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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도는 못할망정… 노인학대 72%가 자녀

국민일보  쿠키뉴스[2010.06.14 21:31]                



신모(76) 할머니는 2년쯤 전부터 장남 내외와 왕래하지 않는다. 기초생활수급자인 신 할머니의 10만원 남짓한 정부지원금이 화근이었다. 아들 내외는 고향에서 홀로 살던 신 할머니를 서울로 모셨지만 정부지원금만 가로채고 돌보지 않았을 뿐더러 수시로 욕설과 구타까지 했다. 사건을 접수한 노인보호전문기관은 신 할머니가 아들 부부로부터 신체•정서•경제적 학대를 당한 것으로 확인했다. 하지만 신 할머니는 “다시 이런 경우가 생기면 신고할 테니 한 번만 눈감아 달라”며 아들 부부를 용서했다.

우리나라 노인 13.8%가 학대를 경험했고, 이 가운데 신 할머니처럼 자녀(배우자 포함)로부터 학대를 당하는 노인이 10명 중 7명꼴인 것으로 조사됐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4월부터 지난 4월까지 노인 6745명을 대상으로 전국 단위 ‘노인학대 실태조사’를 처음 실시해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14일 밝혔다. 노인문제 전문가 10명 중 8명은 우리나라의 노인학대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노인과 대화하지 않고 무시하거나 노골적으로 함께 생활하는 것을 싫어하는 정서적 학대(66.7%) 유형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학대유형은 방임(22.4%), 경제적 학대(4.3%), 신체적 학대(3.6%), 유기(3.0%) 순으로 이어졌다.

학대는 자녀(50.6%)와 자녀의 배우자(21.3%)에 의한 경우가 71.9%를 차지했다. 자신의 배우자가 학대하는 경우(23.4%)는 신체적 학대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학대를 경험한 노인의 65.7%는 ‘아무 대응을 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들은 자신이 받은 학대를 개인적인 일이라고 생각하거나(42.5%), 부끄럽게 여겨(21.7%) 묵묵히 받아들였다.

지난해 각 시•도 노인보호기관에 접수된 노인학대 신고 2674건 가운데 기소는 11건, 실제 처벌은 2건에 불과했다. 신체•경제적 학대에 대한 신고율은 상대적으로 높은 편(9∼11%)이지만 정서적 학대(0.8%)나 유기(2.9%), 방임(5.2%)의 경우 신고조차 적었다.

복지부는 노인학대 방지를 위해 노인신체 상해자에 대한 벌칙을 현재 7년 이하의 징역에서 10년 이하의 징역으로 강화하고, 존속폭행 시 반의사불벌제 적용을 배제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또 학대현장 조사를 방해하는 경우 벌칙을 부과하고, 노인학대 신고번호(1577-1389) 홍보에 나서기로 했다.

김원종 복지부 노인정책관은 “노인학대를 사회적 문제가 아니라 개인과 가족 문제로 한정하는 경향이 있다”며 “노인학대를 조기 발견하고 처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