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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고 쉬운 가톨릭 안내 - 059 매리지 엔카운터

(ME - Marriage Encounter)


남편이 새로 나온 책 ‘가장 노릇 제대로 하기’를 독파하고는 크게 깨달았다.

‘내가 너무 마누라한테 굽실거리고 살았구나. 그러나 이제부터는 어림없다.’

그는 부엌으로 달려가 아내에게 선언했다.


‘당신은 지금부터 내가 이 집의 가장임을 명심하고 내 말에 무조건 복종해야 하오.

 내 말은 곧 이 집의 법이요.

 우선 근사하게 상을 차리시오. 밥을 다 먹은 다음에는 내가 좋아하는 후식을 내와야 하오.’

 

남편은 의기양양하게 명령을 계속했다.

‘식사가 끝난 다음에는 침실에 가서 내가 하자는 대로 신나게 합시다.

 그 담에는 욕실에 가서 나를 씻기고, 온 몸을 마사지하시오.

 잠을 푹 잔 다음에 내일 아침에 누가 내 옷을 입히고 머리를 빗길 것인지는

 말 안 해도 잘 알겠지?’


시큰둥하게 듣고 있던 아내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장의사가 옷 입히고 머리 빗기지 않을까?’



60이 넘은 사람들 중 적지 않은 가정이 부부 두 사람만 달랑 살고 있다.

수명이 연장됨에 따라 이 둘만의 생활은 상당히 오래 지속될 것이다.

90세 까지 해로한다면 생의 3분의 1이나 되는 엄청난 시간을 둘만이 공유하게 된다.

이 기간을 어떻게 보내느냐 하는 문제는 참으로 중요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서로 미워하며 살 것인가, 닭 소 보듯 소 닭 보듯 사는가,

신혼처럼 재미있게 살 것인가에 따라 황혼의 색깔이 달라지게 마련이다.


모든 일에는 연습이 필요하다.

학습이 필요하다.

단둘의 생활도,  잘 하는 방법을 배우고 연습해야 한다.


노부부뿐만이 아니라, 젊은 부부, 중년의 부부도

부부간의 생활에 대해서 함께 생각하고,

방향을 잡는 점검의 시간이 필요하다.

예비부부의 경우에도 앞으로 벌어질 부부생활을

미리 배울 수 있으면 큰 도움이 되리라.


가톨릭에는 부부를 위한 점검 프로그람이 마련되어 있다.

매리지 엔카운터 (Marriage Encounter)가 그것이다.

보통 영문 약자를 써서 ME 라고 하지만, 우리말로는 '부부일치 운동',

'행복한 부부운동' '부부 새로운 만남' '부부애 운동' 이라고 불린다.


ME 의 기본은 부부간의 대화에 있다.

주말 2박3일을 함께 지내며 다른 부부의 얘기도 듣고,

깊이 있고 성실한 대화를 통해 마음의 문을 열어,

지금까지 결혼 생활에서 일어났던 많은 일들을 다시 생각하고 검토하면서,

앞으로의 생활을 보다 뜻 있게 하자는 것이다.


ME는 1958년 스페인의 가브리엘 칼보(Gabriel Calvo) 신부와

몇몇 평신도에 의해 시작되었다.

청소년 지도 신부로 일하던 칼보 신부는 문제 청소년의 대부분이

가정문제로 인해 탈선하고 있음을 발견하였고,

화목한 가정의 기반 위에 평화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한 프로그람으로

ME를 창시하였다.

25쌍 내외의 부부와 지도신부가 한 팀이 되어 2박 3일간 함께 생활하면서

끊임없는 대화를 통하여 부부가 진정한 만남을 이루어 나가는 형식으로 진행했다.


프로그람은 큰 성공을 거두었고,

전 세계로 확산되어 1976년 우리나라에도 도입되었다.

지금은 전국 각 교구별로 ME 가 조직돼 있다.

우리나라 ME 프로그람의 기본은 금요일 오후 7시부터 일요일 오후 6시까지 실시하는

2박3일 과정이다.


보통 한 분의 신부와 세 쌍의 봉사 부부가 결혼생활에 대한 양상과

자신의 체험을 발표하고, 참가자들에게 부부대화의 방법을 알려준다.

집중적인 대화를 통해 부부 관계를 새롭게 정립하고

앞으로 전개되는 부부생활에서 무한한 가능성을 발견토록 도와준다.


부부는 우선 자신을 이해하는 것으로 시작하여 타인을 이해하고

결국 일치된 사랑의 진정한 의미에 도달함으로서,

자신들의 사랑이 이웃 사랑으로 연결되는 통로가 됨을 깨닫게 된다.

프로그람은 다른 부부와 상관없이 자기 부부만이 서로에게 집중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문제 있는 부부만이 아니라,

무난하게 살아가는 부부들도 자신들의 모습을 다른 거울에 비춰봄으로서

좀 더 나은 부부로 거듭나는 기회를 갖게 된다.


한 번 ME에 다녀온다고 해서 이러한 성과가 제꺼덕 이루어질 수는 없다.

둘이 꾸준히 노력해야 함은 물론이려니와,

각 ME 조직에서는 ‘쇄신 주말’ ‘다리 과정’ 등 꾸준한 후속 교육을 통해

부부가 기쁨을 나누며 행복한 삶을 살아 갈 수 있도록 하는

평생교육 프로그람을 제공하고 있다.


약혼자들을 위한 ‘약혼자 주말', 미혼 남녀를 위한 ‘기적을 이루는 사랑' 등과

단기 과정으로 ‘참 부모가 되는 길’ ‘참 부부가 되는 길’ 등 다양한 코스도 있다.


"먼 인생길의 길동무로서 친구 같은 아내, 친구 같은 남편을 발견할 수 있었다"는

어느 참가 부부의 말처럼만 된다면 얼마나 근사한 제도인가.


<馬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