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조회 수 2899 추천 수 0 댓글 0

 

 

‘스승’을 잘못 택한 자도 구덩이에 빠진다.

2013. 9. 16.

 

옛날 어느 서당의 훈장이 사투리가 심해서

천자문의 ‘검을 현(玄)’을 ‘검을 련’이라고 발음했습니다.

학생들도 따라서 ‘검을 련’이라고 복창합니다.

훈장은 아이들의 발음을 고쳐줍니다.

“‘검을 련’이 아니라, ‘검을 련’이다.”

학생들은 알았다고 고개를 끄덕이고는 ‘검을 련’합니다.

선생님이 틀리게 가르치면 학생들도 틀리기 마련입니다.

 

 

예수님이 말씀하셨습니다.

 

40 제자는 스승보다 높지 않다.

     그러나 누구든지 다 배우고 나면 스승처럼 될 것이다.

(루카 6,40)

 

 

여기서 ‘높다’는 뜻은 ‘능가할 수 없다’입니다.

학생이 선생님의 수준을 뛰어넘기가 어렵다는 말씀이지요.

그러나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결점을 다 고치면,

‘스승처럼’ 될 수도 있다고 가르치십니다.

 

 

중국 전국시대의 사상가로 성악설(性惡說)을 창시한 순자(荀子)는

‘권학편(勸學篇)’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학문은 그쳐서는 안 된다[學不可以已].

 푸른색은 쪽에서 취했지만 쪽빛보다 더 푸르고[靑取之於藍而靑於藍]

 얼음은 물이 이루었지만 물보다도 더 차다[氷水爲之而寒於水].'

 

꾸준히, 부지런히 공부를 계속하면 스승을 능가하는 학문의 깊이를 가진 제자도

나타날 수 있다는 말이다. 여기서 제자가 스승보다 뛰어나다는 뜻인

‘청출어람(靑出於藍)'이란 말이 나왔다.’

(두산백과)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39 “눈먼 이가 눈먼 이를 인도할 수야 없지 않으냐?

      둘 다 구덩이에 빠지지 않겠느냐?”

(루카 6,39)

 

율법학자와 바리사이들이 군중을 잘못 가르침을 지적하시면서,

선생이나 제자나 모두 다 구덩이에 빠진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같은 비유에 대해서 마태복음에는 그들을 내버려 두어라.” (15,14)

라는 한 마디가 더 붙어 있습니다.

잘못 가르치는 율법학자와 바리사이가 구덩이에 빠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되지만,

제자들도 구덩이에 빠지게 ‘내버려 두라’시니 많이 혼란스럽습니다.

 

잘못된 스승을 따르는 것도 잘못이라는 말씀입니다.

우리 ‘제자들’에게, 스승의 선택권을 주신 것으로 보입니다.

 

과연 우리는 우리의 ‘스승’을 어떻게, 어디까지 판단해야 할까요?

상당히 어려운 문제입니다.