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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보물을 질그릇에 보관하려면

by 한기호 posted Jul 26,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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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보물을 질그릇에 보관하려면

2014. 7. 29.

 

우리의 큰 스승이신 고 김수환 추기경의 아호(雅號)는 옹기(甕器)입니다.

옹기(=질그릇)는 우리나라 가톨릭에서 깊은 의미를 지닌 상징입니다.

박해시절에 산골짜기로 몸을 숨긴 선조들은 나무로 숯을 굽거나

흙으로 옹기를 만들어 생계의 수단으로 삼았습니다.

김 추기경의 부친도 옹기장수였습니다.

 

부자나 가난한 사람이나, 누구나에게 유용하게 쓰이는 질그릇,

훌륭한 음식에서부터 심지어는 오물까지도 담아 주는 질그릇,

부친에 대한 그리움과 우리나라 가톨릭의 뿌리를 보여주는

질그릇 옹기를 호로 택하신 김 추기경의 지혜가 그립습니다.

 

김 추기경께서는 자신이 설립한 옹기장학회에서

장학금을 줄 때마다 코린토서를 인용하셨다고 합니다.

 

7 우리는 보물을 질그릇 속에 지니고 있습니다.

   그 엄청난 힘은 하느님의 것으로,

   우리에게서 나오는 힘이 아님을 보여 주시려는 것입니다.

8 우리는 온갖 환난을 겪어도 억눌리지 않고,

   난관에 부딪혀도 절망하지 않으며,

9 박해를 받아도 버림받지 않고, 맞아 쓰러져도 멸망하지 않습니다.

(코린토 2서 4,)

 

 

날에는 금화나 보석, 금덩이들을

질그릇에 넣어 보관하는 습관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그러나 옹기그릇은 매우 약하기 때문에 쉽게 깨져서

보물들을 잃어버리기 쉽고,

도둑맞기도 쉬우므로 좋은 보관 방법이 아닙니다.

 

바오로 사도는 우리가 질그릇 속에

하느님에게서 나온 보물을 지니고 있다고 하십니다.

우리 각자의 질그릇 속에 하느님의 영광, 은총, 복음 말씀, 진실과 정의,

배려와 나눔 등 아름다운 보물을 간직하라는 말씀입니다.

 

이 옹기 또한 깨지기 쉽습니다.

끊임없는 유혹으로 거듭 저지르는 죄,

옅어지는 믿음에 의해서 자주 깨지기 마련입니다.

그럴 때마다 ‘회개’와 ‘속죄’로 깨진 그릇을 수선하여

다시 보물을 갈무리하여야 할 것입니다.

 

보다 많은 보물을 간직하기위해서는 우선

자신이 만들 수 있는 가장 커다란 그릇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렇지만, 그 그릇에 ‘하느님의 것’이 아닌 ‘세상에서 나오는’

속된 물건들이 꽉 들어차 있다면,

진정한 보물은 들어갈 여지가 없습니다.

 

진정한 보물을 간직하기 위해서는,

섞여서 들어가는 세상의 ‘헛된 보물들’을 끄집어내는

어렵고 괴로운 작업이 병행되어야 할 것입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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