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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자에 당당하고 약자에게 낮추는 것이 겸손

2013. 4. 29.

 

제나라 재상 안자(晏子)가 외출할 때

마부의 아내가 문틈으로 자기 남편을 내다보았다.

마부는 큰 일산을 받쳐 들고 사두마차에 앉아서

채찍질을 하면서 의기양양하여 매우 흐뭇한 얼굴이었다.

 

얼마 뒤 남편이 돌아오자 아내는 이혼을 청했다.

남편이 까닭을 묻자 아내는 이렇게 말했다.

“안자는 키가 6척이 채 안되는데, 재상으로 이름을 제후에 날리오.

 그러나 아까 내가 외출하는 것을 보니, 매우 찬찬해 보이고

 언제나 남에게 겸손한 태도가 있었소.

 그런데 당신은 키가 8척인데도 남의 마부가 되어서

 장한 듯이 만족한 빛이었소. 내가 이별하기를 바라는 것은 이 때문이오.”

 

크게 깨달은 마부는 마음을 눌러 남 앞에 겸손해졌다.

안자가 이상하게 생각하여 물어보자, 마부는 사실대로 대답하였다.

안자는 “귀에 거슬리는 말을 듣고도 그 말이 옳을 때

겸손하게 받아들일 줄 아는 사람은 능히 백성을 잘 다스릴 수 있을 것이다.“

라며 그를 천거하여 대부로 올려 주었다.

 

사마천(司馬遷)의 사기열전(史記列傳) 중 관안열전(管晏列傳)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사람은 행실이 겸손해야한다는 것을 강조하기위해서

사기에 등장시킨 것 같습니다.

 

 

성경에서도 겸손하라는 말씀이 아주 많이 나옵니다.

 

5 여러분은 모두 겸손의 옷을 입고 서로 대하십시오.

   “하느님께서는 교만한 자들을 대적하시고,

    겸손한 이들에게는 은총을 베푸십니다.”

6 그러므로 하느님의 강한 손 아래에서 자신을 낮추십시오.

   때가 되면 그분께서 여러분을 높이실 것입니다.

(베드로 1서)

 

 

어떻게 해야 ‘겸손의 옷’을 입는 걸까요?

국어사전은 겸손(謙遜)을 ‘남을 존중하고 자기를 내세우지 않는 태도가 있음.’

이라고 정의합니다.

‘균형 잡혀 있어서 열등감이나 우월감으로 오락가락 하지 않는 것’

 

‘겸손은 자신감에서 나온다.’ 는 말도 있습니다.

모두 다 수긍이 가는 말입니다.

어느 가톨릭 강의에서는 ‘겸손이란 진리를 묵묵히 실천하는 것.’

이라고 가르쳤습니다.

공감은 가지 않지만, ‘겸손’이라는 큰 ‘사상’을 보는 한 면이라고

해석했습니다.

 

 

저는 늘, ‘겸손이란 강한 데 강하고, 약한 데 약한 것’

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직장 상사나, 권력자, 부자 앞에서 겸손하다는 말은 좀 이상합니다.

강한 것 앞에서 겸손함이 무슨 미덕이 되겠습니까?

강하게는 아니더라도, 당당하게 대함이 옳겠지요.

강자가 약자를 대할 때 자신을 낮추는 것이 겸손이라는 생각입니다.

 

그러면 어떤 분들은 ‘나는 가장 약자이니 겸손할 일이 없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마부’ 저럼 약자가 또 어디 있겠습니까?

그런데 안자의 마부는 더 약자인 시정의 서민들에게 눈을 부라리고,

채찍을 휘두르지 않았습니까?

 

유교사회에서 부인은 남편 앞에 약자였습니다.

안자의 마부는 약자인 부인의 말을 듣습니다.

안자는 “귀에 거슬리는 말을 듣고도 그 말이 옳을 때

겸손하게 받아들일 줄 아는 사람‘이라고 높이 평가합니다.

 

 

누구에게나 약자는 있게 마련입니다.

지금까지는 ‘세상사의 겸손’을 얘기했습니다.

우리 모두가 강한 데에 당당하고

약한 데에 자신을 낮추면 좋겠습니다.

 

‘신앙에서의 겸손’은 직선적으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하느님을 믿고, 그분의 뜻대로 실행하는 것,

그것이 진정한 겸손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