10시 반이 넘었다.

다음날 아침 하룻밤 신세진 웨스틴 조선비치호텔을 떠나 아셈센터, 해운대, 동부부산컨테이너터미널을 돌아보고 자갈치 시장 명물횟집에서 도미, 전복 등으로 포식을 하고, 광복동 남포동 일대를 거닐다가 울산을 거쳐 강릉으로 향했다. 울산에선 김준기 동문의 동부한농 비료공장을 잠시 둘러보았다.
가는 길에 현박영 동문의 제안을 받아들여 영덕의 강구항에서 대게찜으로 호사를 했다. 강릉 오죽헌에 도착하니 이미 밤 11시가 되었다. 모두들
잠자리에 들었지만 나와 현박영 둘이는 슬쩍 경포대를 거닐며 다섯 개의
달을 빌어 일탈을 만끽했다. 밤하늘에 떠있는 달, 바다에 누워있는 달, 님의 눈동자에 박혀있는 달, 님의 마음에 새겨져있는 달, 술잔 위에 떠있는
달이라 했던가! 경포의 바닷가는 여름날 유객들의 흔적으로 여전히 어지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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