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과 여름의 길목인줄 알았더니 완연한 여름이다.
가뭄이 깊어 ‘장마라도 빨리 왔으면’ 하고 기다리는
요즈음이지만, 싱그러운 수풀 사이로 남산을 걷는
기분은 시원한 막걸리를 마시는 듯하다.
이 일과 저 일이 겹쳐서인 듯 몇 몇만이 동행한 셈이다.
짐작컨대 오늘 같은 여름날에 읊은 高麗 代의 문사
이규보의 "夏日卽事"를 읽어보자.
夏日
홑적삼에 대자리 깔고 바람 난간에 누웠더니
꾀꼬리 지저귀는 소리에 꿈조차 달아났네.
우거진 잎 가린 꽃, 봄 뒤에 여전히 남았고
엷은 구름사이로 해는 빗속에서도 빛나네.
("夏日卽事"-李奎報 : 嘉山이택규가 延安李氏宗報에
실린 한시와 한글번역문을 보내주었음)
여유,미소, 그리고 또 여유, 약간의 해학까지!
남산걷기여, 일산회처럼 영원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