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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앞에는 라자로가 없는가?

2014. 3. 25.



삼성그룹 창업자인 이병철 회장은 1987년 별세하기 한 달 전,

박희봉 신부(1988. 8. 10. 선종)에게 ‘인생에 관한 절실한 질문 24가지’를

묻는 서신을 보냈습니다.

박 신부는 이를 정의채 몬시뇰에게 건넸고, 24년간 이를 간직해 온 정 몬시뇰은

차동엽 신부에게 주어, 2012년 ‘잊혀진 질문' 이라는 책으로 만들어져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그중 열여섯 번째 질문은

‘부자가 천국에 가는 것은 어렵다고 했는데 부자는 모두 악인인가?’

라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나라 제일의 부자로서 ‘좋은 일’을 참 많이 했다고 스스로 생각했다면,

‘부자는 모두 악인’ 치부하는 성경의 여러 말씀에 동의하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특히 ‘라자로의 비유’에 깊은 상처를 받았을 것 같습니다.



그때에 예수님께서 바리사이들에게 말씀하셨다.


20 (어떤 부자) 집 대문 앞에는 라자로라는 가난한 이가 종기투성이 몸으로 누워 있었다.

21 그는 부자의 식탁에서 떨어지는 것으로 배를 채우기를 간절히 바랐다.

22 그러다 그 가난한 이가 죽자 천사들이 그를 아브라함 곁으로 데려갔다.

     부자도 죽어 묻혔다.

23 부자가 저승에서 고통을 받으며 눈을 드니,

     멀리 아브라함과 그의 곁에 있는 라자로가 보였다.

24 그래서 그가 소리를 질러 말하였다.

     '아브라함 할아버지,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라자로를 보내시어 그 손가락 끝에 물을 찍어 제 혀를 식히게 해 주십시오.

      제가 이 불길 속에서 고초를 겪고 있습니다.'

25 그러자 아브라함이 말하였다. '얘야, 너는 살아 있는 동안에 좋은 것들을 받았고

     라자로는 나쁜 것들을 받았음을 기억하여라.

     그래서 그는 이제 여기에서 위로를 받고 너는 고초를 겪는 것이다.

(루카 16,)



말씀에는 이 부자가 어떤 악행을 저질렀는지 밝혀지지 않습니다.

다만 라자로가 ‘부자의 식탁에서 떨어지는 것으로 배를 채우기를 간절히 바랐음’

을 볼 때, 치료도 안 해 주고 먹을 것조차 내주지 않은,

덕을 잃은 부자라는 것은 명백해 보입니다.



일반적으로 부를 축적하는 과정에서는 적지 않은 악행이 발생합니다.

아무리 훌륭한 기업인이라 해도 적정이윤의 문제라든지,

다른 사람에게서 기회를 빼앗은 일들을 피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부자가 천국에 가기는 어렵다.’는 말씀을

그대로 받아들입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선행’으로 ‘악행을 덮을 수 있는’ 기회를

주심도 사실이니, 부자라고 반드시 절망할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 비유에서 우리는 그 ‘부자’를 우리와 관계없는 남이라고 생각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기는 부자가 아니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그러니까 ‘낙타가 바늘구멍으로 들어가기보다 천국 가기가 더 어려운 부자’는

나와 해당이 없고, 우리는 훨씬 더 쉽게 천국 문을 통과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이 말씀은 예수님께서 바리사이들에게 하신 것입니다.

그러면 바리사이와 우리는 어떤 차이가 있습니까?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우리도 바리사이와 똑같은 잘못을

저지르며 살고 있지 않습니까?



저는 우리 모두가 ‘부자’에 속한다고 생각합니다.

라자로보다는 명백하게 부유함은 물론이고,

물질적으로는 여유가 없더라도 지적, 정신적으로는

풍요로운 삶을 살기도 하지 않습니까?



그냥 남의 말이라고 흘려버리지 말고,

우리 집 앞에 라자로가 누워있는지를 살펴보아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