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차분해진 마음으로
오던 길을 되돌아볼 때
푸른 하늘 아래서
시름시름 앓고 있는
나무들을 바라볼 때,
산다는 게 뭘 까 하고
문득 혼자서 중얼거릴 때,
나는 새삼스레
착 해지려고 한다.
나뭇잎처럼
우리들의 마음도
엷은 우수에 물들어간다.
가을은 그런 계절인
모양이다.
그래서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안의 대중가요도,
속이 빤히 들여다 보이는
그런 가사 하나에도
곧잘 귀를 모은다.
지금은 어느 하늘 아래서
무슨 일을 하고 있을까?
멀리 떠나 있는 사람의
안부가 궁금해진다.
깊은 밤 등아래서
주소록을 펼쳐 들고
친구들의 눈매를,
그 음성을
기억해 낸다.
가을은 그런 계절
인가 보다.
(-법정- 가을은 참 이상한 계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