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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고 쉬운 가톨릭 안내 - 031 세례명 (洗禮名 Christian name)

체격 좋고 잘 생긴 남자가 헐리웃의 에이전트 사무실에 들어섰다.
“영화배우가 되고 싶은데 좀 키워주세요.”
‘이름이 뭐요?’
“페니스 반 레스비안입니다.”
‘흐음, 다 좋은데 그 이름으로는 배우가 될 수 없으니 이름을 바꾸셔.’
“내 이름은 조상 대대로 내려온 이름입니다. 나는 이름을 갈 수 없어요.”
사내는 앙앙불락 사무실을 나갔다.

5년이 지난 뒤 이 사무실에 편지가 한 통 날아왔다.
거기에는 사연과 함께 5만 달러 수표가 들어있었다.
사연인즉 :
“나는 5년 전 당신 사무실에 갔던 페니스 반 레스비안입니다. 당신이 우리 집안의 이름을
바꾸라기에 화가 나서 박차고 나왔는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당신 말이 옳은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이름을 바꾸고 다른 에이전트로 가서 배우로 크게 성공했습니다. 고마운 충고에 대한
보답으로 5만 달러를 보냅니다. 딕 반 다이크 올림.“

아직 못 웃는 분들께 : 속어로 딕 = 페니스. 다이크=레스비안.  
                      페니스는 뭐고, 레스비안은 뭐냐고?
                      아래 본문이나 읽으세요.


가톨릭에 대한 반감 중 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세례명이다.
가문과 항렬을 나타내는 훌륭한 우리 이름을 놔두고, 왜 요한이니 베드로니 하는
서양 이름을 지어 갖고 서로 부르느냐는 것이다.
동양인을 우숩게 내려다보고, 서양식 이름으로 개명하라는 서양인들의 오만한 발상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들고, 그를 따르는 가톨릭교도들이 사대주의자로 보이기까지 한다.
이러한 반감은 쉽사리 제거되지 않을 것이므로, 상이한 견해는 그대로 놔두기로 하고,
세례명이란 무엇인가만 설명한다.

기독교도는 세례를 통하여 하느님의 자녀로 다시 태어난다.
새롭게 태어났으므로 새로운 이름을 갖는 것이다.
김대건 소년은 세례를 받고, 김대건 안드레아라는 새로운 사람이 되었다.
안드레아 성인의 ‘용기’ ‘남자다움’을 본받으라는 뜻에서 그런 이름을 붙였으리라.

자기 이름 이외에 성서에 나오는 인물의 이름이나 성인, 순교자 이름을 붙이는 것이
3세기 중엽에 시작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4세기 초 부터는 새 이름을 짓는 관례가 널리 퍼졌다.
세례명을 성인의 이름으로 지어야한다는 것은 트리엔트 공의회(1545-1563년) 제25회기에서  
강조되었다.

세례명을 따 온 성인(주보성인 -主保聖人-  또는 수호성인 -守護聖人- 이라고 부름)의 축일을
영명축일(靈名祝日) 이라고 해서, 생일처럼 기념한다.
이 날은 미사에 참석해 성체를 영하고, 주보성인의 일생을 묵상하면서,
자신의 신앙생활을 돌아보는 기회를 갖고, 가족이나 가까운 친구들과 축하연을 벌인다.

사제(司祭)는 세례를 줄 때, 본인이 원하는 세례명이 있는지를 물어보아서,
특별히 원하는 이름이 있을 경우 합당하다고 생각되면 그대로 주고,
그렇지 않으면 사제가 새로 지어 준다.

유아세례를 받은 경우에는 스스로 이름을 지을 수 없으니까, 부모님이나 대부모 또는
신부, 수녀가 지어주었겠지만, 의사를 결정할 수 있는 나이라면, 원하는 세례명을
자신이 정하게 마련이다.

나의 경우는 10여년 먼저 세례를 받은 마누라의 영세명이 마르띠나이므로,
자동적으로 마르띠노가 되었다.
마르띠노의 영어 표기가 마틴이고, 마틴의 한자 표기가 마정(馬丁)이니,
세례명이 동시에 호(號)가 되어 일관성을 갖고 있다.

동양인뿐 아니라 서양인들도 세례명이 있다.
세례명을 그냥 이름으로 쓰는 경우가 많아서 눈에 띄지 않을 뿐이다.
예를 들어, 모차르트 (Wolfgang Amadeus Mozart)의 세레명은 Johann Chrysostom 이다.

세례명이 주는 거부감 중의 하나가, 세례명을 본명(本名)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이는 세례명을 잘 못 부르는 나쁜 예이다.

<馬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