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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눈 깜박 할 사이에 봄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올해엔 꽃 피는 게 예년보다 조금 늦어지는 듯 하더니 언제인지 모르게 순식간에 피어났다 한꺼번에 져 버리는군요. 화무십일홍이 아니라 화무3일홍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대신 새 순들의 연녹색이 생명의 신비함과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내리쬐는 햇볕이 따가워졌으니 어느 덧 여름이 온 셈이지요. 

 

이번 5월의 화수회는 두번째 수요일이 아닌 네번째 수요일(23일)로 정했습니다. 두번째 수요일인 9일엔 59회 동창회 정기 총회가 열리고, 그 다음 세번째 수요일인 16일에는 59산우회의 정기 산행일이라  네번째 수요일로 미루게 됐습니다.  장소는 통인동의 용금옥으로 정했습니다. 물론 시각은 오후 6시입니다. 해가 점점 길어니지까 아마도 헤어지는 시간도 벌건 대낮이 될 것 같습니다. 스폰서는 송인경 동문이 맡습니다.  

 

지난 달엔 오랫만에 순대 전문점 재동골에서 모였지요. 모두들 만취한 상태로 헤어졌습니다. 그런데 소주는 한병도 안 마셨습니다. 어떻게 그런 일이?  사연은 이렇습니다.  스폰서를 맡은 정학철 동문이 잭 대니얼을 갖고 왔습니다.  모두들 홀짝대며 이걸 다 비울 무렵 홍승달 동문이 이진호 동문과 함께 나타났지요. 미리 30분쯤 늦는다는 전갈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동문이 로열 설루트를 갖고 왔습니다. 최고급 위스키를 맛보게 됐으니 모두들 흐뭇해져서 아껴가며 마셨지요.  이게 슬슬 동이 날 무렵 홍 동문이 운전기사에게 전화를 걸어 트렁크에 실어놓은 발렌타인 17년산을 가져왔습니다.  이 또한 한국의 술꾼들이 제일 좋아한다는 위스키 아닙니까?  그러니 모두들 더 행복해졌지요.

 그리고 이게 또 바닥을 보일 무렵 또다시 홍 동문의 운전기사가 조니워커 블랙을 가져왔습니다.  이래서 위스키만 4병을 마시게 됐습니다.  모두 12명이 말입니다. 이 가운데 정학철은 독주 대신 막걸리나 맥주를 마시는 체질이고 또 일부는 술이 약한 선수들이니 제법 마신다는 선수들이 고급 위스키로 호강을 한 셈이지요.

 

그런데 정신모는 처음에 주문할 때 평소처럼 오이 소주 두 주전자를 시켜놨습니다. 이 집의 주전자는 용금옥과 달리 대형이라 하나에 소주가 세병씩 들어갑니다.  채를 썬 오이와 함께 주전자에 담긴 소주가 식탁에 놓였지만 고급 위스키 덕분에 이걸 마실 기회가 아예 없었던 거지요.  그러면 이 오이소주를 어떻게 했을까요? 페트병에 고이 옮겨 담아 우리 중에 가장 술을 좋아하는 동문에게 들려 보냈지요. 

 

우리 나이에 위스키를 거의 반병 또는 그 이상씩  마셨으니 취하지 않았다면 이상하지요.  그렇다고 이튿날 숙취로 고생했느냐 하면 그것도 아닙니다.  모두들 기분 좋게 마셔서 보신이 된 것 같습니다.  이 날의 참석자는 유의선, 정학철, 박기안, 유  원, 허영환, 홍승달, 이진호, 이한륭, 정신모, 정병호, 백낙환, 권정현 등입니다.  

 

 모인 날이 투표일이라 초장엔 멀리 바라다 보이는 TV에서 개표 결과를 확인하며 탄식하기도 했지만 나중엔 개표결과가 관심의 대상에서 사라졌지요.  우리 중 복많은 친구가 한 달에 한번씩 어여쁜 여자가 꿈에 나타나고 이 꿈을 계기로 어쩌고저쩌고 하며 황당한 얘기로 너스레를 떠는 바람에 재미있는 화제들이 이어졌습니다.  그 좋은 꿈을 자신에게 좀 나눠달라는 부탁도 있었지요. 그런데 모두 취중이라 황당한 얘기를 꺼낸 당사자도 의기양양해져서  선선히 승락을 안 하더군요. 여하튼 재미있었습니다. 

 

5월의 화수회는 네번째 수요일인 23일, 통인동 용금옥입니다.  정 신모 배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