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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국의 ‘이른 초봄’

by 마정 posted Dec 07,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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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국의 이른 초봄

  

  

조용국 아오스딩의 부인 최이숙 소화데레사가 지난 1128~ 124

명동성당 지하 1층 갤러리 1898에서 첫 개인전을 열었다.

‘1898’은 명동성당이 건립된 해이고, 전시회 주제는 사랑이시네이니,

어떠한 작품들을 그리고 만들었을지는 저절로 짐작이 간다.

 

이들 부부는 현초와 이내의 수백당 이야기라는 수필집에

작품 사진과 사는 모습의 사진들을 끼워 넣었다.

북한산을 내려다보는 남양주 산 속에서 TVPC도 없이,

일하고, 기도하고, 성경과 읽고 싶은 책 읽고, 묵상하는

수도자 같은 삶을 사는

이들의 모습과 얘기의 단편들을 조금씩 들여다본다.

<한기호>

 

 

 

 

    

현초 이내 수백당-01.jpg

 

 

 

이른 초봄

조용국 아오스딩

 

  가까운 덤불 속에서 장끼 울음 소리가 들리고,

촉 촉 촉... 봄철 나그네새인 촉새의 노래소리가 이미 봄이 시작되었음을 알려준다.

 

  정원을 둘러본다.

뒷 정원 석축 밑에선 어느새 애기 수선화 잎이 머리를 내밀었고,

산수유의 꽃봉오리들이 노랗게 물들기 시작했다.

 

  지난 해 11월 말 이곳으로 이사 올 때 다른 사람에게 주고 오려다가

꽃대를 올린 것이 대견스러워 가지고 온 호접란이 드디어 첫 번째 꽃봉오리를 터뜨렸고,

어떻게 들어왔는지 집안으로 들어와 엎드리거나 벌렁 드러누운 자세로

겨우내 죽은 듯이 꼼짝도 하지 않던 무당벌레들이 기지개를 펴고 움직이기 시작한다.

 

 

  정녕 봄은 왔나 보다.

 

  그동안 매 해 3월 말이 되어서야 벗겨 주던 나무들의 겨울 짚옷을

꽃샘추위에 대비하여 추위에 약한 감나무와 모란은 남겨두고 모두 벗겨 주었다.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칩.

 

  이른 새벽부터 조금씩 내리기 시작한 비는 오후 3시경 세찬 빗줄기로 변하면서

천둥이 하늘을 가로질러가면서 우르렁~ 거리고

일순간에 안개가 자욱하게 일어 앞산을 가린다.

 

  요란하게 떨어지는 낙숫물 소리를 들으며 창밖을 내다보니

흥건하게 물이 고인 데크에는 떨어지는 물방울이 동그랗게 파문을 그리고 있고

앞 정원에 있는 나무들의 모습이 마치 호수에 비치듯

데크 위에 그 그림자를 드리운 모습이 참 보기 좋다.

 

  오랜만에 흠뻑 물기를 머금은 나무들을 보니

나무들의 둥치와 굵은 가지들은 모두 검은색을 띠고 있는데

작년에 돋아난 가지들은 나무에 따라 그 빛깔이 다른 점이  이채롭다.

  산딸나무는 옅은 베이지색, 살구나무는 옅은 붉은색, 자두나무는 자줏빛 붉은색,

매화나무는 옅은 연두색...

    

 

이른 초봄-01-01.jpg


 

  봄비는 늦은 밤이 되어서야 그쳤다.

 

 

  비가 갠 다음 날 정원을 둘러보니 봄을 가장 먼저 맞이한다는 꽃 영춘화가

꽃망울을 하나 터뜨리고 활짝 피어 봄을 반기고 있다.

그리고 그 이튿날 문방 뒤뜰에는 눈 속에서도 핀다는 꽃 복수초가

풀꽃 중에서 가장 먼저 꽃망울을 활짝 터뜨렸다.

 

  거의 열흘 가까이 봄을 시샘하던 꽃샘추위도 드디어 물러가고

그동안 노랗게 부풀어 오르던 산수유의 꽃망울들이 터지기 시작하고,

뒤이어 미선나무, 매화나무, 목련, 진달래 등이 앞다투어 꽃을 피운다.

    

             초봄의 설레임-최이숙 - Mixed media on canvas 130cm x 162cm.jpg

         <초봄의 설레임 : 이내 최이숙 - Mixed media on canvas 130cm x 162cm>

 

 

  그러나 봄의 잔치가 시작되는 것을 바라보는 내 마음이 마냥 즐겁지만은 않다.

 

 

  여리디 여린 새싹들이 흙을 밀어내며 고개를 내밀고,

나무들의 꽃망울들이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자랑스럽게 꽃을 피우는 모습들을 보면서 느끼는 경이로움.

 

  그많은 생명을 품어 키워 내는 대지의 놀랍고도 넉넉한 생명력,

봄을 노래하는 온갖 새들의 기쁨에 찬 지저귐 등을 접하면서 가슴이 설레다가도

문득문득 간단없이 가슴 한편을 짓누르는 슬픔을 어찌하리.

 

  많은 돈을 투자한 동생 안토니오 회사가 무너지고,

아이들과 함께 시작한 게임 회사의 실패.

아들 레오 식구들의 앞날을 생각하면 마음이 메어지고 답답하다.

그리고 어찌할 방법이 없어 그동안 모셨던 어머님을 요양 병원에 모셔다드리고 온

그 참담함이 가슴을 찢는다.

 

 

  모든 것이 마치 꿈을 꾸고 있는 것 같다.

 

  , 하느님!

  제 마음에 봄은 언제쯤 올 수 있는지요...

 

(20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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