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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위(權威) 있는 사람이 됩시다

2013. 1.16.

 

며칠 전 어느 음악회에 갔었습니다.

입장료 없이 누구나 관람할 수 있는 ‘전원 초대석’이었습니다.

관객이 많아 꽤 일찍 도착한 사람들도 자리를 못 잡고 있었는데,

무대 앞 가운데 여남은 줄은 텅 비어 있었습니다.

그 곳에는 커다랗게 ‘VIP 석’이라는 팻말이 붙어있었습니다.

“아니, 이 추운 날씨에 먼 데서 온 손님들이 다 소중한 분들이련만,

 특별히 VIP 라고 따로 대접을 받는 분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당연하다는 듯이 그 자리에 가서 앉는 VIP 들의 면면을

확인해 보러 가고 싶은 호기심을 억지로 참았습니다.

 

꼭 참석해야만 할 사람이 늦게 오는 수도 있으므로

이런 자리가 약간 필요하기는 하겠습니다만,

눈에 안 띄게 예비석을 마련하지 않고,

보란 듯이 ‘VIP 석’이라고 써 붙이는 데서는

케케묵은 권위주의의 냄새가 배어났습니다.

 

 

21 예수님께서는 안식일에 회당에 들어가 가르치셨는데,

22 사람들은 그분의 가르침에 몹시 놀랐다.

     그분께서 율법 학자들과 달리 권위를 가지고 가르치셨기 때문이다.

23 마침 그 회당에 더러운 영이 들린 사람이 있었는데, 그가 소리를 지르며

24 말하였다. “나자렛 사람 예수님, 당신께서 저희와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저희를 멸망시키러 오셨습니까? 저는 당신이 누구신지 압니다.

    당신은 하느님의 거룩하신 분이십니다.”

25 예수님께서 그에게 “조용히 하여라. 그 사람에게서 나가라.” 하고 꾸짖으시니,

26 더러운 영은 그 사람에게 경련을 일으켜 놓고 큰 소리를 지르며 나갔다.

27 그러자 사람들이 모두 놀라, “이게 어찌 된 일이냐? 새롭고 권위 있는 가르침이다.

    저이가 더러운 영들에게 명령하니 그것들도 복종하는구나.” 하며 서로 물어보았다.

<마르 1,21 - 27>

 

 

‘어떤 일에 있어 권위를 내세우거나, 권위에 순종하는 태도’를

권위주의 (權威主義)라고 부릅니다.

 

권위에 복종하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 없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약자에게 군림함으로써 자기 힘을 과시하는 성격을

권위적 성격(權威的 性格)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권위’는 권위적 성격이나, 권위주의와는 다른 개념입니다.

권위(權威)란 ‘남을 지휘하거나 통솔하여 따르게 하는 힘’

‘일정한 분야에서 인정을 받고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위신’ 이라고 정의돼 있습니다.

 

권위는 수용자가 자발적으로 판단해서 받아들인다는 데 그 특징이 있습니다.

따라서 ‘통솔하는 자리’에 있는 사람의 말씀이라 하더라도,

듣는 사람이 납득을 하지 않으면 ‘권위’가 서지 않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가르치심은 단순히 ‘선생님’이기 때문에 가르치는 것과는 달리

그 말씀에 권위가 있으므로 청중이 이를 받아들였습니다.

그리고 ‘더러운 영’을 꾸짖어 내쫓으시는 행동을 보고,

예수님의 권위를 확신한 것입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듣던 바와는 다른 새로운 가르침이시며,

권위가 있구나!’ 하고 고백하게 만듭니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있듯이,

권위는 상당부분 ‘자리’에서 나옴도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높은 자리’에만 권위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모든 ‘자리’에 다 권위가 있는 것이지요.

 

다만, 그 자리에서 하는 일을 정확히 알고, 성실하고 올바르게 수행하면,

권위가 생기는 것이며, 그렇지 못하면서 ‘자리 값’만 하려고 들면

권위가 따르지 않는 권위적 사람이 되기 마련입니다.

 

우리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권위 있는 사람이 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