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재미있고 쉬운 가톨릭 안내 - 004. 4순절 (四旬節 - Lent)

by 한기호 posted Mar 06, 201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재미있고 쉬운 가톨릭 안내 - 004
4순절 (四旬節 - Lent)

아일랜드의 작은 마을, 한 사나이가 맥주 집에 들어와 맥주 석 잔을 시켰다.
바텐더는 이상하게 생각했으나, 두말없이 맥주 석 잔을 주었고,  
그 손님은 혼자 앉아 석 잔의 맥주를 마셨다.
한 시간 뒤 그 손님은 또다시 맥주 석 잔을 시켜서는 혼자 마셨다.
이렇게 몇 순배를 지낸 뒤 손님은 돌아갔다.

다음날 저녁 그 사나이가 또 나타나 맥주 석잔 씩 여러 순배를 하고 돌아갔다.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같은 일이 반복됐다.
온 마을에 ‘석 잔의 사나이’ 소문이 퍼졌다.

마침내 일주일 뒤 바텐더가 물었다.
‘왜 손님은 술을 꼭 석 잔씩 시켜서 드시나요 ?’
“아, 좀 우숩죠 ? 실은 내게 형이 둘 있는데, 한명은 미국으로,
다른 한 명은 호주로 일 하러 갔어요. 우리는 형제간의 우의를 잊지 않기 위해서,
술 마실 때마다 항상  삼형제 분을 시켜 마시기로 약속했지요.”
바텐더와 마을 사람들은 이 의좋은 형제들의 얘기에 감동했고,
‘석 잔의 사나이’는 ‘우애의 사나이’로 명성을 날리어 이웃 마을에서까지 그를 보러
이 술집에 오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석 잔의 사나이’가 술집에 들어와 술 두 잔을 시켰다.
‘아, 형들 중 한 명이 죽었구나!’ 하고 짐작한 바텐더는 무거운 마음으로 두 잔을 주었다.
두 잔씩 몇 차례 마신 후 그는 돌아갔다.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그는 두 잔씩 몇 순배 마시고 돌아갔다.
소문이 온 마을에 퍼져, 마을 사람들은 타계한 한 형제를 위하여 기도회를 갖기로 했다.

마침내 바텐더가 ‘두 잔의 사나이’에게 말했다.
‘저를 비롯해서 온 마을 사람들이 고인을 위해서 기도회를 열려고 합니다만...’
그러자 ‘두 잔의 사나이가’ 빙긋이 웃으며 말했다.
“아, 제가 두 잔 만 시키니까 형제 중 하나가 죽은 줄 아시는군요.
저희 형들은 둘 다 잘 계십니다.”
‘그런데 왜 술을 두 잔만 시키셨나요 ?’
“네, 제가 사순절 금주에 들어갔거든요.”


속죄와 참회의 40일

순(旬)이란 열흘을 말하니 4순(四旬)이면 40일이다.
예수가 죽음에서 살아난 부활절 이전의 40일을 말한다.
영어로는 Lent, 독일어로는 Lenz 라고 하는데, 앵글로 색슨 언어의 '봄'을 의미하는
Lang 에서 유래했다고 하며 ‘만물의 소생’이라는 의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40일간의 기념일'이라는 뜻의 희랍어인 '테살코스테'를 따라 사순절로 번역했다.

기독교에서 40이라는 숫자는 하느님을 만나기 위해서 준비하는 기간을 뜻한다.
노아 때 홍수로 새 세상을 준비하기 위하여 40주야 비가 내렸고,
이스라엘이 약속의 땅에 들어가기 위해 40년간 광야를 헤맸으며,
모세가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기 위해 40일간 시나이 산에 머물렀고,
예수는 공생활을 시작하기 전 40일간 광야에서 단식기도했으며,
승천하기 전 40일 동안 지상에 머물렀다.

그래서 기독교도는 사순시기에 금식 금욕을 하면서 참회와 속죄로 생활의 혁신을 추구하고,
부활절을 맞는 영적 준비를 하는 것이다.

사순절은 ‘재의 수요일’에 시작된다.
올해는 2월 17일이 재의 수요일이다.
재의 수요일은 원래 큰 잘못을 지어 교회 공동체에서 쫓겨난 이들이 잘못을 뉘우치고
교회에 돌아오고자 할 때 참회복을 입거나 머리에 재를 쓰고 속죄를 시작하는 날이었다고 한다.

가톨릭에서는 부활 전 일요일에 성지(聖枝 : 예수가 죽으러 예루살렘에 들어갈 때 군중들이
종려나무 가지를 흔들며 환영한 것을 상징. 우리나라에서는 향나무 가지를 쓴다.) 를 나눠준다.
각 가정에서는 1년간 이 성지를 십자가 밑에 보관했다가 사순절 전에 성당에 반납하면,
이를 태워서 재를 만든다.

사제는 재의 수요일에 "회개하고 복음을 믿으십시오"(마르코 1,15), "사람은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갈 것을 생각하라"(창세기 3,19)고 권고하며 신도들의 이마에 이 재를 바르는데,
이는 인생무상을 깨우치고, 죄에 대한 보속을 먼저 해야 부활의 기쁨을 맞이할 수 있다는 것을
가르친다.

그런데 재의 수요일부터 부활까지의 날짜는 40일이 아니라 46일이다.
그 기간 중에 일요일이 6번 포함되는데, 매 일요일은 작은 부활이기 때문에
사순 기간에 포함하지 않으므로 이 6일을 뺀 40일이 사순기간이 되는 것이다.


<연재를 시작하며>

가톨릭 또는 천주교라는 종교가 있으며, 기독교의 한 종류라는 것은 대부분 다 알고 있다.
그런데 한 꺼풀만 더 들어가 보면 의외로 가톨릭에 대해서 너무나 모르는 부분이 많은 것도
현실이다.
그래서 가톨릭이 무엇인지 책이나 인터넷에서 찾아 읽으려면,
너무 전문적이고 어려운 용어로 돼 있어서, 곧 흥미를 잃고 눈을 떼게 된다.
좀 쉽고 재미있게 가톨릭을 안내하는 책은 없을까 ?
궁금한 사람들을 위해서 ‘재미있고 쉬운 가톨릭 안내’를 연재한다.

독자층은 어느 정도의 학력과 일반적인 상식을 갖춘 사람들로 정했다.
이 글에 쓰이는 어휘의 선택에 필요하므로 그렇게 범위를 잡은 것이다.

이 글은 제목 그대로 ‘안내서’이지, 가톨릭 ‘교리서’가 아니다.
‘가톨릭이란 이런 종교구나.’ 하는 정도만 아시라는 얘기이다.
좀 더 깊이 알고 싶은 분들은 신부나 전문가들에게 묻던지,
성당에 가서 직접 배우는 것이 좋겠다.

지루하지 않도록 유머와 격언, 예문 등을 삽입하고,
안내문은 한국 가톨릭 교구에서 공인한 내용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하겠다.

<馬丁>


Articles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