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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의 결점을 드러내는 시간을 가집시다.

2014. 1. 28.

 

신라 제48대 경문왕(景文王)은 임금 자리에 오른 뒤

갑자기 귀가 길어져서 나귀의 귀처럼 되었다.

왕의 모자를 만들던 복두장이(幞頭)는 당연히 이 사실을 알았으나,

이를 발설하면 죽임을 당할 것이므로 평생 말 못하는 괴로움으로 살았다.

 

복두장이는 죽을 때에 이르러 도림사(道林寺)라는 절의 대밭 속으로 들어가

대나무를 향하여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소리쳤다.

이후 바람이 불면 대밭으로부터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는 소리가 났다.

이를 안 왕이 대나무를 베어 버리고 산수유를 심게 하였으나

그 소리는 여전하였다고 한다.

<삼국유사>

 

 

왕이 자기의 신체적 결함이 얼마나 부끄럽고 싫었으면

이를 안 사람은 죽이려고 했겠습니까?

 

자신의 결점을 남이 아는 것을 좋아할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숨기고 싶은 결함을 드러내라고 하십니다.

 

1 예수님께서 회당에 들어가셨는데, 그곳에 한쪽 손이 오그라든 사람이 있었다.

3 예수님께서 --- “일어나 가운데로 나와라.” 하시고,

5 ---그 사람에게, “손을 뻗어라.” 하고 말씀하셨다.

  그가 손을 뻗자 그 손이 다시 성하여졌다.

(마르코 3,)

 

 

그 사람은 오그라든 손을 남에게 보이기가 죽을 만큼 싫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그 손을 늘 호주머니 속에 넣고 다니거나 장갑을 끼어,

남에게서 가리고 다녔을 것입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 그 손을 군중들 앞에서 뻗어 내밀라고 하십니다.

손을 뻗자 그 손은 성해졌습니다.

예수님의 능력이라면 그냥 고쳐주실 수도 있었겠지만,

굳이 그의 치부를 공개한 뒤에 고쳐주십니다.

 

 

그 사람이 그러고 싶어서 손이 오그라들었겠습니까?

단순한 사고였을 수도 있고, 아니면 뭔가 잘못해서

벌을 받아 그렇게 되었을 경우도 있었겠지요.

 

사고라면 부끄러운 일이 아니요,

잘못의 결과였더라도 이를 공개함은,

잘못을 뉘우치고 다시는 잘못을 저지르지 않는다는 선언이므로

이런 과정을 거쳐야 육체적 교정만이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깨끗해 질 수 있음을 가르쳐주십니다.

 

 

우리는 사제에게 잘못을 고백하고 용서를 받습니다.

단원들 간에도 서로의 결점을 내보이는 시간을 가지면 어떨까요?

그럼으로써 서로의 이해가 깊어지고,

고백한 결점을 조금씩 고쳐나간다면 참으로 바람직한 모임이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