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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2.08 09:02

옥문활짝!

조회 수 3543 추천 수 0 댓글 5

 

옥문활짝!

여섯 번째 문화행사를 마치고

 

 

 

- ‘하종바안’ 이라, 이게 무슨 암호지요?

형사가 묻는다.

* 네, ‘하루 종일 바바라 안고 있기’의 줄인 말입니다.

- 그럼 ‘밤바새메’는요?

* 밤에는 바바라랑, 새벽에는 메리랑.

- 알았소. 그러면 ‘토메일바’는 ‘토요일엔 메리와, 일요일엔 바바라와’ 겠구만.

 

메리와 바바라의 두 여인과 비밀리에 두 집 살림을 하는 택시 기사 존 스미스가

수첩에 써놓은 암호 일정표를 형사가 취조하는 장면이다.

관객들은 모두 재미있다고 박장대소한다.

나도 신나게 웃었지만 내 웃음의 의미는 달랐다.

 

20년 쯤 전일까?

이관영이 맛있는 점심을 해 먹이겠다고 사무실로 불렀다.

밥과 찌개가 끓는 동안 책장을 둘러보다가

일기장처럼 생긴 노트 대여섯 권을 발견했다.

“이것이 무엇인고?”

‘아, 내 일기장일세. 숨기고 싶은 일들은 암호로 적어놨지.

 그건 나밖에 절대 몰라’

“어디 한 번 볼까? 어허 희원이 할머니가 입원하셨더랬구먼.”

‘뭐라구,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여기 쓰여 있잖나? 란모병백이라구.”

‘아니, 그걸 보고 우리 장모 입원한 걸 어찌 아는가?’

“자네 마누라 영란씨 모친이 병원에 가셔서 비용 백만 원 드렸구먼 그래!”

‘헐!’

 

‘그래도 이 건 모를걸. 한 번 풀어 봐, 오오마오’

“거 참 쉬운 암호일세. 55회들과 마작 쳐서 오십만 원 잃었네 그려.”

‘헐 헐, 내 암호가 어찌 이리 쉽게 뚫리는가?

 

 자네가 내 일상을 잘 아니까 추리할 수도 있겠지.

 하나, 오오마는 그렇다 치고 마지막 오가 50만원 잃었다는 걸 어찌 아실까?’

“자네 스케일에 오만은 아니고 오백은 더더욱 아닐 테니 오십밖에 더 있나?”

‘그거 참 쉽네. 그러나 어찌 잃은 것을 아는고?’

“이 친구야, 자네가 언제 따 본 일이 있는가?”

‘헐 헐 헐!’

 

 

 

이 글의 제목을 ‘옥문활짝’ 이라고 붙였다.

무슨 뜻일까요?

잠깐 쉬면서 정답을 생각해 보세요.

 

 

 

2013년 9월 6일 옥우문화행사가 처음 시작될 때부터 기대와 ‘덜기대’가 엇갈렸다.

무료하게 세월을 보내는 칠순영감들이 하루쯤 ‘문화인’ 노릇을 하는 건

참 괜찮은 일이지만, 매번 그저 그런 전시회나 박물관 구경이라면

‘별무신통’ 아닐까하는 쓸데없는 걱정도 앞섰다.

 

미평(未平 - 사실은 누군지 모른다, 짐작만 할 뿐.)이 쓴

네 번째 행사 ‘서울 역사박물관’ 참관기를 읽고는, ‘아차, 좋은 걸 놓쳤네!’ 하고는

다음에 좋은 프로그람 있으면 꼭 끼어야지 생각했다.

 

2월 7일의 여섯 번째 행사는 놀랍게도 연극관람이었다.

‘문화인’이라면 반드시 섭렵해야할 장르이지만,

실제로는 연극 구경하는 이들이 거의 없을 텐데,

그러니까 꼭 해야 할 일을 동창회가 주선한 것이 아닌가!

1961년 경기고 연극 ‘미스터 로버츠’에서

함장 역으로 ‘주연상’에 빛나는 내가 빠질 수는 없지.

 

2시 30분 혜화역 1번 출구에는 30여명의 노익장들이 몰려와 있었다.

‘브로드웨이 아트 홀’ 앞에서 단체 사진을 찍자,

지나던 젊은이들이 무슨 큰 일이 벌어졌나하고 흘깃흘깃 쳐다볼 정도였다.

