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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발로 살아가기

2012. 10. 17.

 

 

제가 처음 교회에 가 본 것은 초등학교 때, 이미 교회에 다니던 친구를 따라

멋모르고 가 본 것입니다.

그리고 제 발로 교회를 처음 찾아간 것은 크리스마스이브.

연극이나 음악회, 이런 것들을 재미있게, 또는 지루하게 구경하고는,

마지막 판에 나눠주는 과자와 사탕을 얻어먹기 위해서였습니다.

 

1950년대나 60년대 초에 어린이였던 사람들은 거의가 다

저와 비슷한 경험을 했을 것입니다.

그때 어른들은 교회에서, 주로 미제 헌 옷가지인 구호물자도 얻었던 것 같습니다.

 

과자, 사탕에 맛이 들려 찾아갔다가, 기독교에 맛을 들리라는

초보적 선교의 일환이었지요.

 

군대 선교의 상징은 초코파이였습니다.

일요일에 종교가 없으면 답답 적적한 내무반에서 굴러야하지만,

종교가 있으면 교회나 성당, 절에 가서 한 나절을 편안하게 지낼 수 있음은 물론,

초코파이나 빵까지 얻어먹을 수 있었으므로,

대부분 ‘믿음 행’ 줄에 서기 마련이었습니다.

 

어느 군종 신부님은, ‘없는 돈에 겨우 1인당 1개씩 초코파이를 마련했더니,

개신교에서는 세 개준다고, 그리 가더라.

그래서 더 열심히 모금을 해서 군인 한 명당 세 개를 마련했더니,

저쪽에서는 햄버거를 주더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10여 년간 군 선교에서 괄목할 만한 업적을 세운 한 목사님은

‘군 선교에는 초코파이와, 젊은이들로 구성된 찬양선교단이 최일선에 나서야 한다.’고

쓰셨습니다.

 

불교에서도 초코파이와 합장주는 불심을 전하는 기본적인 준비물이라고 합니다.

 

 

주님께서는 제자 일흔두 명을 모든 고을과 고장으로 보내시며,

“돈주머니도 여행 보따리도 신발도 지니지 말고, 길에서 아무에게도 인사하지 마라.

  같은 집에 머무르면서 주는 것을 먹고 마셔라.

 어떤 고을에 들어가든지 너희를 받아들이면 차려 주는 음식을 먹어라.

 일꾼이 품삯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 고 하십니다.

<루카 10,1-9>

 

 

초코파이를 먹이면서 복음을 전할 게 아니라,

그들로부터 대접을 받으며 ‘하느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음’을 선포하라고 하셨습니다.

 

그러나 군대 선교, 북한선교 들에서 초코파이 등으로 약간의 동인을 부여하는 것이

예수님 말씀에 저촉되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우리가 겪는 사회생활에서는 예수님 말씀을 철저히 따랐으면 좋겠습니다.

 

 

직장인은 업무능력만으로 일하고 품삯을 받아야 하는데,

윗사람에게 잘 보이는 재주(돈 주머니)나, 부당한 거래(여행 보따리)로

자리를 유지하거나 오히려 높은 직위를 차지하는 일은 없어야 하겠습니다.

 

사회 모든 분야에서 우리는 돈 주머니와 여행 보따리가 횡행하는 것을 봅니다.

돈으로 비례대표 국회의원이 되려 하고, 빽으로 공공기관의 장에 오릅니다.

심지어 심사위원에게서 개인 교수를 받고 좋은 점수를 받아

대학에 입학하는 기사도 되풀이 보도됩니다.

하느님이 좋아 하시지 않을 일들입니다.

 

 

우리는 믿음과 능력 이외에 어떤 무기도 지니지 않고 살아가는지,

늘 자신을 돌아보아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