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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고 쉬운 가톨릭 안내 - 047 추기경 [樞機卿, cardinal]

두 명의 주교와 라칭거 추기경이 동시에 죽었다.
셋은 하늘에 올라가 천당 문 앞에서 베드로를 만났다.
베드로는 “당신들이 천국에 들어갈 자격이 있는지 심사해야 하니까,
한 사람씩 내 방에 들어와서 생전에 지은 죄를 고백하시오.” 하고 말했다.

첫째 주교가 베드로의 방에 들어갔다가 4시간만에 나왔다.
‘어떻게 됐소?’ 둘이 물었다.
‘어이구 말도 마시오. 내가 지은 죄가 샅샅이 다 기록돼 있습디다.’
그러나 그는 합격해서 천국으로 들어갔다.

두번째 주교가 들어가더니 8시간만에 나왔다.
‘당신은 어떻게 되었소?’
추기경이 물었다.
‘죄 지은 게 어찌나 많은지 이제야 겨우 다 불었습니다.’
그리고 그도 합격 판정을 받고 천국문을 들어섰다.

마침내 라칭거 추기경이 베드로의 방에 들어갔다.
12시간이 지났을 때 베드로가 땀을 뻘뻘 흘리며 뛰어나왔다.
“내, 저런 놈 처음 봤네. 여태 했는데도 아직 반도 안 됐어!”


가톨릭교회에서 교황을 보좌하는 최측근 협력자이며 최고위의 성직자가 추기경이다.
로마교황이 선임하는 최고 고문으로서 교황청의 각 성성(聖省), 관청의 장관 등
요직을 맡아보며, 교황선거권이 있다. (단, 80세 미만의 추기경에 한함)

추기경직은 로마교회에 속하므로 바티칸 시국의 시민권을 가지며,
취임과 동시에 로마 시내에 있는 성당 하나를 부여받는다. (명의만 받는다.)
국제 관례상으로는 왕자 혹은 국가 부원수와 동격의 대우를 한다.

가톨릭 교회의 성직자는 부제(副祭), 사제(司祭 - 신부), 주교(主敎)의
세 계층으로 구성되어 있다.
교황, 추기경, 대주교, 주교는 '주교직'에 속한다.

추기경은 모두가 주교 중에서 선임되었으나, 요한 23세 교황(재위 1958 - 1963) 만이
유일한 예외로, 1953년 사제에서 바로 추기경에 임명되었다.

추기경은 종신직이다.
그러나 그가 맡고 있는 주교직(교구장)및 교황청 직은 정년이 있어서,
75세가 되면 은퇴를 신청하여, 수락되면 추기경으로만 남으며,
여든 살이 되면 교황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상실한다.

오늘날 교황 선출은 추기경들이 담당하지만, 원래는 다른 주교들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로마 교구 성직자와 신자들에 의해 선출되었다.
교황의 권위가 점차 커짐에 따라 4세기부터 외부 세력이 교황선거에 개입하기 시작했다.
특히 중세기 동안 동로마 제국이나 신성 로마 제국의 황제들은,
선출된 교황을 승인하고 해임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었다.
이러한 속권(俗權)의 간섭에서 벗어나고자 교권(敎權)은 끊임없이 투쟁을 벌였고,
마침내 1059년 교황 선출 권한을 추기경에 국한하는데 성공했다.

추기경을 뜻하는 라틴어 cardinalis는 ‘주요인사’ 내지 ‘우두머리’를 뜻하는 라틴어
cardo 에서 유래한 말이며, 이를 번역한 추기(樞機)란 중추(中樞)가 되는 기관(機關)을,
경(卿)은 높은 벼슬에 대한 경칭이다.

추기경 제도는 9세기 초에 처음 등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3세기 초만 해도 추기경은 불과 7명밖에 없었는데, 16세기에 들어 급속히 숫자가 늘어나자
1586년 교황 식스토 5세는 추기경의 수를 주교급 추기경 6명, 사제급 추기경 50명,
부제급 추기경 14명, 도합 70명으로 제한하였다.

그러나 요한 23세가 추기경의 숫자를 증원한 이래 추기경단은 점점 많아져서  
2010년 12월 4일 현재 추기경수는 201명이고, 교황 선거권을 가진 추기경은 121명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마산교구장에서 서울대교구장으로 발탁된지 1년밖에 안된
김수환 대주교가 1969년 47세에 한국 최초의 추기경으로 임명되었다.
2006년에는 정진석 대주교가 추기경에 서임되었다.
김수환 추기경이 돌아가심으로 두명이던 우리나라의 추기경은 한 명으로 줄어들었으니,
빠른 시일 내에 또 한명의 새 추기경이 탄생했으면 좋겠다.

외부에 알려지지 않는 추기경도 있다.
교황청과 껄끄러운 관계에 놓여있거나 탄압이 있는 지역은,
정치적 박해를 받을 수도 있기 때문에 익명의 추기경을 비공개로 임명하기도 하는데,
이를 ‘인 펙토레 추기경’(In pectore, 가슴에 담고)이라고 한다.
임명한 교황이 그의 이름을 밝히지 않으면 본인은 추기경이 된 것을 영원히 모르고,
물론 추기경 옷도 못 입어본다.

비밀추기경도 있는데, 이는 ‘인 펙토레 추기경’과는 달리, 다른 추기경들에게 통지된다.

추기경을 부를 때 예하(猊下 Eminence) 라고 한다.
Eminence 를 ‘전하’라고 번역한 곳도 있고, ‘김수환 추기경 각하’라고 쓴 글들도 흔히 보인다.
그러나 아무리 고전적 어휘를 즐기는 가톨릭이라 해도
‘예하’ ‘각하’란 호칭은 오늘의 언어 정서와 맞지 않는 것 같다.

김수환 추기경에게 ‘추기경 예하’ 라고 부르면, 우선 본인이 어색해서 손을 내저을 것 같다.
‘추기경님’ 이라고 부르면 괜찮을 것이고,
‘추기경 할아버지’ 라고 하면 아주 좋아하실 것이다.

<馬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