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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가난한 이들도 외면하지 말아야

2014. 9. 2.

 

당나라에 백장회해(百丈懷海: 749~814)라는 선승(禪僧)이 있었습니다.

중국 장시성(江西省) 펑신현(奉新縣) 백장산(百丈山)에 살아서,

성은 백장이요, 이름은 바다를 품는다는 회해(懷海)입니다.

그의 선풍(禪風)을 나타내는 유명한 말에

"하루 지음(作)이 없으면 하루 먹지 아니한다."는 글이 있습니다.

(일일부작 일일불식 一日不作 一日不食)

 

노령의 선사가 매일 힘든 농사일을 하는 것이 안타까워서

제자들이 농기구를 모두 감췄는데,

스님이 저녁 시간에 나타나지 않으셨답니다.

제자들이 “스승님 왜 공양을 들지 않으십니까?” 하고 물으니

“나는 오늘 호미를 잃어버려 일을 하지 못하였으니 먹을 자격이 없다.”

고 말했다는 고사에서 유래된 말입니다.

 

사도 바오로도 똑같은 말씀을 하셨습니다.

 

  6 형제 여러분,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지시합니다.

     무질서하게 살아가면서 우리에게서 받은 전통을 따르지 않는 형제는

     누구든지 멀리하십시오.

  7 --- 우리는 여러분과 함께 있을 때에 무질서하게 살지 않았고,

  8 아무에게서도 양식을 거저 얻어먹지 않았으며---

  9 --- 권리가 없어서가 아니라, 모범을 보여 본받게 하려는 것이었습니다.

10 --- 우리는 일하기 싫어하는 자는 먹지도 말라고 거듭 지시하였습니다.

(테살로니카 2서 3,6-10)

 

‘일하기 싫어하는 자’란, 게을러서 일을 안 하거나

할 수 있는 일을 거부하는 사람을 가리킵니다.

‘무질서하게 살며’ 하느님이 가르쳐주신 ‘전통을’ 따르지 않는

정신적 결함이 있는 사람들입니다.

몸이 약하거나, 병들거나, 능력이 없어서

일을 못 하는 사람에게는 해당이 안 되는 말씀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는 우리나라를 방문 중에 끊임없이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외면하지 말라’고 당부하셨습니다.

 

오늘날의 ‘가난한 이’는 육체적으로 약하거나

지적 능력이 없어서 일자리를 못 갖은 사람들에다가

세속적 이유로 일자리에서 쫓겨난 사람들일 것입니다.

이들이 우리가 함께 나누고 돌봐야 할 가난한 이들입니다.

 

그러나 자기 책임으로 가난한 사람이라고 해서

단순히 미워하고, 방치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그들이 ‘질서’를 찾고 하느님의 가르침을 따르도록

인도하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의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