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
최이숙 소화데레사
2016년 6월 20일 저녁에 조용히 앉아 있으려니
내 삶 안에 있었던 기억나는 장면들이 떠오르며
그 모든 것이 내가 그토록 찾고 갈구하던
바로 하느님 사랑에 대한 그리움이였구나하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나를 꿈꾸게 하고 외롭게 하고
나를 애타게 하고 흐느껴 울게 하고
또한 나를 평화롭게 하고 영원히
계속되기를 바라게 했던 그 모든 것들이
하느님 사랑에 대한 목마름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수백당 - 04>
어릴 적 돌담에 기대어 잠시 눈을 감고 있을 때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며
어떤 그리움으로 나를 끌어들이던 그 것,
따뜻한 봄날 나른한 햇살을 받으며 나무에 기대어
그 무언가를 기다리며 꿈꾸게 하던 그 것,
혼자 조용히 있노라면 허무함이 찾아와 허무함으로 절망하면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게 하였던 그 것,
졸, 졸, 졸 흐르는 작은 도랑 옆에 앉아
밝은 햇살에 부서지며 생기는 눈부신 물방울들의 반짝임과
그 안에서 평화롭게 노니는 작디 작은 물고기들을 보며
가슴 가득 찾아들던 평화,
캄캄한 저녁 바다 위를 온통 은빛으로 가득 채우며 떠오르는
보름달을 보며
가슴속 깊은 곳에서 밀려오던 고독,
끝없이 먼 하늘,
그 너머 영원으로부터 내려와 하염없이 펑 펑 펑 쏟아지는
함박눈을 맞으며 느끼던 환희와 영원에 대한 갈망,
그리고 세차게 내리는 비를 보며 내 깊숙한 곳에서 슬픔이 올라오고
아버지가 그리워 너무도 그리워 오열하게 하던 그 것,
음악을 들으며 그림을 그리며,
나의 내면 깊은 곳에 쌓이고 쌓여 있던
무의식의 저장고에 잠들어 있던 ‘나’를
표현해 내는 몸짓을 하게 하던 그 것,
<순수와 열정 - 최이숙 Mixed media on canvas 194cm x 97cm>
주님을 믿고,
매일 미사에 참례하며,
성가를 부르며,
렉시오디비나(영적독서)를 하며,
영적 목마름으로 주님께 한 발짝씩 내딛었던 그 모든 것이
그리움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내 존재 근원에 대한 갈구함이
‘나’를 찾고 찾아 얻고자 했던 그 것이
하느님 안에 내가 있었고 또 지금도 있음을,
그 사랑 안에 내 존재가 있었고 또 지금도 있음을 느낀다.
그 사랑에 대한 애타는 갈망이
그 사랑과 하나되고자 하는 갈망이 ‘나’에 대한 갈망이였고
하느님을 내 존재로써 애타게 찾는 그리움이였음을
이제야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