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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고 쉬운 가톨릭 안내 - 061

모르는 사람에게 목숨을 바친 콜베 성인


큰 아들이 사는 미국 휴스턴 윌로우 브릿지 마을 후문 옆에

콜베라는 이름의 자그마한 성당이 있다.

휴스턴을 방문할 때에는 주로 다운타운의 성당엘 가거나,

코리아타운의 한국인 성당에서 미사를 봐 왔는데,

미사 시간에 따라서는 이 콜베 성당에도 몇 번 참례했었다.

별다른 특징이 없는 동네 성당이어서 깊은 인상은 없었다.


2009년 손녀가 이 성당 부속 유치원에 입학했다.

아침에 데려다 주고, 방과 후 데려오느라 하루 두 번씩

이 교회를 드나들게 되었다.

하루는 좀 일찍 데리러 가서, 남는 시간에 유치원 로비에 걸린 사진들을

망연히 둘러보고 다니다가 눈에 확 띠는 사진 두 장을 발견했다.

한 신부의 초상화 앞에 웬 노인이 앉아 사인을 하는 것과,

마당의 동상 앞에 이 노인이 머리를 숙이고 있는 사진이었다.

 

 

콜베성인과 가조브니체크-01.jpg

 

 

나는 ‘이 노인이 이 유치원 건립 기금을 희사한 사람인가 보구나’ 생각했는데,

그러면 왜 초라하게 생긴 동상 앞에서 머리를 숙이고 있는지 의아해서,

사진 설명을 읽어보았다.

초라하게 묘사된 동상의 주인이 신부이고, 그 신부가 머리 숙인 노인 대신

목숨을 바쳤다는 얘기 같았다.

집에 돌아오는 대로 인터넷을 열어보고 그 두 사람의 인연을 알게 되었다.


1941년 7월, 아우슈비츠 유대인 수용소의 한 감방.

수용소 부소장 칼 프릿츄가 나타났다.

그 감방에서 한 명이 탈주했고, 칼 프릿츄는 형벌을 가하려고 들어선 것이다.

만일 탈출자가 생길 경우에는 탈출자 감방에서 무작위로 10 명을 지명,

악명 높은 13호 감방으로 보내 굶겨죽이는 것이 수용소의 규칙이었다.


칼 프릿츄가 10명을 골라 13호로 보내는 순간, 끌려 나가던 한 사람이 울부짖었다.

‘아, 불쌍한 내 마누라, 내 아들들, 그들은 어떻게 살라는 말인가!’

이 때 감방 한 구석에서 한 사나이가 큰 소리로 외쳤다.

“그 사람을 남겨 놓으시요. 내가 대신 가리다.”


이렇게 해서 폴란드 신부 막시밀리안 콜베(Maximilian Kolbe)는

아사감방으로 보내졌고, 대신 폴란드 육군 상사 프란치스코 가조브니체크

(Franciszek Gajowniczek)는 새로운 생명을 얻었다.


3주일이 지나자 6명이 굶어죽었고,

콜베신부와 다른 세 명은 목숨을 이어가고 있었다.

8월 14일 나치는 콜베 신부의 왼 팔에 독약 주사를 놓아 살해했다.


콜베 신부는 13호실 동료들에게 “저 사람은 가족이 있는 사람이고,

나는 처자가 없는 신부이니 내가 죽는 것이 좋겠다.” 고 말했다고 전해진다.

아지도 못하는 사람을 위해서 목숨을 내 준다는 것, 믿기지 않는 어려운 일이다.


1894년 생으로 1918년 신부가 된 콜베는 ‘원죄 없으신 성모 기사' 잡지 발행,

‘원죄 없으신 성모 마을’ 건설 등, 폴란드에서 많은 일을 한 뒤,

1930년 일본 나가사키에 파견돼 6년간 봉사하고 폴란드로 귀국했다가,

1941년 2월 유대인들과 반 나치 지하조직을 도왔다는 죄목으로 체포돼

아우슈비츠에 수감된 것이다.


콜베 신부가 그 때 귀국하지 않았다면 원폭을 맞아 사망했을 목숨이었을까?

인간의 운명이이라는 걸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되는 대목이다.

1982년 콜베 신부는 성인으로 시성돼, 흔히 ‘아우슈비츠의 성인’이라고 불린다.


10명의 목숨을 잃게 한 탈출자는 물에 빠져 죽은 시체로 발견되었고,

콜베 성인 덕에 목숨을 건진 가조브니체크는

아우슈비츠에서 5년 5개월 9일을 보내고 운 좋게 풀려났다.

그의 아내 헬레나는 살아서 그를 반겼으나,

아들들은 소련군의 폭격으로 이미 죽어있었다.

가조브니체크는 1995년 사망할 때까지 콜베 성인의 사랑과

희생을 증거하는 반생을 보냈다.


콜베 성인과 마정-01.JPG

 

윌로우 브릿지 마을에서는 1983년 건립한 교회에 콜베 성인의 이름을 붙였고,

가조브니체크 부부를 초청한 것이다.

1997년 교육관을 새로 지으면서 ‘가조브니체크 - The Gajowniczek Building.’라고

이름 지어, 두 사람의 아름다운 얘기를 기억하게 하였다.


사진 : 1. 콜베 성인 초상화 앞에 앉아 사인을 하는 가조브니체크 노인.

       2. “내가 대신 죽으리다” 하고 손을 드는 콜베 성인의 동상과 필자.

          예수는 “친구를 위해 목숨을 바치는 것 보다 더 큰 사랑은 없다.” (요한복음)

          고 했거늘, 하물며 모르는 이를 위해 한 몸 바친 훌륭한 분들이 있어서

          세상은 살 만한 곳이 되는 것인가.


<馬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