 

 

 

 

연극 라이어.jpg

 

 

 

연극은 영국 극작가 ‘레이 쿠니’ 작, ‘라이어'.

두 여자와 중혼한 존이 이를 숨기기 위해서 거짓말을 하고,

그 거짓말을 믿게 하려고 또 다른 거짓말을 만들고....

우리 정통의 눈에는 무대랄 것도 없는 무대에서

조명도 없고, 음악도 없이 그냥 우스운 대사의 속사포로

관객의 정신을 홀려놓는 퓨전 코미디였다.

구봉서 서영춘 이기동 배삼룡 백금녀를 보는 기분이었다.

 

놀랍게도 널찍한 객석은 만원이었다.

입장료도 물경 3만원!

마누라랑 왔으면 표 값 6만원에 저녁 값, 합이 최소 십만 원은 들 테니

동창회에 덕이 아니면 오기 힘든 행사였다.

 

극장 들어가기 전에 오세영네 여직원이 저녁 식사 메뉴 표에

각자 먹을 것을 체크시킨다.

한정식, 황태찌개 등등, 값은 1만 3천원 균일.

준비를 참 잘 한다.

 

관극을 마치고 예약된 음식점에 여러 방을 차지하고 앉았다.

나는 미리 주문한 메뉴를 못 찾아 먹었다.

메인이 나오기 전에 이미 대취해서 무얼 먹었는지조차 기억에 없으니, 쯧쯧.

 

이 팀 저 팀에서 무슨 얘기가 그리 재미있는지

‘라이어’에서 보다 더 큰 웃음꽃이 만발했다.

 

헤어지기 섭섭하여 아직도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학림다방’엘 들렸다.

유감스럽게도 자리가 모자란다고 쫓겨났다.

‘너희들 낳기도 전에 여길 드나들던 분들에게...’

어쩌겠나, 뒷전 신세를 어쩌겠나!

 

다른 커피숍에서 또다시 옛날이야기로 회포를 풀고

아쉬운 행사를 마쳤다.

준비한 분들, 수고가 많았다.

 

 

‘사자성어’에 익숙한 친구네들,

버얼써 ‘옥문활짝’이 무슨 뜻인지 다 알았지요?

다음 행사부터 우리 ‘건배사’로 제안한다.

‘옥문!’ 하면 답창으로 ‘활짝!’

얼마나 멋있는 건배사인가?

 

뭐? 기운이 달려서 ‘옥문활짝’ 못 한다구?

이 사람, 뭔가 오해하는구먼.

‘옥문’은 옥우문화행사(玉文)의 준말이고,

‘활짝’은 활기차게 짝짝짝!!!

 

 

마정(馬丁) 한기호

 

Atachment
첨부 '1'
  • 未平 2014.02.08 12:08

    '玉文' 하면

    '활짝' 하고 건배 하자구?

    좋아요 좋아. 그럼,

    술 아껴 먹는 나도, 비록

    翁蚊이지만  

    闊酌하련다.....

  • 한기호 2014.02.09 07:29

    우하하 未平,

    과연 그대로구먼!

     

    사자성어 암호는 기가 막히게 맞추는 내가

    未平이 누구인지 몰라 여태 헤맸네,  흐흐.
     
    여럿이서 회의도 여러번 해 보았건만
    '변한섭이 늘 웃었다.' 라는 글과,
    '전시회 관람기'를 match 하지 못 해서 다들 틀렸지.
     
    아무리 틀려도 좋아.
    난, 자네만 보면 늘 행복해 지네!!!  
     
  • 정병호 2014.02.09 08:55

    馬丁괴 未平 그리고 无兀이 만나니...말 그대로 옥문활짝일세.

    즐거운 시간이었네.

  • 허영환 2014.02.09 10:37
    내 나이가 어때서 

     

    야이~야이~야~
    내 나이가 어때서
    사랑에 나이가 있나요~
    마음은 하나요~
    느낌도 하나요~
    그대만이 정말 내 사랑인데
    눈물이 나네요~
    내 나이가 어때서
    사랑하기 딱 좋은 나인데
    어느 날 우연히 거울 속에 비춰진
    내 모습을 바라보면서
    세월아 비켜라~
    내 나이가 어때서
    入門하기 딱 좋은 나인데~~

  • 허영환 2014.02.11 13:12

     

    未平,

     

    翁蚊이면 笏酌이 더 어울리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