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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 먹은 개와 개 먹은 게                       2005.11.26 (토) 청계산 자유산행

겨울 날씨치고는 매우 훈훈하다.
산 사나이들을 만나니 더욱 훈훈하다.
더구나 오늘은 60일간 인도, 네팔 여행을 무사히 마치고 돌아온 안녹영 총무가 부인과 함께 모습을 나타낸다. 토요 자유산행 단골손님인 김권택, 정신모, 정병호, 유근원, 정승철, 박인순 외에 민병수 부부와 허영환까지 가세하여 모두 11명이다.
대원들은 한결같이 안녹영 부부를 반긴다. 부인에게 화색이 돈다느니, 이젠 밤이 쓸쓸하지 않겠다느니, 거침없이 몰아 부친다. 스스럼이 없다. 가족 같다.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스르르 산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간다. 코스도 익숙하고 대원들도 서로 형제 같으니 발걸음이 가볍다.
안녹영 총무 여행이야기 들어가며,
이야기 중에 코멘트 해 가며,
요즈음 시사문제 떠들어가며,
걷다 보니 어느새 매봉에 이른다. 그런데 아이스케키 장수사 없다. 아마 겨울이라 철수한 모양이다. 그래도 땀 흘리고 올라와서 먹는 아니스케키가 별미였는데…… 아쉽다.

참새 방앗간 그냥 못 지나친다.
아이스케키의 아쉬움을 막걸리로 달랜다. 청계산 산행 중에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막걸리 파는 처녀가 “산새” 이야기를 들려준다.
오며 가며 막걸리 팔아주는 등산객도 고맙지만, 손님이 없을 때 찾아주는 “산새”들도 매우 고맙단다. 땅콩을 까서 손에 드니 어디선가 “산새”들이 날아와 처녀 손에 앉는다. 처녀는 “산새”와 대화하는 듯 하다. 주위를 둘러보니 나뭇가지 여기 저기에 “산새”들이 지켜보고 있다. 순서를 기다리는 모양이다. 정병호 대원도 흉내를 낸다. 정병호 대원 손에도 “산새”가 앉는다. 박인순 대원은 놓칠 새라 카메라를 들이댄다.
한 사발 들이키고는 “산새”들과 작별한다. 다른 대원들과 너무 떨어져 있다.

헬기장에서는 허영환의 “복분자”가 다시 위력을 발휘한다. 대원들은 반기며 목을 추긴다. 막걸리를 마신 민병수도 예외가 아니다. 부인들도 마신다. 간식을 다 치우고서야 일어선다. 자기 얼굴도 나와야 한다며 박인순이 카메라를 설치한다. 삼각대를 설치하고 카메라를 얹고 creative mode에서 노출위주로 한 다음 노출을 맞추고 shutter speed를 조정하고 view finder를 통해서 구도를 잡은 다음 자동 shutter mode를 선택한 다음 shutter를 누르고는 대원들 틈으로 끼어든다. 빠른 동작으로 대원들이 기다리지 않도록 한다. 그가 최근 구입한 Canon EOS 350D Digital Camera다. 카메라를 설치하는 동안 김권택 회장이 한마디 한다. 지극 정성이란다. 자기 같으면 귀찮아서라도 가지고 다니지 않을 텐데 항상 가지고 다닌다고 감탄한다. 다른 대원들은 화질도 좋고 잘 찍는다고 한마디씩 거든다. 정승철 대원은 신혼여행 때 삼각대를 만져보고는 이제까지 만져본 일이 없다고 한다. 늙어가며 취미생활로는 좋을 것 같다고 한다.

하산 길에 “시베리언허스키”를 만난다. 끌고 온 주인도 그와 닮았다. 잠시 후면 동족(?)들을 먹을 인간들이란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녀석은 꼬리를 흔든다. “강아지”가 화두로 떠 오른다. “강아지”에게 애정을 듬뿍 주며 기르다 그가 하직한 후 서운해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이제 산을 오르는 사람들이 많아진다. 주 5일 근무라 하지만 토요일 아침 일찍 등산하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다. 그래서 더욱 한적해 좋다.

주차장에 내려온다. 단골 음식점으로 들어선다. 여사장이 일행을 반긴다. 만원이다. 자리를 잡는데 정신모 대장이 “비개파”와 “개파”로 갈라 앉으란다. 어리둥절해 하는 대원들에게 설명한다. 보신탕과 게를 넣은 해물탕으로 구분해 앉으란다.
민병수 대원이 부인에게 묻는다.
“당신은 보신탕 안 먹을 꺼야?”
부인이 즉시 대답한다.
“난 개 먹은 게 먹을 거예요!”
모두들 부인의 순발력에 감탄한다.

식사를 마친 후 유근원 대원이 한마디 한다.
예전에 강아지를 키웠었는데
하루는 보신탕을 먹고 들어갔더니 강아지가 자기를 피하드란다.
안녹영 총무가 박인순이더러 오늘 한번 집에 가서 한번 체크해 보란다.
김권택 회장은 부인이 강아지만 끼고 잔다며 너무 심한 것 아니냐고 볼멘 소리를 한다.
게 먹은 개를 먹은 대원들은 의기양양하게 집으로 향한다.
오늘 끝장을 낼 듯이 보무도 당당하게 집으로 향한다.
아직 해는 중천에 떠 있는데……

2005년 11월27일
분당골 야탑산채에서
박인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