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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의 징조는 무엇입니까?

2012. 10. 31.

 

 

1590년 조선 왕 선조(宣祖)는 일본의 침략 움직임을 확인하기 위해

통신사를 파견합니다.

이듬해 귀국한 통신사 중 정사(正使)인 황윤길(黃允吉)은,

왜(倭)의 군비가, 그 기세가 놀랍고 전국을 통일한 토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의 관상이

예사롭지 않아 위험하니, 전쟁에 대비해야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부사(副使) 김성일(金誠一)은, 토요토미 히데요시를 보니

그 생김이 쥐 같고, 대국에 대해 적의를 가지고 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전쟁을 일으킬 위인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보고합니다.

 

어찌 일국의 외교관들이 전쟁의 징후를 상대국 원수의 관상으로만 판단했겠습니까?

‘출장복명서’는 따로 작성했을 것이고,

관상은 선조가 ‘왜왕이 어떻게 생겼더냐?’라고 물으니 대답한 것이었지요.

 

 

육이오 직전 우리나라의 국방부 장관과 육군 참모총장은, 북한이 남침하면,

이를 격퇴하고 북진하여, ‘사리원에서 점심을 먹고 평양에서 저녁을 먹을 수 있다’고

큰소리 치고는, 정작 이틀 만에 수도를 적군에 내주었습니다.

대통령의 ‘서울 사수’ 담화를 듣고 믿은 백성들은,

그들이 몰래 도망치고는 한강 다리를 끊는 바람에,

피난도 못 가고 석 달 동안 적 치하에서 고난을 당했습니다.

 

 

징후를 알기가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보여주는 역사의 모습들입니다.

예수님께서 군중에게 말씀하셨습니다.

54 “너희는 구름이 서쪽에서 올라오는 것을 보면 곧 ‘비가 오겠다.’ 하고 말한다.

     과연 그대로 된다.

55 또 남풍이 불면 ‘더워지겠다.’ 하고 말한다. 과연 그대로 된다.

56 위선자들아, 너희는 땅과 하늘의 징조는 풀이할 줄 알면서,

    이 시대는 어찌하여 풀이할 줄 모르느냐?

(루카 12,54-56)

 

 

예수님으로부터 통렬하게 꾸중을 들었지만,

사실 저는 ‘이 시대를 풀이할 줄’ 모르겠습니다.

여러 징표로 보여주신, 가까이 온 하느님 나라를 깨닫고,

주님을 거부함으로써 멸망이 닥치지 않도록 하라는 말씀이신가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살았습니까?

그래서 그들은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그런 ‘시대’를 맞았나요?

 

예수님의 이 말씀을 못 알아들어, 수십 편의 해설을 읽었지만,

‘과연!’ 하고 받아들여지는 것은 없었습니다.

하물며 평범한 제가 무슨 수로 예수님의 뜻을 알아듣겠습니까?

 

그냥, ‘시대를 풀이하지 않고, 주님 말씀에 어긋나지 않게 살도록’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