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옳은 집착과 끊어야 할 집착

2012. 10. 10.

 

 

집(執) 자가 들어가는 어휘에는 부정적인 것이 많습니다.

고집(固執) 아집(我執) 집권(執權) 집사(執事) 집달리(執達吏) 집요(執拗)....

 

사실 그렇게 나쁜 뜻이 아닌데도 부정적 이미지로 굳어진 것들도 있습니다.

집필(執筆) 집무(執務) 들은 중도적으로 쓰입니다.

 

 

그중 아주 억울한 대우를 받는 단어가 집착(執着)이라고 생각합니다.

집착이란 ‘어떤 일이나 사물에 마음을 쏟아, 버리지 못하고 매달림’ 이라고

사전에 정의돼 있습니다.

비슷한 단어 집념(執念)의 뜻은 ‘한 가지 일이나 사물에만 끈질기게 매달려

마음을 쏟음’입니다.

 

아무리 봐도 그 말이 그 말인데 집념이라면 좀 멋있게 들리고

집착이라면 좀 점잖지 못한 것으로 여겨집니다.

 

 

예수님께서 “나를 따라라.” 고 이르시자 그는

“집에 가서 아버지 장사를 지내게 허락해 주십시오.” 하고 말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죽은 이들의 장사는 죽은 이들이 지내도록 내버려 두고,

너는 가서 하느님의 나라를 알려라.” 하고 말씀하셨습니다.

 

또 다른 사람이 “저는 주님을 따르겠습니다.

그러나 먼저 가족들에게 작별 인사를 하게 허락해 주십시오.” 하고 말하자

예수님께서는 “쟁기에 손을 대고 뒤를 돌아보는 자는

하느님 나라에 합당하지 않다.” 고 이르셨습니다. (루카 9,57-62)

 

 

이 구절에 대해서 많은 분들이 ‘예수님의 제자가 되려면 세상일에 얽매이지 말아야 한다.

혈육의 정에 얽매이거나 과거에 집착하는 사람은

하느님 나라의 개척자가 될 수 없다.’ 고 해설합니다.

 

이 해설이 확대 해석되어, 세상일에 집착하는 것은 나쁜 일 처럼 여겨지고,

어떤 사물이나 사람에게 집착하지 말라는 충고로 이어집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말씀이 과연 집착을 끊으라는 말씀일까요?

나는 오히려 강한 집착을 가지라는 말씀으로 들립니다.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정신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마르 12,30)

하느님 사업을 하기 위해서, 다른 일에는 일체 신경을 끄라는 말씀이겠지요.

 

 

평신도로서는 자기 일에 집착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책임 있는 자리에 있을수록 업무에 집착하여,

어떻게 하면 맡은 일을 잘 할 수 있을지를 늘 생각하고 실천해야 합니다.

하느님도 할 일에 전력하는 사람을 사랑하실 것임에 틀림없습니다.

 

다만, 집착해서는 안 될 일에 집착하면 안 될 것입니다.

또, 상대가 싫어하고, 부담스러워 하는 정도까지 집착하는 인간관계도

삼가야 할 것입니다.

 

 

그러면 집착할 것과 집착해서는 안 되는 것을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요?

법이 있고, 규범이 있고, 사회통념이 그 기준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기준은 ‘하느님의 뜻에 어긋나는 집착은 버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무엇에 집착하고 있습니까?

그 집착이 나와, 다른 이들 모두에게 유익한 집착입니까?

그렇다면 그 일에 더욱 정진할 일이고, 그렇지 않다면 즉각 끊어버리십시오.

잘 모르겠다면, 하느님께 직접 여쭙고 대답을 들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