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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환 오빠 우리 그냥 가는 거야?                         [2006.1.15 산우회 청계산]

봄날이다. 새해 들어 공식일정이 시작된다. 흐린 날씨인데도 춥지가 않다.
그래서인지 대 성황이다.
남녀 합쳐 모두 32명이다.
집행부에서 미리 공지한 바도 있지만, 2005년 등산성적표가 발표되는 날이다.
그에 따른 상품도 푸짐하다.
그래서 대 성황은 아니겠지만 대공원 역 4번 출구 앞이 북적 인다.
오랜만에 얼굴을 보인 친구들과 새해인사가 반갑다.
모두 한결같이 복 많이 받고 건강 하란다.

오늘은 시발점과 종점이 다르다.
종점은 주말 자유산행 시점인 “도원농원”이다.
제1약수터에서 일단 중간 점검을 한다.
도원농원에서 출발하는 대원들과 합류지점인 통나무 쉼터로 가기 전 점호지점이기도 하다.
안녹영 총무가 재빨리 회비를 걷는다.
촬영기사는 이때를 놓칠세라 기념촬영을 한다.

통나무 쉼터에서 제2차 점호가 실시된다.
그런데 아직도 도착하지 못한 대원이 있다. 정병호 부부다.
조금 늦겠다는 전갈을 받고 대원들은 정시에 출발했다.
우리의 sweeper 우재형 대원이 대공원 역 앞에서 지키고 있다가 동행하기로 했다.
우재형 대원의 희생정신은 산행기에서 누차 소개한바 있다.
대원의 안전과 이탈을 방지하기 위해 언제나 제일 뒤에서 챙긴다.
여기에 sweeper가 한 명 더 생겼다.
김양선 대원이다.
대공원 역 앞 가게에 지팡이를 두고 한참을 오르다 다시 찾으러 간 김에
우재형 대원과 함께 저절로 sweeper가 된 것이다.
김양선 대원은 “어찌 우재형 대원을 홀로 두고 떠나 올 수 있겠는가?”라고 일갈한다.
김양선 대원의 선구자적인 행동은 도원농원에서도 우리를 또 한번 일깨운다.

매봉에 이르러서야 전원이 한자리에 모였다.
정병호 부인에게 살짝 물었다. 어이 늦었는가라고……
차를 몰고 대공원 역으로 오다가 몇 번 길을 잃었단다.
정병호 대원의 선구자적 행동도 도원농원에서 우리를 일깨운다.

헬기장에 도착하여 모두 간식을 펼친다.
허영환대원의 복분자가 나온다. 인원이 많아 어찌하면 좋으냐고 묻는다.
여학생에게만 주라고 한다. 여학생들이 잘도 받아 먹는다. 이젠 복분자 중독증이다.
중간 막걸리 파는 곳에서도 여학생들이 좁은 상을 먼저 점령하는 바람에
남자들은 먼 발치서 새를 부르느라 팔만 벌리고 있었다.
홈페이지에 등재한바 있는 산새 사진대로 기적이 일기를 바라는 남자대원들의
애타는 구애작전이 벌어지지만 산새들은 좀 채로 다가오지 않는다.
사진 찍으려는 카메라맨의 팔만 아프다.

순식간에 도원농원에 도착 등산화를 씻느라 분주하다.
좌정하고, 김권택 회장이 신년사를 한다. 시키지도 않는데 한다며 좌중을 웃긴다.
특별히 준비해 왔다며 어느 월간지 기사를 복사해 와서 한마디 한다.
“담배 맛있습니까? 그거 독약입니다.” 복사한 종이를 흡연자들에게 나누어 준다.
더 이상 붙일 말이 없다. 귀한 친구다. 그리고 회장답다. 대원들의 건강까지 챙긴다.
먼저 타계한 친구들을 거명하며 금연하라고 당부한다. 장내가 숙연해진다.

식사 전에 시상을 한다. 2005년 산행 성적표다.
열심참가상, 우수참가상, 특별상과 참가자 전원에게 주는 참가상, 등 푸짐하다.
특별상에는 “의지의 노력상”이 눈에 띈다. 유근원 대원이 소개된다.
우리 모두가 알다시피 그는 위험한 수술을 한 이후
등산을 통해 꾸준히 건강을 회복하고 있다.
다른 대원들에게 폐를 끼치지 아니하려고, 쉬었다간 남보다 먼저 출발하고
전체 스케줄에 지장을 주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그가 일어나 말한다.
평생 의지가 강하다는 이유로 상을 받아 본 일이 없다며 입을 연다.
그리고는 대원들에게 감사하고 집행부에 고맙다는 인사를 먼저 한다.
우리 59 산우회가 이렇게 역동적으로 산행을 하게 된 것은
그 중심에 “뜨거운 열정”이 있기에 가능하다며 다시 한번 집행부의 노고에 감사한다. 명언이다.

오늘 이 자리는 신년 초 며느리를 맞은 이태일 대원이 마련한 자리라는 총무 말에
모두 박수로 감사하며 “자~알 살아야 해!”하며 축하한다.
한마디하라는데 수줍어하며 사양한다. 오늘은 왠지 그답지 않다.

모두들 일어나 정원에 나선다.
작별이 아쉬운 듯 여학생들이 허영환 대원에게 묻는다.
“영환 오빠 우리 그냥 가는 거야?”
모두들 까르르 웃는다.
허영환 대원은 “정성스런 오빠상”을 수상한 지라 계면쩍게 웃으며 어찌할 줄 모른다.
그런 와중에 박인순 대원은 등산화가 없어졌다며 찾는다.
정병호 대원이 점잖게 신고 있다가 황급히 벗어 건네준다.
정신모 대장이 식당 안에 배낭이 남아 있다며 배낭 메지 않은 사람 나오라고 소리친다.
김양선 대원이 황급히 안으로 달려간다. 모두들 “와” 하고 웃는다.
지팡이는 챙겼는데 배낭은 두고 온 것이다.
출발할 땐 지팡이를 놓고 오더니 이번에는 지팡이는 챙겼는데 배낭을 놓고 온 것이다.
정학철 대원이 후계자로 김양선 대원을 지목한다.
모두들 “와” 하고 웃는다.
덕유산 눈꽃 산행 때 남들은 하산하는데
황급히 오던 길을 되돌아가던 정학철 대원이 생각난다. 등이 허전하다며……

옛 어른들이 “낮술에 취하면 부모도 못 알아 본다”고 했다.
이러한 선구자적 행동을 정녕 낮술 탓으로만 돌려야 할 것인가?

버드나무 가지에 새순이 돋은 모습이 보인다. 착각인가?
봄은 아직 아닐 것이다.
2월 오대산 눈꽃 산행을 다녀와야 봄이 어디쯤 오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병술년 새 아침에
분당골 야탑산채에서
박 인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