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만에 먼 곳을 찾아 바람을 쐬고 왔다.
시골역 답지않게 장대한 건축물인 “만종”역과
옛모습 그대로인 간이역 “동화”역을 오가며
세월의 흐름을 덤으로 느껴본 산행을 한 셈이다.
404계단 오르막 길 아래 펼쳐지는 남한강의
아름다운 경치도 눈요기하고 출렁다리 밑으로
굽이 굽이 돌아가는 계곡의 물살이 아득하던 하루.
원근에 따라 각기 다른 녹색을 띄고 있는
울창한 숲사이의 오솔길도 운치가 제법이다.
서울에선 좀처럼 눈에 안 띄던 제비들이
참새들과 희롱하는 광경도 신기하지만,
간간이 완행열차가 멈춘다는 “동화 역”의
듬직한 은행나무와 멋스러운 가지를 자랑하는
소나무가 어릴 적 풍경을 되살려주고 있다.
간이 역 그리고 출렁다리 밑을 흐르는
계곡의 맑은 물이 너무 좋은 하루!
간이역
-김양아-
역사(驛舍)는 나지막하게
주저앉아 졸고 있다
간간이 완행열차 멈췄다가
사라지던 기찻길 옆
무리지어 흔들리던 코스모스,
빛바랜 빈 의자에
해 그림자 길게 걸터 앉는다
날마다 귀만 밝아지는 노모
그 자리에 여전히 손 흔들고 서 있다
송인경, 정홍익, 유원 (저녁식사 합류); 이진성, 유의선, 백언빈, 이영일, 이한륭, 정병호, 노병선, 최승은, 박기안, 김대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