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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붉은 님아, 온갖 시름 불태워다오

[중앙일보] 입력 2014.12.26 00:04 / 수정 2014.12.26 16:45

안면도 솔섬 해넘이

 
해 넘어간다. 올해도 또 해가 넘어간다. 해마다 해를 넘기며 우리는 또 한 해를 넘긴다. 잘 가시라, 2014년아. 2015년아, 어서 오시라. 올해는 유난히 고달팠다.

어딘가 낯익은 사진이지요? 그래요, 맞습니다. 솔섬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알고 있는, 그러니까 강원도 삼척에 있는 그 솔섬이 아닙니다. 사진은 충남 태안군 안면도에서 촬영했습니다.

엄격히 말하면 솔섬도 아니네요. 사진에 보이는 소나무는 섬에 사는 게 아니니까요. 여기는 태안군 고남면 장곡리에 있는 작은 방파제입니다. 그 방파제 위에 방풍림 삼아 소나무를 심은 것이고요. 방파제 너머 가느다란 백사장이 펼쳐져 있습니다. 동네에서는 이 해변을 운여 해변이라 부릅니다.

이른바 안면도 솔섬(또는 운여 솔섬)으로 알려진 이 풍경은, 삼척의 그 유명한 솔섬 사진이 저작권 논쟁에 휩싸인 이후 아마추어 사진작가들이 찾아낸 비경입니다. 태안해안국립공원이 이태 전 이 해변을 지나는 태안해변길 7코스 바람길을 조성하면서 이 풍경도 세상에 알려졌지요. 혹 바람아래해수욕장이라고 들어 보셨나요? 이름처럼 풍경도 고운 바람아래해수욕장이 운여에서 바람길을 따라 걷다 보면 이어집니다.

안면도 솔섬에서 해넘이 사진을 찍으려면 준비해야 할 것이 많습니다. 해넘이를 찍어야 하니 일단 일몰 시각을 맞춰야 하고요. 소나무 그림자를 사진에 담으려면 물때도 알아야 합니다. 소나무 반영이 드리워진 물은 언뜻 저수지 같아 보이지만, 제방 옆구리가 터지면서 들어온 바닷물입니다. 하여 물때에 따라 물이 들기도 하고 나기도 합니다. 해 질 녘 물이 들어와야 이와 같은 사진을 찍을 수 있습니다. 촬영 요령을 소상히 적는 이유가 있습니다. 아직 안면도 솔섬은 저작권 문제가 없습니다. 아무나 즐길 수 있으니 마음껏 찍으십시오.

2014년도 며칠 안 남았습니다. 2014년을 보내며 안면도 솔섬에서 해넘이 의례를 치른 이유가 있습니다. 올해는 유난히 일도 많았고, 그래서 말도 많았습니다. 이러쿵저러쿵 수군대고 쑥덕이다 보니 한 해가 가버리고 말았습니다. 내년은 말보다 마음이 우선인 해가 되기를 바랍니다. 사진처럼 예쁜 마음만 남는 한 해이기를 소망합니다. 올해도 고생 많으셨습니다.

글=손민호 기자
사진=안성식 기자
  • 未平 2014.12.29 21:08

    태안 솔섬은 처음 듣지만,
    이곳 同墟 이름은 
    또 들어도 이렇게 반가울 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