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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은 ‘우리에게’ 말씀하신다.

2013. 11. 12.

 

우리의 옛날 어른들은 글을 소리 내어 읽었습니다.

읽은 구절을 읽고 또 읽으면 결국은 그 뜻을 알게 되고

문장도 외우게 되었습니다.

 

저는 성경 말씀을 읽을 때 소리를 안 내서 그런지

여러 번 읽어도 도무지 그 뜻을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못된 집사 이야기도 그 중 하나입니다.

 

1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어떤 부자가 집사를 두었는데,

    이 집사가 자기의 재산을 낭비한다는 말을 듣고,

2  그를 불러 말하였다. ‘자네 소문이 들리는데 무슨 소린가?

    집사 일을 청산하게.

    자네는 더 이상 집사 노릇을 할 수 없네.’

3  그러자 집사는 속으로 말하였다.

    ‘주인이 내게서 집사 자리를 빼앗으려고 하니 어떻게 하지?

     땅을 파자니 힘에 부치고 빌어먹자니 창피한 노릇이다.

4   옳지, 이렇게 하자. 내가 집사 자리에서 밀려나면

    사람들이 나를 저희 집으로 맞아들이게 해야지.’

5  그래서 그는 주인에게 빚진 사람들을 하나씩 불러 첫 사람에게 물었다.

    ‘내 주인에게 얼마를 빚졌소?’

6   그가 ‘기름 백 항아리요.’ 하자, 집사가 그에게

     ‘당신의 빚 문서를 받으시오.

      그리고 얼른 앉아 쉰이라고 적으시오.’ 하고 말하였다.

7  이어서 다른 사람에게 ‘당신은 얼마를 빚졌소?’ 하고 물었다.

    그가 ‘밀 백 섬이오.’ 하자, 집사가 그에게

    ‘당신의 빚 문서를 받아 여든이라고 적으시오.’ 하고 말하였다.

8 주인은 그 불의한 집사를 칭찬하였다.

   그가 영리하게 대처하였기 때문이다.

   사실 이 세상의 자녀들이 저희끼리 거래하는 데에는 빛의 자녀들보다 영리하다.”

(루카 16,1-8)

 

 

아무리 읽어도 ‘주인’이 왜 ‘불의한 집사’를 ‘칭찬’했는지

이해가 안 됐습니다.

집사의 ‘대처’가 ‘영리’하다고도 전혀 생각되지 않았습니다.

횡령한 종업원을 내쳤으면 그만이지,

종업원의 약아빠진 후속 조치에 대해서 칭찬하는 주인이

이상한 사람으로만 보였습니다.

횡령이 들켜서 쫓겨났으면 그만이지,

또 다른 꼼수를 부리는 종업원이 얄미웠을 뿐입니다.

 

그런데 왜 예수님께서는 이런 비유를

제자들에게 들려주셨을까요?

 

궁리를 하다 하다가,

가장 기본적인 사항을 잊었음을 깨달았습니다.

‘예수님 말씀은 대부분 우리에게 하시는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그냥 ‘주인’과 ‘집사’ 간의 일로만 읽었지,

우리를 ‘주인’이나 ‘집사’에 빗대어 말씀하셨을 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지나친 것입니다.

 

그래서 나 자신을 ‘집사’에 대입해 보았습니다.

‘주인’과는 거리가 아주 멀었으니까요.

나는 봉급생활을 하면서 ‘주인’인 사주의 재산을

‘낭비’한 일도 없고 ‘횡령’한 일도 없으니,

말씀을 알아듣지 못했습니다.

 

이번에는 ‘주인’을 하느님으로 바꿔보았습니다.

‘나는 하느님의 재산을 낭비하거나 횡령하지 않았는가?’

 

홀연히 느낌이 왔습니다.

하느님이 주신 재산은, 물질적인 것이나 정신적인 것이나

‘올바로 쓰라’고 내게 맡기신 것인데

과연 나는 그것들을 제대로 쓰고 있는가?

다른 사람들과 함께 쓰라고 주신 것을

나누지 않고 그냥 가지고 있다면

그게 바로 횡령이 아니고 무엇인가?

 

낭비하고 횡령한 것을 들켜서

그냥 쫓겨나면 얼마나 당혹스러운 일입니까?

그러나, 지금이라도 회개하고

남들과 나누면 ‘칭찬’을 받을 수 있다니 얼마나 다행입니까?

 

 

‘이미 버린 몸’이라고 포기하지 말고,

이제부터는 올바로 쓰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이제야 알아듣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